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교사의 인문 사회 비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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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가족 제도에서 부부는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기보다는 두 가문의 결합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부부의 결합이 자녀의 생산과 양육을 통해 가문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지면서 이혼율의 증가 등에 따라 가족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전통 윤리>(교육인적자원부) 118쪽
오늘날의 가족 문제는 1차적으로 사회 변동과 새로운 가치관의 도입으로 인해 발생한다. 따라서, 가족 문제의 해결의 지름길은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에서 찾을 수 있다. 가령, 전통적인 가족 관념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는 편부모 가족, 이혼자 가족, 재혼 가족, 독신 생활을 다양한 가족 생활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의식 형성이 필요하다.―<사회 문화>(교학사) 135쪽
■ 논제 찾아 생각하기
우리는 오랫동안 농촌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유교 문화에서 만들어진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에 큰 가치를 두고 살아 왔어.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전통적 가족은 빠르게 해체되고 있지. 이혼과 재혼이 급증하고, 독신 가구가 증가하며, 동거 가구와 동성 가구가 등장하는 등 그 변화는 걷잡을 수 없어. 이 같은 현상을 ‘가족의 위기’로 보아 전통적 가족 관계의 회복으로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는가 하면, 가족의 해체 현상을 수용해야 할 사회적 변화로 바라보면서 새로운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견해도 있지.
생산력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시작된 산업 혁명의 근대는, 결혼 제도에도 큰 영향을 끼쳤어. 결혼의 범위를 묶어 놓았던 제도적 테두리가 해체되고 근대적 가치 체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던 개성이 존중되면서, ‘사랑’은 결혼의 전제 조건으로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게 됐지. 그리하여 최근에는 ‘사랑 없는 결혼’은 있을 수가 없게까지 됐어.
물론 사랑은 전통 사회에도 있었어. 그러나 부차적인 역할을 했을 뿐, 결혼 생활의 전제 조건은 아니었어. 가문이나 혈통, 재산이나 명성에 관한 고려가 사랑보다 훨씬 높은 자리를 차지했지. 따라서 사랑의 도취는 일종의 병적인 현상이나 불행으로 취급당했어. 그러나 출신 가문의 배경보다는 개인과 개인의 업적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사랑에 대한 일반적 관념이 크게 달라졌어. 바로 이 점이 이혼을 늘리는 원인이 됐지.
그러나 이혼은 이런 단순한 이유 때문에 늘어난 것은 아니야. 이전까지 이혼의 주체는 남성이었는데, 여성이 경제력을 갖게 되면서 여성도 이혼을 당당하게 요구하게 된 거야.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여성 해방은, 여성이 한 손에는 ‘지갑’을 쥐고 다른 한 손에는 ‘피임약’을 쥐면서 시작됐다고 해.) 여성이 자기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가 이혼의 증가로 나타난 거야. 이처럼 인류 사회가 폐쇄 사회에서 개방 사회로 발전해 가면서 이혼은 이런 사회적 상황에 기능적으로 적응해 나가는 측면이 있어. 이혼을 전적으로 비난하거나 혼란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어.
하지만 사람들이 이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데는 다 까닭이 있어. 우선, 이혼은 가족이라는 사회 구성의 기본 단위를 파괴해 사회 안정을 위협하지. 가족이 갖는 기능의 핵심은 새로운 사회 구성원을 길러낸다는 점이야. 가족은 새로운 개인의 초기 사회화에 거의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어. 그런데 이혼으로 말미암아 자녀를 올바르게 사회화시키지 못한다면, 과연 건강한 사회가 계속될 수 있겠어? 나아가, 이혼은 자녀에 대한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난받아 마땅한 측면도 분명히 있어. 이혼은 의심할 여지없이 자녀의 정서나 생활에 충격을 주고, 다른 성(性)을 혐오하도록 부추길 수도 있고, 이혼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심한 경우에 그들을 문제아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런저런 부정적인 사실 때문에 이혼하지 않았을 때 치르게 될 비싼 대가를 망각해서는 안 돼. 잘못된 결혼 생활의 지속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끝없는 참담함, 노이로제, 우울증, 알코올 중독, 종교적 몰입, 혼외 정사 등의 도피는 결코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되거든. 뿐만 아니라, 생의 무의미함에 대한 심각한 감정이 생길지도 모르며, 자신의 정서적인 불안감이나 열등감을 다른 사람에게 돌릴 수도 있어.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이혼을 도덕성의 실추로 돌리는 경향이 농후해. 그러나 이것은 짧은 생각이야. 오히려 이혼을, 과거의 제도적 기초를 포기하고 개인적 만족에 기반을 둔 새로운 토대를 찾아나가는 발전의 결과로 평가해야 해. 이혼을 금지하는 것은 가족의 물리적 해체를 막으려는 시도이지만, 가족의 심리적 결속이라는 측면에서는 별다른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거든.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는 가족만을 이른바 ‘정상 가족’으로 보는 것이 잘못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어. 특정한 형태의 가족만을 정상 가족으로 보는 것은 사실의 측면에서도, 가치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아. 우선 사실의 측면에서 보면 특정 가족이 통계상 지배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나아가 가치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한 가지 삶의 방식만을 규범화함으로써 개인의 다양한 삶의 기회를 제약하는 것은 옳지 못해.
그러므로 이른바 ‘정상 가족’만을 인정하고 그렇지 못한 가족 형태는 이른바 ‘결손 가족’으로 보는 편파적 시각은 버려야 해. 한 부모 가족, 1인 가구도 이제는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가족의 형태야. 이를 전통적인 가족 개념으로만 바라본다면 다양한 가족 형태를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거야.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 시각이야말로 도리어 가족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어.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여수여고 교사
박용성/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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