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지난달 말 캐나다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 다녀왔다. ‘버추프로젝트’ 라는 인성훈련 프로그램 개발 20주년 기념행사였는데 한 세션에서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
세션의 제목은 ‘버추(미덕)와 함께하는 창의적 놀이’였는데 한마디로 미술작업이었다. 호텔이라는 공간의 제약으로 유화물감으로는 못하고 오일 파스텔로 작업했다. 작업이래야 자기가 생각하는 미덕(감사ㆍ관용ㆍ배려ㆍ정직ㆍ청결ㆍ인내 등)을 염두에 두고 마음 가는 대로 도화지에 표현하는 것이었다. 도형을 그리기도 하고 선을 그리기도 하면서 손으로 문지르기도 하고 칼로 긁어내기도 했다. 금가루, 은가루를 뿌리기도 하고 붓에 물을 묻혀 비벼대기도 했다. 마무리는 코팅스프레이였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같이 모여 완성된 작품에서 어떤 것들이 보이는가 대화를 나눴다. 바로 보기도 하고, 거꾸로 세워 보기도 하고, 뉘어서 보기도 하면서 즐거운 상상은 끝이 없었다. 그러면서 ‘원더풀’이라는 말로 서로를 추어올렸다. 그러고 보니 전부 정말 멋진 작품들로 보였다. ‘감사함’을 생각하며 만든 내 작품에 대해 사람들이 이런저런 의미를 찾아주니까 가슴이 뜨거워지기까지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봤다. 나는 학창 시절에 그림 그리는 걸 끔찍이도 싫어했다. 고3이 되어서 제일 좋았던 건 미술 실기 시간이 없어진 것이었다.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귀찮고 힘들어했다. 누가 비웃을까 제대로 내놓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내 인생 처음으로 마음 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눈물이 핑 돌았다.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지금은 전혀 기억할 수 없지만, 내가 어릴 때 어떤 사건이 있었겠지. 내가 어떤 그림을 그렸을 것이고, 누군가가 잘못 그렸다고 평가하거나 어쩌면 놀리기도 했을 것이다. 아마 이런 일이 몇 번은 반복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의 부모님들마저도 ‘맞아! 너는 그림에 소질이 없는 아이야’ 하고 꼬리표를 붙였을 것이다.
주변에서 아이들에게 쉽게 ‘얘는 음악에 소질이 없어요’ ‘얘는 몸이 뻣뻣해서 무용을 잘 못해요’ 등의 꼬리표를 붙이는 걸 본다. 누구든 그렇게 얘기하면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만 부모가 붙이는 꼬리표는 정말로 장기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준다. 그런 시간만 되면 쪼그라들어 자신감이 없고 자존감까지 낮아진다. 부모는 최후의 보루이다. 다른 누가 뭐라 해도 우리 아이의 시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해보자. “나는 누가 뭐래도 네 그림이 맘에 든단다”라고.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자존감이라는 행복한 삶의 기반을 키우는 일이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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