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어느 날 내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중국에 있는 가족들―아내와 고등학생인 두 아들―을 만나러 가는데, 가서 무슨 얘기를 하고 오면 좋겠냐고 물었다. 평소 그 친구가 아이들에게 가면 늘 정신교육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보낸 유학이어서 1년에 몇 번밖에 볼 형편이 안 되었다. 그러니 만나면 아버지로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진심을 다해 얘기하다 보면 두세 시간은 보통이고 어떤 때는 끌어안고 운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대화가 늘 반복된다는 점이었다. 나는 이번엔 좀 바꿔보라고 했다. “실컷 칭찬하고 인정하고 와라. 두 아들을 인정하고 칭찬할 점을 열심히 생각해 보고, 아내의 도움을 받아 더 보탠 다음 시의적절하게 아이들에게 풀어주고 와라.”
도착했을 때 아내는 아이들이 부탁한 얘기를 들려줬다. ‘엄마, 우리 정신 교육은 일요일 저녁에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월요일에 학교 가면 수업에 지장이 있어요. 아빠에게 잘 말씀드려 주세요’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신교육 없다”고 말하고 준비한 칭찬과 인정을 적절한 시기에 풀기 시작했단다. 예전 같으면 주로 교훈적인 이야기와 지적하는 형태의 대화가 이어졌을텐데 이번에는 달랐다. 아이들이 아빠에게 인정을 받자 표정들이 환하게 밝아오고 같이 있는 시간이 정말로 편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뒤이어 그 친구가 한 말이 더 귀하게 내 가슴에 와 닿았다. “아이들을 칭찬하고 인정하다 보니 내 마음에 진정으로 감사함이 올라오더라”는 고백이었다. 마침 <비밀>(The Secret)이라는 책을 읽고 감사의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실천하고 싶었는데, 아이들과 아내에게 자연스럽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정말로 뿌듯한 시간이었다고도 했다.
“우리 아이는 아무리 봐도 잘하는 게 별로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이해할 만하다. 훌륭한 성과를 내거나 부모의 기대를 채워야만 칭찬의 말이 나오게 될 테니 말이다. 칭찬이 결과에 대한 것이라면 인정은 과정에서 한 노력이나 성품을 객관적으로 알아주는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부모들이 많다. 같은 집에 살아도 주말에나 겨우 아빠를 보는 경우도 많다. 오랜만에 만나는 귀한 시간에 정말로 귀한 얘기를 하고 싶다면 칭찬하고 인정할 거리를 준비하라. 오랜만에 보는 아빠가 아이에게 칭찬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힌트를 주는 게 현명한 엄마가 되는 길이 아닐까?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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