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로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란 출신 이주노동자 무하마드(가운데)와 중국동포 김경철씨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외국인노동자 전용병원에서 이완주 원장한테서 엑스선 촬영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여수 화재참사’ 끝나지 않은 악몽
지난 12일 만난 무하마드(29·이란)는 초췌한 얼굴이었다. 그는 이달 초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화장실 철제 파이프에 수건으로 목을 매 자살을 시도했다. 사흘을 굶은 뒤였다. 지난 2월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를 겪은 뒤 이곳으로 옮겨진 그는 줄곧 불만 보면 깜짝깜짝 놀라고 악몽에 시달려온 터였다. 잠자리에 누워도 5~6시간을 뜬눈으로 지새기 일쑤였다. 하루는 자다 일어나 “사람이 죽는다. 문 열어줘!”라고 고함치면서 문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플라스틱 창문을 깨기도 했다. 그는 화재 참사 직후 여수의 한 병원에서 2분 만에 목 검사와 혈압측정 등을 받은 게 진료의 전부였다.
무하마드처럼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로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주노동자 5명이 아무런 보상·치료도 받지 못한 채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화재 참사 뒤 비부상자로 처리된 28명 가운데 21명은 그동안 출국이 이뤄졌으나, 나머지 7명은 치료를 요구하며 청주 외국인보호소에 남아 있었다. 지난달 3일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공동대책위’의 위촉을 받은 정신과 전문의가 이들을 진료한 결과 5명에게서 심각한 증세가 확인됐다. 법무부는 지난 6일 이들 7명에 대해 한 달 기한으로 일시 보호해제 조처를 내려 ‘석방’했다.
법무부 “진단 더 필요” 보상·치료 손놔
진단 의사 “증세악화 가능성 배제 못해” 이들의 진료 소견서를 보면, 이들은 공통적으로 △두통과 어지럼증 △화재로 인한 기관지 통증과 호흡곤란 △불면증과 손발 저림 등을 호소했다. 또 집중력 감소와 우울증, 죽음에 대한 공포 등을 느끼는 이들도 많았다. 진료를 맡았던 전문의 김아무개씨는 “사고 당시와 비슷한 환경 자극은 정신과적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불면·불안·우울감에 대해서는 적절한 정신과적 약물치료 및 지지적 정신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천승우 법무부 조사집행과 사무관은 “법무부가 위촉한 정신과 전문의는 이들의 정신적 후유증에 대해 한두 차례 진단만으로는 소견서를 제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며 보상이나 치료는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세창 성균관대 의대 교수(정신과)는 “이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전형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범주에 들어간다”며 “병의 증상과 호소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므로 여러 차례 환자를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노현웅 수습기자 seek16@hani.co.kr
진단 의사 “증세악화 가능성 배제 못해” 이들의 진료 소견서를 보면, 이들은 공통적으로 △두통과 어지럼증 △화재로 인한 기관지 통증과 호흡곤란 △불면증과 손발 저림 등을 호소했다. 또 집중력 감소와 우울증, 죽음에 대한 공포 등을 느끼는 이들도 많았다. 진료를 맡았던 전문의 김아무개씨는 “사고 당시와 비슷한 환경 자극은 정신과적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불면·불안·우울감에 대해서는 적절한 정신과적 약물치료 및 지지적 정신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천승우 법무부 조사집행과 사무관은 “법무부가 위촉한 정신과 전문의는 이들의 정신적 후유증에 대해 한두 차례 진단만으로는 소견서를 제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며 보상이나 치료는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세창 성균관대 의대 교수(정신과)는 “이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전형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범주에 들어간다”며 “병의 증상과 호소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므로 여러 차례 환자를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노현웅 수습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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