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방송(KBS) ‘뉴스9’에서 박장범 앵커가 리포트하고 있다. 방송 화면 갈무리
“정파성 논란을 극복하겠다”는 13일 오프닝 멘트에 이어 14일 박민 한국방송(KBS) 사장이 거론한 ‘불공정 편파 보도’ 사례 네 건을 언급하며 사과한 ‘뉴스9’ 앵커리포트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가 “케이비에스 50년 역사에 치욕적인 보도 참사”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15일 성명을 통해 해당 앵커리포트가 제작된 경위와 작성 주체에 의혹을 제기하고 박 사장에게 해명을 요청했다.
박장범 앵커는 14일 뉴스9 앵커리포트에서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 윤지오 인터뷰’(2019) ‘채널에이(A) 검·언 유착 녹취록 보도’(2020) ‘오세훈 서울시장 내곡동 토지 보상 보도’(2021)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 보도’(2022)를 “한국방송의 보도 공정성을 훼손한 대표 사례”라고 소개했다. 박 앵커는 약 4분 동안 해당 보도의 당시 보도 클립과 사과 방송 장면 등을 내보냈다.
이들 보도는 모두 박민 사장이 이날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그간 불공정 편파 보도를 사과한다”며 거론한 사례들이다. 박 앵커는 추가로 △강원 고성-속초 산불 재난보도(2019) △윤석열 대통령
일장기 경례 오보(2023) 등을 언급하며 “앞으로 정치적 중립이 의심되거나 사실 확인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은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시청자 여러분께 약속한다”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은 일방적 ‘낙인찍기’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오세훈 내곡동 보도’를 예로 들어 “국민의힘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음에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특정 권력에 불리하면 공정성 훼손인가”라고 했다. 이어서 “이번 앵커리포트는 저녁 시간에 갑작스럽게 큐시트 상단에 올라왔고, 원고도 통합뉴스룸 소속이 아닌 한 부장이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한겨레에 “통상 앵커리포트 원고는 평기자들이 취재하고 초고를 작성해 넘기면 앵커가 최종 원고를 쓰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번에는 해당 발제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박 앵커의 리포트가 어떤 권한과 과정으로 작성됐는지 따지고자 긴급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를 요청했다. 공방위는 단체협약에 따라 노사 4명씩 위원회를 구성해 문제 제기된 콘텐츠의 제작 경위를 살피는 기구다.
한편, 노조는 이번 주 안에 ‘주진우 라이브’ 출연진 교체 및 폐지, ‘더 라이브’ 편성 삭제 등과 관련해 방송법 및 단체협약 위반 혐의로 박민 사장과 담당 보직자를 고발할 계획이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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