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폭력(학폭) 담당 교사의 10명 중 8명은 정부가 최근 내놓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교사들은 학폭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여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탓에 서로에 책임을 묻는 쌍방 학폭 신고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19일 내놓은 ‘교육부 학폭 근절 종합대책에 대한 생활교육부장·학폭담당교사 의견 조사’를 보면, 설문에 응한 교사의 85.4%가 ‘교육부의 학폭 근절 종합대책이 학폭 근절에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응답 교사의 절반 이상인 52.3%는 ‘전혀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2일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뼈대로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징계기록을 정시 전형에 반영하는 것을 비롯해 중대한 △학교폭력 가해 기록 보존 기간 연장 △대입 정시까지 징계 기록 확대 반영 △일대일 피해자 맞춤지원 강화 등의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교육부의 이번 학폭 대책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가·피해학생 쌍방 신고 증가’가 74.8%(중복 응답 허용)로 가장 높은 응답 비율을 보였다. 상당수 학폭 사안에서 가해와 피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들이 있어 학생들이 서로 피해를 봤다며 상대를 학교 폭력으로 신고하려 하면서 분쟁이 오히려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주관식 답변을 보면,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과의) 즉시 분리를 요구하는 경우, 상대 학생 역시 피해를 주장하며 (애초 피해를 주장한 학생을) 학폭으로 신고한 뒤 분리 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쌍방 학폭 신고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학폭 사안에 대해 실제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가·피해 학생을 정확히 구분할 수 없는 사안이 대다수”라며 “즉시 분리 조치가 강화될 경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우려가 컸던 사안은 ‘교사가 학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고의가 아니거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교원의 민·형사상 책임은 면제된다’는 대책이다. 이번 설문에서 교사들은 ‘중대한 과실 및 고의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교사의 학폭 대응 관련 분쟁이 있을 때) 교사 대상 민원이나 고소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답변 비율(중복 응답 허용)은 69.5%였다.
학폭 조치사항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보존 기간 연장이나 대학입시 반영 확대 등에는 찬성하는 입장이 반대보다 많았다. 학폭 조치사항의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대책에 대해서는 응답 교사의 57.1%가 찬성했고 반대는 42.9%였다. 대입 전형에 학폭 조치사항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데 대해서는 65.2%가 찬성했고 반대는 34.8%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4일 간 전국 초·중·고교의 생활교육부장과 학폭 담당 교사 43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