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월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인사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등 공영방송을 둘러싼 방송장악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언론·시민단체와 야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요구도 점차 구체화 되고 있다. 이 위원장이 취임 이후 공영방송 이사진에 대한 무리한 해임과 사실상의 언론 검열 부활을 지속적으로 꾀해 온 만큼 탄핵 추진은 마땅한 조처라는 것이 언론단체 등의 주장이다. 또 야당은 이 위원장 탄핵과 별도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다양한 방송장악 논란과 관련한 국정조사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민정 최고위원은 14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동관 위원장 탄핵 추진 배경을 두고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공영방송에 대한 무더기 과징금 부과와 와이티엔(YTN) 매각 추진, 수신료 분리징수를 통한 한국방송 재원 옥죄기 등 전대미문의 위법적 행태를 거듭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송장악과 ‘땡윤방송’ 만들기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 언론장악 기술자 이동관 방통위원장으로, 언론에 대한 검열 부활 시도와 민주주의 훼손 행위를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피디(PD)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과 방송3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위원장도 “이 위원장은 취임 이후 국회 발언 등을 통해 방통위가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물론 사실상의 언론 검열 정책인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추진했다”며 “이는 언론 자유를 넘어 표현의 자유마저 침해하려는 시도로 (이 위원장은) 단 하루도 방통위원장 자리에 있으면 안 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위원장 체제의 방통위는 지난 9월7일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보도와 관련해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의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을 점검하겠다며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제이티비시(JTBC)에 ‘뉴스타파 인용보도 경위 및 자체 확인한 사실관계’, ‘인용보도 방식 및 팩트체크 확인 절차’ 등 10가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방송사 재허가 조건에 해당하는 이들 방송사의 공정성 및 객관성 확보 계획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으나,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는 방송사의 취재 및 보도 과정에 대한 개입이자 언론 검열 시도라며 반발했다.
방통위가 9월18일 발표한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을 두고도 언론계에서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방통위가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통해 ‘가짜뉴스’에 대한 신속심의를 활성화(원스톱 패스트트랙)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 정의 및 판단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 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런데도 방심위는 13일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인용보도한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와이티엔, 제이티비시 등에 대해 총 1억4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확정했다.
야권 성향 공영방송 이사에 대한 방통위의 거듭된 해임 시도와 ‘정권 친화적 인사 임명’ 논란은 이 위원장 취임 이후 더욱 커졌다. 실제로 방통위는 법원이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권태선 이사장에 대한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상태인데도, 거의 비슷한 사유로 김기중 이사를 해임했다. 아울러 법원이 권 이사장 집행정지 건에 대한 방통의의 항고를 기각하고 김 이사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자 7일 법원을 비난하며 각각 재항고와 즉시항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방송 이사회가 새 사장 후보자 선임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한 사실이 충분히 드러났는데, 이를 방치한 것도 이 위원장의 주요 탄핵 사유 중 하나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지난 9월4일 사장 후보 3명을 두고 투표를 진행했으나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결선투표를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그사이 박민 후보자의 경쟁자가 사퇴했고, 박 후보자는 재공모 절차 없이 그대로 후보자로 확정됐다. 언론단체와 야당은 이 과정에서 방통위가 한국방송 이사회의 파행을 바로잡기는커녕 월간조선 기자 출신 이동욱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을 보궐이사로 임명하는 등 사실상 이에 동조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이사의 결격사유를 무시한 임명과 해임 강행’, ‘KBS 이사회 사장 임명제청 파행 방치’, ‘방문진 이사장 해임 강행’, ‘방송 제작 및 편성의 자율권 침해’ 등 8가지 사유를 들어 이 위원장 탄핵을 공식 요구했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한 뒤 다음달 1일 표결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 위원장 탄핵 추진과 별도로 8일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에 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방송장악 국정조사를 대표로 요구한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과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 등 윤 정부에서 이뤄진 면직·해임·해촉 처분의 위법성과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관련 김효재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의 월권 행위, 방통위의 방문진·방심위 감사의 부당성 등이 전부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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