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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영어로 의사소통’ 대학입시부터 바뀌어야

등록 2008-01-29 20:04수정 2008-01-30 12:00

서울 남부교육청 관내 중·고교 영어교사들이 29일 오전 서울 당산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한테 영어 수업 능력 향상을 위한 교습법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남부교육청 관내 중·고교 영어교사들이 29일 오전 서울 당산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한테 영어 수업 능력 향상을 위한 교습법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영어교육 혁신안] 약인가 독인가 (하)
대학들 ‘영어능력시험’ 고득점자 가산점 가능성
토플·텝스 점수 요구때도 ‘과외 부작용’ 해소 못해

“영어 과외 안 받아도 대학 갈 수 있게 하겠다.”(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고등학교만 나와도 의사소통할 수 있게 영어교육 틀을 확 바꾸겠다.”(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새 정부가 영어교육 혁신 방안을 밝히면서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이다. 그러나 상당수 학부모·교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대학들이 입시에서 영어 고득점자를 선발하려는 태도를 고수하는 한 그런 약속은 ‘헛구호’가 되기 십상이라는 이야기다.

인수위의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보면,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영어 대신, 현재 교육인적자원부가 개발 중인 ‘영어능력 평가시험’을 치르게 된다. 또 인수위는 2010년부턴 모든 고교에서 영어수업을 영어로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발표를 보면, 차기 정부는 초·중·고 영어교육의 목표를 읽기·듣기 중심 수능 대비 교육에서 말하기·쓰기까지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쪽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어수업을 영어로 하자는 발표에 교사들이 먼저 우려하는 건 대학 입시 부담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저항’이다. 진학하고 싶은 상위권 대학이 영어 고득점을 요구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중학생 교실도 비슷하다.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에 가려면 토플·텝스에서 고득점을 따야 하는 형편이다. 한 특목고 대비 학원 본부장은 “영어 사교육 바람이 거센 것은 학생들이 영어 구사력을 키우는 정도를 넘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공인화된 점수를 따려 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행수 서울 동성고 영어교사는 “인수위가 영어 평가를 말하기·쓰기 중심으로 바꾸려 해도, 대학들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발표대로라면 학생들은 초·중·고교 때 영어능력 평가시험에서 자신의 수준에 해당하는 등급을 따게 된다. 하지만 대학이나 특목고들은 수험생들에게 토플·텝스 같은 공인 영어시험 성적을 더 요구하거나 고득점자에게 가산점을 줄 가능성이 있다. 영어능력 평가시험에서 일정 정도 이상의 등급을 따면 대학입시에서 다른 영어시험은 보지 않아야 하는데, 과연 대학들이 그렇게 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상위권’ 대학들은 수능 등급제의 변별력을 문제삼고, 논술시험에 영어 지문을 금지한 교육부 ‘논술 가이드라인’ 폐지를 요구해 왔다. 이런 모습에 비춰볼 때 대학들이 수능 영어 점수로 선발하거나, 고난도 영어 독해 실력을 살피는 ‘본고사형 영어시험’을 치를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7등급(고졸까진 5등급)인 영어능력 검정시험이 있는 일본에서도 대학들이 본고사를 치른다. 한 수도권 대학 입학처장은 “영어능력 평가시험으로 평가하면 학생들의 입시 부담은 줄겠지만, 대학들이 이를 얼마나 수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학벌 없는 사회’는 최근 성명을 내 “대학 서열 체제에서 영어 사교육은 고득점을 받아야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변별력 때문이지, 일반적인 영어능력 향상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1 학생의 학부모(43·여)는 “고교에서 도달할 의사소통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할 텐데 아무래도 영어 점수는 올려놔야 하지 않겠느냐”며 “수능 등급제가 1년 만에 점수제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5~6년 뒤 인수위 발표대로 되리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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