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 이렇게 말해 보세요
얼마전 대법원에서는 수업시간에 초등학생 남학생의 성기를 꼬집듯이 만져 추행한 혐의 로 기소된 50대 교사에게 벌금을 내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 판결을 내리면서 “어린이는 외부로부터 부적절한 성적 자극 등을 받지 않고 심리적 장애 없이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을 하였다. 부모 뿐만아니라 교육계 관계자 모두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성교육이나 상담을 하다보면 심심찮게 남자아이들도 성추행 피해를 말해 온다. 그 가해자가 교사인 경우는 고심 끝에 아이들과 함께 용기를 내어 믿을만한 어른에게 얘기를 해도 그 이야기를 들은 부모나 선생님은 대략 난감해 하거나 ‘뭐 그런걸 가지고 다 그러냐, 어른이 장난으로 그러시는 거니까 참아라’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세히 내용을 들어보면 장난스레 ‘고추만지는’ 정도를 넘어선 경우가 허다하다. 학교에서 교사가 체벌의 일종으로 남학생의 성기를 꼬집은 행위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런 문화는 남성들끼리 만의 그룹으로 조직되는 동아리나 군대에서는 신고식이나 체벌 등의 형태로 성기에 의한, 성기에 대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종종 익명으로 조사되는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에 의하면 적지않게 남자 청소년들의 성폭력 피해경험이 드러난다. 동성인 개인 뿐만아니라 집단성추행 심지어 성인 여성에게서까지 남자 아이들이 당하는 성폭력 또한 다양하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남자들은 본인의 피해경험을 드러내 놓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저 남자들 사이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려니 하는 문화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니, 남자가 성폭력을 당해? 바보같으니라고’ 하는 사회문화적 시선 때문은 아닐까?
남자 역시 피해상황에 대하여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치유되지 않으면 성에 대한 왜곡된 지식을 갖게 될 뿐 아니라 과도하게 자존감이 낮아지고 분노를 담아두게 된다. 어린시절 옆집아저씨에 의해 성추행을 당한 어떤 중학생은 성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밤낮으로 에이즈 공포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또한 어디서부터 나오는 지도 모를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고 고백하는 성폭력 가해 남성들 중에는 어린시절 성폭력 피해 경험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보통 딸을 둔 부모는 과도하게 성폭력에 대한 공포를 갖는 반면 아들은 둔 부모는 그 반대다. 그러나 어린이는 남녀구분될 이유가 없고 남자들 사이에서 폭력적인 문화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은 아들에게도 자기 몸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도록 교육하는 일은 필요하다. bright@ymca.or.kr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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