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진행해온 한국방송(KBS) 라디오 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에서 하루아침에 하차한 진행자 주진우씨가 이번 인사 조처에 대해 “전형적이고 저열한 언론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씨는 14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저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지, 편파 방송을 하지 않았다”며 “자신과 생각이 같지 않다는 이유로 ‘불공정’이라고 공격하는 일이야말로 편향”이라고 주장했다.
2020년 2월께부터 해당 방송 진행을 맡아온 주씨는 박민 한국방송 사장 취임 첫날인 지난 13일 출근길에 갑작스럽게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디오센터의 한 부장을 통해서 오늘 사장이 취임하기 때문에 (주진우가 방송에) 나오면 안 된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며 “녹음 파일로라도 청취자에게 마지막 인사는 하고 싶다고 했는데, 사장이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더라”고 했다.
‘주진우 라이브’는 그간 여권 정치인들의 ‘편파 방송’ 공세 표적이 되었던 프로그램이다. 주씨는 이에 대해 “누구보다 공정하려고 노력했다. 편향적이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가 잘못한 점을 비판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기자니까 (방송 아이템을) 검증하면서 진행했다”며 “국민의힘 인사들을 더 많이 부르려고 했으나 본인들이 나오지 않았다. 나오지 않으면서 편향적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티비에스(TBS) 라디오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에서 물러난 바 있는 주씨는 약 1년 만에 유사한 상황을 맞았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특정인, 특정 프로그램이 밉다고 밥줄을 끊는 최악의 언론 탄압”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던 그는 “이명박 정부 때 벌어지던 일이 더 저열하게 반복되고 있다”며 “박민, 이동관이 말하는 ‘공정’은 전두환이 말하는 ‘정의’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 라디오 조합원들은 앞서 성명을 통해 “프로그램 진행자와 제작진에게 청취자와 작별할 단 하루의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방송 전날 저녁에 하차를 통보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민 사장 취임 전날인 12일 저녁 발령이 예정된 라디오센터장이 담당 제작진에게 진행자 교체를 통보한 뒤 “불이행 시 사규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주진우 라이브’와 ‘더 라이브’ 의 프로그램 시청자 참여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와 진행자 하차에 항의하는 글들이 수십~수백개씩 올라오고 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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