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전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정순신 아들 학교폭력' 관련 현안 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들 학교폭력 징계 처분에 대한 ‘끝장 소송’으로 낙마한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사태를 계기로 교육부가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교육감들의 회의체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협의회)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화해조정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순신’ 사태 이후 협의회 차원에서 학폭 관련 입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이 모인 협의회는 29일 입장문을 내고 “새로운 학폭 대책은 단순히 국민적 관심을 의식한 단편적, 근시안적 대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피해학생 보호’와 ‘교육적 해결’에 초점을 맞춘 대책 수립을 제안했다. 4월 초로 예정된 교육부 학폭 대책이 학폭 징계 전력 대입 반영 등 ‘엄벌주의’에 치우치는 게 아니냐는 교육계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초·중등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들이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들은 대책의 초점이 ‘과도한 법률적 개입’을 막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입장문에서 “학폭은 가해학생을 처벌함으로써 모든 사안이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가해학생의 진정한 사과에 기반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화해와 치유, 갈등 조정 등 일련의 교육행위가 수행되어야 진정으로 해결된다”면서 “학폭이 발생했을 때 처벌과 병행하여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화해조정 프로그램 운영을 대폭 확대·강화하고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학부모와 법률적 개입이 과도하게 이뤄지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교육감들은 새 학폭 대책은 피해학생이 2차 가해 등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피해학생 보호 방안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폭 유형과 사안의 ‘경중’을 감안한 사안별, 개인별, 발달단계별 맞춤형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교육감들은 “경미한 사안은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지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폭력 등 중대한 사안은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현재의 학폭 예방 대책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학생의 발달단계를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 사안에 대한 판단능력이 성인과 다를 수 있고, 이에 따라 학생 간 사안이 보호자 사이의 다툼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처벌 중심의 조처보다는 학교장 재량에 의한 화해·조정, 선도 조처, 관계 회복 프로그램 운영 등의 방향으로 전면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밖에 입장문에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징계 처분을 무력화하는 각종 편법을 예방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요구 등도 담겼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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