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교육부가 내년 2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등 특목고 존치를 뼈대로 하는 ‘고교 체제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문재인 정부의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을 공식 폐기한다. 교육부는 이들 학교의 ‘학생 선발권’은 유지하면서, 고교 전 학년 내신 절대평가 도입도 검토 중이다. 고교 체제 서열화·일반고 황폐화가 더욱 심각해질 거란 우려가 나오지만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일반고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원론적 해법을 내놨다.
이 부총리는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겨레>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사고·외고는 유지하되 일반고의 수준을 높이는 고교 체제 개편 방안을 내년 2월에 발표한다”며 “일반고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고교다양화 방안, 일반고 수업이나 교사의 역량을 키워주는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고 말했다. 자사고·외고 존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자사고·특목고의 ‘학생 선발권’이 우수한 학생을 선점해 고교 체제의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지적에도 이 부총리는 “자사고·외고의 학생 선발권을 폐지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우수 학생 쏠림 현상 완화 대책에 대해선 “일반고가 좋아지면 소위 상향 평준화가 이뤄져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며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드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본질이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고교 전 학년의 내신 성취평가(절대평가)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어 자사고·특목고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질 거란 우려가 크다. 자사고·특목고 학생들은 상대평가에서는 (일반고에 견줘) 내신이 불리하지만 절대평가로 바뀌면 대입 경쟁에 날개를 달게 된다. 자연스레 고교 입시 경쟁은 더욱 과열될 수밖에 없다. 교육계에서는 이명박(MB)정부 당시 이 부총리가 교육과학기술부 장차관을 지내며 자사고를 크게 늘린 탓에 일반고 교실이 붕괴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대학 입시와 관련해 안정적으로 운영해 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입시는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답이다. 학부모들이 더 이상 입시로 불안해하거나 서로 갈등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이과 통합형 수능 도입 뒤 이과 학생들이 수학 점수를 무기로 인문계열에 교차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대해선 “문이과 통합 수능을 되돌린 순 없다”면서도 “(교차지원은) 본인의 진로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대학 총장들과 논의해 (교차지원)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부총리는 대학 입시와 관련해선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반대로 대학 규제 완화에 대해선 거침없이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이 부총리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대학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금지된 것만 빼고 모두 허용)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고등교육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굉장히 혁신적인 법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과도한 세제 규제’, ‘사전 통제’ 등을 대표적인 철폐 대상으로 꼽았다.
이같은 구상은 앞서 이 부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던 케이정책플랫폼이 지난 3월 펴낸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 개혁 방안'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보고서는 “정부·대학·사회가 합의하는 최소한의 규제만 남기는 ‘네거티브 규제 체제’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사립학교법을 ‘사학진흥법’으로 대체하고 사학에 대한 시설기준·임원취임·재산처분 등에 대한 각종 보고의무와 규제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등의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법 개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다 지난 16일 교육부가 대학·설립 운영 4대 요건(교사·교지·교원·수익용기본재산)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뒤 고등교육 관련 단체들은 “사학 운영자들의 요구를 전폭 수용한 것으로 교육 여건이 나빠질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교육부는 여론수렴 뒤 내년 하반기께 정부 입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인데, 다음 총선 결과를 지켜보고 본격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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