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26일 오전 알바노조 회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오르면서 일부 사용자를 중심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불법·편법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식대 공제를 확대하고, 아예 근무시간을 허위로 줄이는 사례까지 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곧 이에 대한 근로감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4일 경기 안산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일부 사업장에서 오른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월급에서 식대를 추가로 공제하는 등의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안산의 한 요양병원 원장은 지난달 22일 야간 근무 요양보호사를 모아놓고 “최저임금이 오르니 식대 공제를 월 3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야간 요양보호사 월급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적어도 월 26만원 이상 오른 198만원이 돼야 하는데, 이를 다 주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저녁 8시부터 일을 시작하는 야간 요양보호사들이 “그럼 식사를 집에서 한 뒤 출근하겠다”고 하자, 원장은 “식사 여부와 관계 없다. 동의하지 않으려면 해가 바뀌기 전에 그만두라”고 했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줄이려고 일방적으로 수당을 없애거나 서류상 근무시간을 조작한 사업장도 있었다. 노동자 인권보호단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광주광역시 한 식품업체는 이달 1일부터 퇴근시간을 오후 6시30분에서 4시30분으로 두 시간 앞당겼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6시30분까지 일하고 있다. 이 업체 직원 ㄱ씨는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싶어도 이 지역 업체들이 다 비슷한 실정”이라고 했다.
지난해까지 정규직 바리스타에게 매달 기본급 135만원에 식대 12만원을 지급하던 한 카페는 이달부터 연장·야간수당을 모두 없애고 식대를 기본급에 녹이기로 했다. 이 카페 직원 ㄴ씨가 이달부터 받게 될 월급은 157만원으로 오히려 10만원 정도 줄었다.
가장 흔히 나타나는 최저임금 ‘꼼수’는 주휴수당 줄이기다. <한겨레>가 3~4일 피시방·편의점 등 영세 자영업체 50곳을 취재한 결과, 주휴수당을 주겠다는 곳은 7곳에 그쳤다. 상당수 업주들은 “최저시급도 올랐는데 어떻게 주휴수당까지 주냐”며 주휴수당 지급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주휴수당 제도가 여전히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이런 현실을 악용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해소하려는 업주도 많았다. 주휴수당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가 한 주간 정해진 근무일수를 채웠을 때 지급받는 하루치 휴일수당을 이르는데,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주당 노동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쪼개 사람을 쓰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당 노동시간이 15시간에 미치지 못하면, 노동자는 주휴수당이나 4대 보험 가입 혜택 등을 받을 수 없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한 편의점주는 주말 근무자를 토요일과 일요일로 나눠 각각 12시간씩 일할 아르바이트생 두 명을 구한다고 말했다. 점주는 “주휴수당 부담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식대·교통비를 기본급으로 바꾸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노동자의 동의가 없다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있다. 노동자가 용기를 내 부당한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고용노동부에 시정 요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용자의 ‘꼼수’와 관련해 조만간 근로감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태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각종 편법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피해가려는 업체가 많아 다음주부터 기획감독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임재우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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