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 이야기 /
아끼던 소형 차를 없앤지 5개월이 다 돼가는데도 이번 설이면 5살 되는 우리 딸은 아직까지도 집을 나설 때면 엄마, 아빠에게 말한다. “자동차 타고 갈꺼야?” “아~니. 걸어 갈꺼야.” “왜에?” “그건… 음… 우리 차가 이젠 우리한테 없거든. 걸어서 마트 가면 우리 다리가 더 튼튼해질 걸?” 그래도 약간 서운한 딸은 날씨가 추워서 가기 싫다며 살짝 너스레를 떤다. 그러면 의레 우리 부부는 그런다. “엄마 아빠가 팔 잡아서 비행기 태워줄 건데?”
우리 부부는 지난해에 차를 처분하면서 꼬맹이 걱정을 가장 많이 했다. 시골 할아버지댁에 갈 때도 좀더 불편해질 거고 겨울이면 아무래도 다니기 어려울텐데… 하면서. 아무래도 이 사회가 아직은 보여지는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많다 보니 괜스레 마음이 움츠러 들기도 했다. 그러나 운전면허가 없는 나는 피곤에 절어 위험스레 운전하는(심할 땐 신호 위반하는 운전자를 보며 욕하는 모습을 딸이 따라한다)남편의 모습도 보기 싫었고,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툭하면 차를 타고 움직여야만 하는 우리의 모습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차를 없앤 뒤 우리 식구들이 손잡고 걸으면서 나눌 게 많아 참 놀랐다. 예전엔 피곤한 남편이 신경을 곤두세워 운전하는 동안 나와 딸은 잠자기 일쑤였지만 웬만한 거리를 걸으면서 우리 가족 사이에 대화가 많아졌다. 길가 들꽃 줄기를 감상하며 나뭇잎도 줍고 굴다리 밑의 강줄기를 보며 소리도 질러보고 아이가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나 하나 차 없앴다고 우리나라 환경이 얼마나 좋아졌겠으며, 당장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지길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걸으면서 조금 더 웃게된 나의 모습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꼭 필요한 자동차를 잘 몰고 다니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다만 우리가 조금 느리다고 해서 모든 것에 뒤쳐진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잊었던 모습을 찾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 아이를 포함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되길 바랄 뿐이다.
한경화/ 서울 성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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