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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계 논술’ 이것만은 꼭!
지난해 정시전형 자연계열 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한 대학은 숙명여대 한 곳 뿐이었다. 반영비율도 5% 미만으로 낮았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를 보면 2008학년도 정시 자연계열 모집에서 37개 대학이 논술을 실시한다. 인문계열 모집에 논술을 치르는 44개 대학과 비슷한 수치다. 이제 자연계열에서도 주요 대학 진학의 당락을 결정하는 변수로 논술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서울의 한 대학 공대에 지원해 논술을 봐야 하는 ㄱ양. 그를 따라 고사장에서 논술을 보는 것을 가상해 자연계 논술 공부의 해법을 찾아보자. 자연계 논술은 인문계 논술과 차이가 있는 만큼 올해 치러질 자연계 논술의 실전을 미리 그려보면, 자연계 논술 시험을 어떻게 봐야 할지, 자연계 논술은 평소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손에 잡힐 수 있다.
① ‘유의사항’도 점수에 포함된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덮어뒀던 문제지를 뒤집은 ㄱ양은 제일 먼저 ‘유의사항’을 찾았다. 특히 각 논제마다 요구되는 ‘분량’을 확인했다. 경희대처럼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101자~1,200자 이내’라고 정확히 명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분량 제한을 따라야 한다. 분량을 지키지 않는 것은 ‘1순위’ 감점 요인이다. 실제로 고려대는 분량의 제한을 둔 논제에 대해 분량제한에서 50자 이상 적거나 많으면 1단계씩 감점을 주고 있다. 이런 대학은 대개 시험지로 원고지 형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수식’이나 ‘도표’로 표현하는 데 익숙한 자연계 학생들한테 글쓰기 분량을 뜻대로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평소 논술 공부를 할 때도 지망대학의 경향을 파악한 뒤 분량에 맞춰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원고지에 분량에 맞춰 써보는 연습은 필수다. ② 논제를 읽으면 답이 보인다 유의사항을 확인한 ㄱ양은 제시문을 건너 뛰고 논제부터 읽기 시작했다. 세 줄 이상으로 길게 서술된 논제를 여러 차례 읽으면서 출제자의 ‘요구사항’을 정리했다. 논제 해결에 필요한 원리와 공식들이 눈에 보였다. 보인고 이효근 교사는 “제시문을 먼저 읽으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내용에 집중하게 되고 제시문 전체를 멋대로 해석해 버릴 수 있다”며 “논제를 먼저 분석해야만 글을 쓰는 데 제시문에서 반드시 추려내 활용할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논제 분석은 논제 해결의 방향과 순서를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물론 인문계 논술에도 중요하다. 그러나 자연계 논술에서는 차이가 있다. 논제를 잘 분석한 다음에 필요한 원리와 공식이 무엇인지 확인하면, 마치 수학의 단답형 문제처럼 논제 해결을 쉽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논술을 대비하는 자연계 학생들은 우선 논제를 ‘독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효근 교사가 제안하는 ‘논제 분석 요령’ 3단계는 다음과 같다.(아래표 참조)
논제 분석해 필요한 원리와 공식 무엇인지 확인
분량 어기면 감점… 제시문 인용땐 출처 써줘야
숭실고 정형식 교사는 “논제에는 쓸데없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연습만 하면 논제를 분해해 핵심을 찾아내는 게 쉽다”고 했다. 각 대학이 발표한 모의논술고사의 해설자료를 보면, 출제자의 요구사항은 ‘논제별 평가기준’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자신의 논제 분석 결과와 비교하고 대조하면 좋다.
③ 제시문은 1차적 배경지식이다
ㄱ양은 드디어 제시문을 읽기 시작했다. 논제 독해를 통해 찾아낸 출제자의 요구사항에 맞는 사실과 근거들을 제시문에서 찾았다. 그런 다음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때 제시문에 나온 근거와 원리에 기초해 논리를 폈고 제시문을 인용한 부분은 반드시 출처를 언급했다.
인문계 논술의 제시문을 읽을 때는 핵심 내용을 파악해 글 전체를 아우르는 글쓴이의 사상과 의도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지만, 자연계 논술은 약간 다르다. 논제 분석 결과에 따라 제시문의 특정 부분만이 활용될 수 있다.
성균관대는 ‘2008학년도 모의논술 출제방향(자연계)’ 발표를 통해 ‘채점방향’과 관련해 이렇게 밝혔다. “문제를 제시문에 주어진 과학적 사실과 근거를 바탕으로 얼마나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논술하는가 여부를 평가한다.” 쉽게 말해 수험생은 논제 해결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제시문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제시문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독해가 요구되는 까닭이다.
또 인문계 논술은 제시문의 견해를 뛰어넘는 독창적인 답안을 만들기가 쉬운 반면, 자연계 논술은 그렇지 않다. 자연계 논술 제시문은 부정할 수 없는 과학적 근거와 원리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효근 교사는 “인문계 논술에 적용되는 발산적 창의성은 기존의 방법과 ’다르기’만 하면 되지만, 자연계 논술의 수렴적 창의성은 ’다르면서도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글을 쓸 때 제시문을 인용하고 그 내용을 표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자연계 논술을 대비하는 데는 기출문제의 제시문을 꼼꼼히 독해하는 연습을 평소에 해보는 것이 좋다. 적중률 높은 배경지식을 쌓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 자연계 논술 대비 어떻게
‘전제 뒤 논증’ 풀이과정 중시
기출문제로 배경지식 정리를
자연계 논술은 인문계 논술과는 조금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올해에는 자연계 논술이 과학과 수학적 지식을 묻는 논제로 ‘특화되어’ 출제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시 전형 5주를 남겨둔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논술 대비 초단기 전략은 어떻게 짜야할까.
“자연계열 학생들은 배경지식이 탄탄하면 글쓰기는 비교적 쉽게 해결된다.” 숭실고 정형식 교사의 말이다. 자연계 논술은 인문계 논술보다 배경지식의 중요성이 더 크다. 주어진 제시문을 독해할 때도 그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크게 난다. 숭실고 조기성(17)군은 “논술을 쓸 때 제시문의 내용이 생소하면 굉장히 당황하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우선 교과과정에서 배운 배경지식을 검토하고 정리하는 게 우선이다. 배경지식을 선별할 때는 교과서가 아닌 각 대학의 ‘기출문제’를 활용한다. 시간이 넉넉지 않은 것도 이유지만 논술고사의 형태로 출제될 수 있는 주제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기출문제를 분석하면 각 교과별로 자주 나오는 ‘단골’ 주제어를 찾을 수 있다. 교과서나 참고서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 정리하는 일은 그 다음이다.
정형식 교사는 “빈출 주제어만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그 주제가 기출문제를 통해 어떻게 다뤄지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다른 제시문들을 모으면 원리, 실제사례, 현상 등을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논술 자료가 될 수 있다. 첫 2주는 기출문제나 모의고사의 제시문을 배경지식으로 정리하면서, 일주일에 한 대학씩 지망대학의 기출문제를 실전처럼 풀어보는 시간으로 삼는다.
자연계 논술은 인문계 논술과 달리 글쓰기 유형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글쓰기 훈련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보인고 이효근 교사는 “인문계 논술은 글쓰기 능력을 주로 평가하지만 자연계 논술은 풀이 능력을 강조한다”고 했다. 성균관대 2008학년도 모의논술 채점결과를 보면 “개념은 비록 고등학교 지식이지만 논리적 설명은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의문을 갖지 않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어려운 단어를 쓰거나 복잡한 전개가 필요없다는 말이다.
복잡한 전개나 화려한 문장 불필요
쉽고 명료한 글쓰기에 익숙해져야
이는 자연계 논술이 대개 전제(근거)-주장(결론)으로 이뤄지는 간단한 ‘논증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다. 논증은 자신이 입증하고 싶은 사실의 전제를 세우고 그 전제를 다양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 ‘참’임을 설득해가는 과정이다. 어려운 단어나 화려한 문장은 ‘쉬운’ 논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형식 교사는 “인문계 학생들은 글쓰기 능력이 중요하지만 자연계 학생들에게는 과학적 원리나 개념들을 설명할 수 있는 정도의 표현능력만 있으면 된다”며 “몇 차례 첨삭만 꾸준히 받아도 자연계 학생들은 금세 필요한 글쓰기 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교사의 첨삭과 더불어 각 대학이 ‘모범답안’으로 제시한 글들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숭실고 하형석(18)군은 “처음 논술을 시작할 때는 대학이 해설자료에 덧붙인 우수답안을 참고했다”며 “내 글과 비교하면 대학이 원하는 글쓰기가 어떤 건지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예시답안은 반드시 직접 글을 쓴 뒤에 참고용으로 봐야한다. 글 쓰기 전에 보는 예시답안은 사고력을 얽매는 ‘덫’이 될 수 있다.
3주차부터는 본격적으로 글쓰기 연습을 하면서 첨삭결과 등을 토대로 자연계 논술이 요구하는 쉽고 명료한 글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분량을 지키는 훈련도 함께한다.
■ 고교 1·2학년 자연계 논술대비법
과학·수학 교과 기초공사 튼튼히
“3학년 때 도서관에 가면 논술에 도움이 될만한 과학이나 수학 관련 교양서적들이 눈에 많이 띄었어요. 시간이 없어 꼼꼼히 읽어볼 수 없어 아쉬웠죠.” 최근 수시 2학기 전형으로 경희대 생물학과에 합격한 숭실고 조기성(17)군은 1, 2학년때 논술 대비를 차곡차곡 하지 않은 게 못내 아쉽다고 했다. 논술 덕에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진학했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지난날들을 회상하면 안타까움이 밀려드는 것이다.
자연계 논술을 정복하는 ‘지름길’이 있을까. 숭실고 수시 2학기 합격자들이 1, 2학년 후배들을 위해 경험담을 털어놨다.
1, 2학년들은 지금부터라도 과학이나 수학 교과 수업에 열중해야 한다. 국민대 기계자동차공학부에 합격한 하형석(18)군은 “논술은 우리가 교과 공부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묻는다는 점에서 결코 어렵지 않다”며 “다만 교과 공부를 충실히 했다는 전제가 서야 한다”고 했다.
2008학년도 새논술의 출제방향은 철저하게 ‘교과서’ 중심이다. 거의 모든 대학이 고교 교과과정을 존중하겠다고 출제방향을 밝혔고 서울대와 고려대는 교과서 지문을 제시문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따라서 논술을 위해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핵심 개념이나 원리 등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필수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만으로 부족한 게 있다면 참고서를 통해 보충하고 완벽하게 이해될 때까지 추가 자료를 찾아 확인하는 게 좋다. 교육방송(EBS) 강의나 백과사전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 덧붙일 수도 있다. 특히 백과사전은 고려대가 2008학년도 자연계열 모의논술고사 관성력에 대한 문항을 만들면서 참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내신이나 수능 공부를 하면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준비하면 나중에 훌륭한 ‘나만의 논술교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수학 및 과학 관련 교양서를 틈틈히 읽어두면 배경지식의 빈곤에 허덕이지 않을 수 있다. 몇몇 대학의 논제는 상당한 수준의 과학적 사고력과 추론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심화된 수준의 배경지식을 쌓기 위한 노력을 틈틈이 하도록 한다.
글쓰기에 대한 기초적인 훈련도 미리 해놓으면 실전 논술 연습 때 수월하다. 동국대 기계공학과에 합격한 양재영(17)군은 “논술을 쓰면서 좀더 쉽게 논리적으로 표현하지 못해 고심한 적이 많다”며 “글쓰기의 기본기가 갖춰져 있으면 좀더 쉽게 논술의 형식에 맞춰 글로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학교에 논술 수업이 열리면 1학년 때부터 글쓰는 연습을 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고3이 되어 입시를 위한 기출문제 풀이에 바로 들어가면 학생들은 ‘논술 글쓰기’에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동안 배운 교과 내용들을 논술에 활용할 수 있는 ‘배경지식’으로 전환하느라 바쁜 와중에 글쓰기마저 어렵다면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군은 “어렸을 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모임을 한 적이 있어 글쓰기에는 두려움이 없었는데 그게 논술 적응력을 키운 것 같다”고 했다. 꼭 논술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일기나 인터넷 글쓰기를 통해 꾸준히 ‘쓰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고 수시 합격자들은 조언한다.
‘모둠’을 꾸려 운영하는 것도 논술 대비에 좋은 방법이다. 양군은 “아침에 논술수업을 하면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수업 내용에 대해 생각과 의견을 나눴다”며 “남의 생각을 듣고 내 생각을 설득하다 보면 사고력이 크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자연계 논술의 논제를 해결하는 데는 ‘왜?’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논리를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모둠을 꾸려 친구들과 끝없이 질문을 주고받다 보면 채점자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 답안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① ‘유의사항’도 점수에 포함된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덮어뒀던 문제지를 뒤집은 ㄱ양은 제일 먼저 ‘유의사항’을 찾았다. 특히 각 논제마다 요구되는 ‘분량’을 확인했다. 경희대처럼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101자~1,200자 이내’라고 정확히 명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분량 제한을 따라야 한다. 분량을 지키지 않는 것은 ‘1순위’ 감점 요인이다. 실제로 고려대는 분량의 제한을 둔 논제에 대해 분량제한에서 50자 이상 적거나 많으면 1단계씩 감점을 주고 있다. 이런 대학은 대개 시험지로 원고지 형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수식’이나 ‘도표’로 표현하는 데 익숙한 자연계 학생들한테 글쓰기 분량을 뜻대로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평소 논술 공부를 할 때도 지망대학의 경향을 파악한 뒤 분량에 맞춰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원고지에 분량에 맞춰 써보는 연습은 필수다. ② 논제를 읽으면 답이 보인다 유의사항을 확인한 ㄱ양은 제시문을 건너 뛰고 논제부터 읽기 시작했다. 세 줄 이상으로 길게 서술된 논제를 여러 차례 읽으면서 출제자의 ‘요구사항’을 정리했다. 논제 해결에 필요한 원리와 공식들이 눈에 보였다. 보인고 이효근 교사는 “제시문을 먼저 읽으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내용에 집중하게 되고 제시문 전체를 멋대로 해석해 버릴 수 있다”며 “논제를 먼저 분석해야만 글을 쓰는 데 제시문에서 반드시 추려내 활용할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논제 분석은 논제 해결의 방향과 순서를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물론 인문계 논술에도 중요하다. 그러나 자연계 논술에서는 차이가 있다. 논제를 잘 분석한 다음에 필요한 원리와 공식이 무엇인지 확인하면, 마치 수학의 단답형 문제처럼 논제 해결을 쉽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논술을 대비하는 자연계 학생들은 우선 논제를 ‘독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효근 교사가 제안하는 ‘논제 분석 요령’ 3단계는 다음과 같다.(아래표 참조)
자연계열도 논술의 비중이 커졌다. 기출문제와 교과서를 토대로 빈출 주제를 정리하는게 우선이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한 학생이 2008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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