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
항공기 조종사 김오래 기장 조종실 문이 닫히고 자신이 객실로부터 격리됐다고 느끼는 순간, 대한항공 김오래(44) 기장은 터질 듯한 긴장감을 느낀다. 비행 경력 14년 베테랑인 그도 항공기 운행 과정에서 가장 힘 들고 사고 위험이 높은 ‘이륙’에 대한 부담을 떨치기 힘들다. 그러나 그에게 온전히 목숨을 내맡긴 승객들을 뒤로한 채 육중한 비행기를 하늘에 띄워올리는 그 순간은, 또한 김 기장에게 가장 보람있고 신명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늘에도, 구름 위에도 길이 있어요. 남들은 모르는 그 길을 따라 가면서 변덕스러운 기상 상태를 살피다가, 갑자기 찬란한 오로라와 맞닥뜨리면 아, 내가 이래서 비행을 하는구나, 싶어요.” 건축공학을 전공한 김 기장은 대학을 마친 뒤 엉뚱한 진로를 찾았다. 그가 졸업하던 해, 비행 경력이 없는 비전공자도 조종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처음 열렸고, 김 기장은 당시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던 비행교육원에 지원해 2년 간의 ‘지옥 훈련’을 받았다. “프로펠러기, 소형 제트기, 대형 항공기 등 다양한 항공기 조종 훈련을 했어요. 비행기를 잘 알아야 하니까 기계공학도 공부해야 하고, 날씨에 밝아야 하니까 기상학은 필수고, 전세계를 다녀야 하니 외국어도 잘 해야 했죠.” 입사하면 공부가 끝날 줄 알았건만 그게 아니었다. 민간항공기 조종사 자격은 한번 취득했다고 해서 천년만년 유효한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일인 만큼 매년 수차례씩 시험을 치르고, 이를 통과해야 계속 일할 수 있다. 정부(건설교통부)에서 실시하는 심사가 일년에 한차례, 항공사에서 실시하는 모의비행장치 훈련이 일년에 두차례, 항공기 기종이 바뀌면 6개월 동안 적응 훈련을 받고, 까다로운 신체검사도 계속된다. ‘시차’는 조종사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다. 억지로 잠을 청하고, 일부러 힘든 운동을 하기도 한다. 탑승 12시간 전에 술을 마신달지 건강에 무리가 따르는 행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조종사는 한달을 기준으로 짜인 비행 일정에 맞춰 스스로를 끊임없이 ‘관리’해야 한다. 김 기장은 “항공기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만큼 이 분야에 도전하려는 청소년들은 미래가 밝을 것”이라며 “성실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며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끈기와 절제를 미덕으로 날짜변경선을 제 집 문턱처럼 넘나드는 고된 일상에서, 가장 큰 격려는 ‘박수’다. “산악 지형이어서 위험하기로 소문난 비행장에, 무서운 빗줄기를 뚫고 착륙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착륙한 뒤 승객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곤 하는데, 매번 잊을 수 없는 기억이죠.” ■ 항공기 조종사 되려면… 항공기 운항 승무원이 되려면 먼저 해당 항공사에서 인정하는 교육과정과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에 위탁 교육과정을 개설해 놓았다. 교육원에서는 해마다 100명 가량의 교육생을 모집하는데, 공군 출신 경력자와 비경력자를 50대 50 정도로 뽑는다. 비경력자 중에는 한국항공대 항공운항과 졸업생이 다수지만, 일반대학 일반학과 출신도 있다. 2년 동안 계속되는 교육에는 비행과 관련한 기초 학과 교육, 각종 항공기 조종술 등이 포함되며 까다롭고 엄격한 훈련과정 중 탈락하는 이들도 제법 있다. 교육을 마치면 대한항공에서 실시하는 입사 시험을 치르고, 채용된 뒤에도 약 7개월 동안 해당 기종 교육과 노선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된다. 평균 10년 가량 부기장으로 근무한 뒤 항공기 전체를 책임지는 기장이 된다.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항공기 조종사 김오래 기장 조종실 문이 닫히고 자신이 객실로부터 격리됐다고 느끼는 순간, 대한항공 김오래(44) 기장은 터질 듯한 긴장감을 느낀다. 비행 경력 14년 베테랑인 그도 항공기 운행 과정에서 가장 힘 들고 사고 위험이 높은 ‘이륙’에 대한 부담을 떨치기 힘들다. 그러나 그에게 온전히 목숨을 내맡긴 승객들을 뒤로한 채 육중한 비행기를 하늘에 띄워올리는 그 순간은, 또한 김 기장에게 가장 보람있고 신명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늘에도, 구름 위에도 길이 있어요. 남들은 모르는 그 길을 따라 가면서 변덕스러운 기상 상태를 살피다가, 갑자기 찬란한 오로라와 맞닥뜨리면 아, 내가 이래서 비행을 하는구나, 싶어요.” 건축공학을 전공한 김 기장은 대학을 마친 뒤 엉뚱한 진로를 찾았다. 그가 졸업하던 해, 비행 경력이 없는 비전공자도 조종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처음 열렸고, 김 기장은 당시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던 비행교육원에 지원해 2년 간의 ‘지옥 훈련’을 받았다. “프로펠러기, 소형 제트기, 대형 항공기 등 다양한 항공기 조종 훈련을 했어요. 비행기를 잘 알아야 하니까 기계공학도 공부해야 하고, 날씨에 밝아야 하니까 기상학은 필수고, 전세계를 다녀야 하니 외국어도 잘 해야 했죠.” 입사하면 공부가 끝날 줄 알았건만 그게 아니었다. 민간항공기 조종사 자격은 한번 취득했다고 해서 천년만년 유효한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일인 만큼 매년 수차례씩 시험을 치르고, 이를 통과해야 계속 일할 수 있다. 정부(건설교통부)에서 실시하는 심사가 일년에 한차례, 항공사에서 실시하는 모의비행장치 훈련이 일년에 두차례, 항공기 기종이 바뀌면 6개월 동안 적응 훈련을 받고, 까다로운 신체검사도 계속된다. ‘시차’는 조종사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다. 억지로 잠을 청하고, 일부러 힘든 운동을 하기도 한다. 탑승 12시간 전에 술을 마신달지 건강에 무리가 따르는 행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조종사는 한달을 기준으로 짜인 비행 일정에 맞춰 스스로를 끊임없이 ‘관리’해야 한다. 김 기장은 “항공기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만큼 이 분야에 도전하려는 청소년들은 미래가 밝을 것”이라며 “성실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며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끈기와 절제를 미덕으로 날짜변경선을 제 집 문턱처럼 넘나드는 고된 일상에서, 가장 큰 격려는 ‘박수’다. “산악 지형이어서 위험하기로 소문난 비행장에, 무서운 빗줄기를 뚫고 착륙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착륙한 뒤 승객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곤 하는데, 매번 잊을 수 없는 기억이죠.” ■ 항공기 조종사 되려면… 항공기 운항 승무원이 되려면 먼저 해당 항공사에서 인정하는 교육과정과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에 위탁 교육과정을 개설해 놓았다. 교육원에서는 해마다 100명 가량의 교육생을 모집하는데, 공군 출신 경력자와 비경력자를 50대 50 정도로 뽑는다. 비경력자 중에는 한국항공대 항공운항과 졸업생이 다수지만, 일반대학 일반학과 출신도 있다. 2년 동안 계속되는 교육에는 비행과 관련한 기초 학과 교육, 각종 항공기 조종술 등이 포함되며 까다롭고 엄격한 훈련과정 중 탈락하는 이들도 제법 있다. 교육을 마치면 대한항공에서 실시하는 입사 시험을 치르고, 채용된 뒤에도 약 7개월 동안 해당 기종 교육과 노선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된다. 평균 10년 가량 부기장으로 근무한 뒤 항공기 전체를 책임지는 기장이 된다.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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