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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가족의 해체’ 어떻게 볼 것인가

등록 2007-03-25 17:32수정 2007-03-26 11:12

박용성 교사의 인문 사회 비타민 /

교과서 훑어보기

전통적인 가족 제도에서 부부는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기보다는 두 가문의 결합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부부의 결합이 자녀의 생산과 양육을 통해 가문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지면서 이혼율의 증가 등에 따라 가족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전통 윤리>(교육인적자원부) 118쪽

오늘날의 가족 문제는 1차적으로 사회 변동과 새로운 가치관의 도입으로 인해 발생한다. 따라서, 가족 문제의 해결의 지름길은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에서 찾을 수 있다. 가령, 전통적인 가족 관념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는 편부모 가족, 이혼자 가족, 재혼 가족, 독신 생활을 다양한 가족 생활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의식 형성이 필요하다.―<사회 문화>(교학사) 135쪽

■ 논제 찾아 생각하기

우리는 오랫동안 농촌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유교 문화에서 만들어진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에 큰 가치를 두고 살아 왔어.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전통적 가족은 빠르게 해체되고 있지. 이혼과 재혼이 급증하고, 독신 가구가 증가하며, 동거 가구와 동성 가구가 등장하는 등 그 변화는 걷잡을 수 없어. 이 같은 현상을 ‘가족의 위기’로 보아 전통적 가족 관계의 회복으로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는가 하면, 가족의 해체 현상을 수용해야 할 사회적 변화로 바라보면서 새로운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견해도 있지.

생산력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시작된 산업 혁명의 근대는, 결혼 제도에도 큰 영향을 끼쳤어. 결혼의 범위를 묶어 놓았던 제도적 테두리가 해체되고 근대적 가치 체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던 개성이 존중되면서, ‘사랑’은 결혼의 전제 조건으로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게 됐지. 그리하여 최근에는 ‘사랑 없는 결혼’은 있을 수가 없게까지 됐어.

물론 사랑은 전통 사회에도 있었어. 그러나 부차적인 역할을 했을 뿐, 결혼 생활의 전제 조건은 아니었어. 가문이나 혈통, 재산이나 명성에 관한 고려가 사랑보다 훨씬 높은 자리를 차지했지. 따라서 사랑의 도취는 일종의 병적인 현상이나 불행으로 취급당했어. 그러나 출신 가문의 배경보다는 개인과 개인의 업적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사랑에 대한 일반적 관념이 크게 달라졌어. 바로 이 점이 이혼을 늘리는 원인이 됐지.

그러나 이혼은 이런 단순한 이유 때문에 늘어난 것은 아니야. 이전까지 이혼의 주체는 남성이었는데, 여성이 경제력을 갖게 되면서 여성도 이혼을 당당하게 요구하게 된 거야.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여성 해방은, 여성이 한 손에는 ‘지갑’을 쥐고 다른 한 손에는 ‘피임약’을 쥐면서 시작됐다고 해.) 여성이 자기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가 이혼의 증가로 나타난 거야. 이처럼 인류 사회가 폐쇄 사회에서 개방 사회로 발전해 가면서 이혼은 이런 사회적 상황에 기능적으로 적응해 나가는 측면이 있어. 이혼을 전적으로 비난하거나 혼란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어.

하지만 사람들이 이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데는 다 까닭이 있어. 우선, 이혼은 가족이라는 사회 구성의 기본 단위를 파괴해 사회 안정을 위협하지. 가족이 갖는 기능의 핵심은 새로운 사회 구성원을 길러낸다는 점이야. 가족은 새로운 개인의 초기 사회화에 거의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어. 그런데 이혼으로 말미암아 자녀를 올바르게 사회화시키지 못한다면, 과연 건강한 사회가 계속될 수 있겠어? 나아가, 이혼은 자녀에 대한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난받아 마땅한 측면도 분명히 있어. 이혼은 의심할 여지없이 자녀의 정서나 생활에 충격을 주고, 다른 성(性)을 혐오하도록 부추길 수도 있고, 이혼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심한 경우에 그들을 문제아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런저런 부정적인 사실 때문에 이혼하지 않았을 때 치르게 될 비싼 대가를 망각해서는 안 돼. 잘못된 결혼 생활의 지속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끝없는 참담함, 노이로제, 우울증, 알코올 중독, 종교적 몰입, 혼외 정사 등의 도피는 결코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되거든. 뿐만 아니라, 생의 무의미함에 대한 심각한 감정이 생길지도 모르며, 자신의 정서적인 불안감이나 열등감을 다른 사람에게 돌릴 수도 있어.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이혼을 도덕성의 실추로 돌리는 경향이 농후해. 그러나 이것은 짧은 생각이야. 오히려 이혼을, 과거의 제도적 기초를 포기하고 개인적 만족에 기반을 둔 새로운 토대를 찾아나가는 발전의 결과로 평가해야 해. 이혼을 금지하는 것은 가족의 물리적 해체를 막으려는 시도이지만, 가족의 심리적 결속이라는 측면에서는 별다른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거든.

박용성/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박용성/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는 가족만을 이른바 ‘정상 가족’으로 보는 것이 잘못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어. 특정한 형태의 가족만을 정상 가족으로 보는 것은 사실의 측면에서도, 가치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아. 우선 사실의 측면에서 보면 특정 가족이 통계상 지배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나아가 가치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한 가지 삶의 방식만을 규범화함으로써 개인의 다양한 삶의 기회를 제약하는 것은 옳지 못해.

그러므로 이른바 ‘정상 가족’만을 인정하고 그렇지 못한 가족 형태는 이른바 ‘결손 가족’으로 보는 편파적 시각은 버려야 해. 한 부모 가족, 1인 가구도 이제는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가족의 형태야. 이를 전통적인 가족 개념으로만 바라본다면 다양한 가족 형태를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거야.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 시각이야말로 도리어 가족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어.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여수여고 교사


[기출문제] 2007학년도 이화여자대학교 모의논술 문제

유엔은 65세 이상 노년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노년 인구 구성비가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로 정의하고 있다. 노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아래에 제시된 글과 자료를 활용하여 다음 질문에 답하시오. (2007 이화여자대학교 모의 논술)

문제1. (가)와 (나)에서의 노인에 대한 관점을 제시하고, 이들 각각의 관점에서 (다)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시오. (400~500자)

문제2. (마)에서 제시된 <표1>과 <표2>를 활용하여 (라)의 타당성을 논하시오. (400~500자)

문제3. (마)의 <표1>에 근거하여,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가는 데 몇 년 정도 걸릴지를 산출하는 방법에 관해 논하시오.

문제4. 아래의 제시문과 자료를 모두 활용하여,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고령 사회의 노인 복지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1400~1600자)

(가) 늙는다는 것은 좋은 일
경험에서 오는 평화
농익어 주름 잡힌 성취
그런 것들로 채워진 노년

완성의 주름진 미소가 삶을 따라 나오고,
흔한 거짓말에 흔들리거나 맘 상하지 않는 삶,
그런 삶이 노년에 이르면
사과처럼 익어가고 능금처럼 향기롭다.

노인들은 편안하다.
사랑에 지쳤을 때 사과가 그러하듯,
노랗게 단풍드는 잎새처럼 향기롭고
가을의 부드러운 정적과 만족감에 아스라하다.

(나) 『수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젊음을 더할 수 없이 밝고 즐거운 빛깔로 그려 놓는다. 젊음은 열렬하며 열정적이고 도량이 넓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노년은 모든 면에서 그 반대이다. 노인들은 수많은 세월을 살아 왔고, 또 그러는 동안 종종 속으며 살았고, 실수도 저질렀으며, 또 인간사란 태반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것들이므로 그들은 아무것에도 안심하지 못하고, 뻔히 드러나는데도 모든 일을 마땅히 해야 할 것 뒤에 숨어 위선적으로 행한다. 노인들은 터놓고 말하지 않으며 망설이며 겁이 많다. 그들은 성격이 나쁘다. 만사가 더 나빠지리라고 가정한다는 것은 결국 성격이 나쁘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그들이 품고 있는 불신 때문에 항상 악을 가정한다. 또 그들은 자신의 인생 경험 때문에 불신하고 의심하는 것이다. 노인들은 사랑이나 미움에서도 미적지근하다. 또 그들은 비루하다. 그것은 삶이 그들을 모욕했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관대함이 부족하다. 그들은 이기적이고, 겁이 많고, 냉정하다. 그들은 또 뻔뻔스럽게 세론 같은 것은 무시해 버린다. 노인들은 희망보다는 추억의 힘으로 산다. 노인들은 수다를 떨며 과거를 되씹는다. 노인들은 흥분하면 격렬하다. 그 흥분은 아무런 힘이 없다. 노인들은 온건해 보인다. 그들에게는 욕망이 없고 단지 이해 관계를 따지는 이기심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바로 이런 이기심에 의해 사는 것이지 아름다움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동정심에는 마음을 활짝 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영혼이 고귀해서가 아니라 나약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탄식한다. 그러나 노인들은 이제 웃을 줄 모르는 존재들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경험이 진보의 요인이 아니라 쇠퇴의 요인이라는 점이다. 노인이란 길고 긴 인생 내내 잘못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므로 노년은 아직 그가 저지른 만큼 많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은 젊은 사람들보다 우월하지 못하다.

(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1882년에 그린 「울고 있는 노인」에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흐느끼고 있는 초라한 한 노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이 그려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120여 년 전이지만,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이 그림의 주인공이 현대 노인의 소외를 상징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듯하다. 현대 노인의 소외는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노인 소외는 가족 관계에서 일어난다. 자녀들과의 동거 여부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노인들에게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의미 있는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다. 자녀들과 떨어져 사는 경우에는 가족 대소사에 대한 개입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자녀들과 동거하는 노인의 경우에도 큰 차이는 없다. 손자녀의 양육 문제를 예를 들어 보자. 경제권의 상실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이 전통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분야 중 하나가 손자녀의 양육 문제였다. 그러나 이것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 가고 있다. 손자녀 양육에서 노인의 발언권은 현저히 약해졌다. 자녀들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만이 아니다. 절대 다수의 노인들은 급변하는 현대의 정보 사회에서 손자녀 양육에 필요한 기능적 측면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라)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는 경제 성장 및 노령화의 진전, 혹은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 증대 등으로 인해 국가 복지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증대되어 왔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인해 국가가 그러한 욕구를 외면하였기 때문에 고도 산업 사회로 접어든 지금에도 국가를 대신하여 가족이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국가가 노후 소득을 충분히 보장하고 각종 사회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한다면, 개인들이 자신의 생활을 위해 사적 이전*에 의존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는 국가가 노후 소득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노인 소득에서 사적 이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지, 부모 부양 의식이 높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시민들이 서구에 비해 부모 부양 의식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의 소득은 핵가족 구성원들의 생활 유지와 자신들의 장래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충분치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국가에서 노인 부양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커다란 부담을 감수하면서 부모 부양을 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노인들 모두가 노후 생활을 위해 가족 의존도를 줄이고 국가 의존도를 높여갈 것으로 대답하고 있다. 이것은 불과 15년 사이에 양국 국민들의 유교적 가치관에 어떤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 국가에서 사회 보장 제도가 미약한 정도로나마 확립되어 감에 따라 가족에 대한 노인들의 의존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동아시아 국가들에서의 복지 저성장에 대한 요인은 유교적 가치관이나 가족 의존성 이외의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사적 이전(私的移轉) : 노인 복지와 같이 한 사람의 가족 구성원의 복지를 가족 내의 또 다른 구성원이 가진 자원에 의존하는 현상.

(마)
우리나라 인구 구성비와 부양비에 관한 통계 및 예측자료
우리나라 인구 구성비와 부양비에 관한 통계 및 예측자료

<유의 사항>
1. 시험 시간은 150분임
2. 답안은 답안지의 해당 문항 번호에 검은색 펜이나 연필로 작성할 것
3. 학교명, 성명 등 자신의 신상에 관련된 사항을 답안에는 드러내지 말 것
4. 연습은 문제지 여백을 이용하고, 답안은 문항별 답안지 길이에 맞추어 작성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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