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0일 밤 와이티엔(YTN)이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관련 보도를 하면서 ‘앵커백’(앵커 멘트 때 배경 화면)에 자신의 이미지를 내보낸 것과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와 명예훼손에 대한 민·형사상의 고소·고발 등 모든 가용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이 후보자 쪽은 이날 오후 늦게 입장문을 내어 이런 방침을 밝히며 “후보자에 대한 명예훼손 방송 사고에 대해 와이티엔 쪽은 스태프 간 지시 미이행, 기술적 오류, 교대 시간 등을 운운하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수의 방송 전문가들은 해당 사고가 생방송 중 10여초 이상 지속된 것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이며 ‘역대급 방송 사고’라고 지적한다”고 주장했다.
입장문이 나온 시점은 와이티엔이 해당 뉴스 말미에 “배경 화면이 잘못 나갔는데 양해 말씀 드리겠다”는 앵커 멘트를 내보낸 데 이어 이날 “이동관 후보자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해당 시간대 방송을 통해 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힌 이후다. 와이티엔은 “현재까지 내부 조사 결과, 당시 뉴스 진행 부조정실 내 피디와 기술 스태프 간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 단순 실수로 파악됐으며 의도성은 전혀 없음을 확인했다”며 “다음 주 ‘방송사고 대책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경위와 책임 소재, 향후 재발 방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와이티엔은 후보자가 지명되기도 전에 학폭 사건과 관련해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의혹 제기자와의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돈을 바로 돌려줬고 신고했다’는 해명에도 마치 배우자가 부정한 청탁에 응한 것처럼 왜곡하는가 하면, 지명된 이후에는 18년간 장기 보유한 아파트를 마치 투기의 목적으로 매입한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보도 등을 지속하며 ‘후보자 흠집내기’에 치중했다”며 “이번 사고도 같은 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에도 “이번사고에 대해 실수라며 별일 아닌 양 넘어가는 것은 책임 있는 방송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와이티엔에 자세한 경위 파악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입장문을 냈고, 이날 오후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대한민국 언론 현주소를 아주 명명백백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이런 대응 태도에 대해 과도할 뿐 아니라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실수로 보는 게 타당한데, 이 후보자가 이렇게까지 대응하는 것은 공직 후보자로서 부적절한 대응”이라며 “공영방송에서 자신에 대한 인사 검증 보도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각 방송사가 자신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에 이런 식으로까지 저항한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짚었다.
고한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와이티엔지부장도 “이번 방송사고가 ‘실수가 아니라 고의’라면, 와이티엔이 이를 통해 무슨 실익을 얻으려 했다는 것인지 거꾸로 묻고 싶다”며 “특히 언론사가 마땅히 해야 할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보도까지 엮어서 이번 방송 사고에 의도가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것은 그 자체로 ‘방송 장악 본색’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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