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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빈둥거림도 때론 창조성의 원천

등록 2008-05-25 15:09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현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은 다 바쁘다. 그래서 시간계획을 잘 하고 자투리 시간을 없애며 열심히 산다. 나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 강의를 끝나고 시간이 남아 목욕탕에 갔는데 간 김에 이발도 했다. 보통 동네에 있는 자칭 예술가 아저씨의 이발소에서 이발도 하고 이런 저런 얘기도 나무면서 잠시 여유를 즐기는데 ‘다음 주는 너무 바빠.’하면서 그냥 그곳에서 이발을 했다. 그런데 어제부터 내 몸에서 과로 사인이 온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여유 없는 마음이 내 몸을 힘들게 한 것 같다.

이렇게 여유 있는 삶의 실천을 생각하고 있던 차에,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부모와 잠깐 얘기를 나눴다. 아이가 방과후 댄스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하는데, 시간이 안 돼 원하는 만큼 할 수가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아이가 댄스를 그렇게 좋아한다면 다른 일정을 좀 줄여주면 어떻겠는가 하고 질문했다. 그렇게 하면 저녁 시간까지 시간이 너무 비게 되어 안 된다는 것이다. 얘기는 거기서 끝났지만, 내 머리 속에는 ‘좀 빈둥거리게 두면 안 되나?’하는 여운이 남았다.

부모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일 중 하나가 아이들이 빈둥대는 걸 보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방학만 되면 아이들과 전쟁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전쟁 발발의 원인은 당연히 눈뜨고 볼 수 없는 아이들의 빈둥거림이다.

아이의 성실한 삶을 바라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이라는 것이 그런 시간표를 정확히 지키며 살도록 허락하지도 않으며, 지키며 살 수 있는 능력도 없고, 또 꼭 지켜야 할 필요도 없다. 어린 시절 방학만 되면 생활계획표를 짜서 꼭 지켜보리라고 다짐하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6시 기상, 1시간 운동으로 시작하는 그런 생활계획표 말이다. 다 경험해봤겠지만 하루 이틀도 제대로 지키기가 힘들다.

자투리 시간 없이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성공하는 삶으로 이끌어 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몸을 힘들게 해 활력을 잃게 한다. 또 삶을 재미없게 만든다. 그래서 시간관리 전문가들은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의 60~70%만 중요한 일에 배정하고 나머지는 여유로 남겨둘 것을 권한다.


세계 최고의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릴 적 취미는 누워서 공상하기였다고 한다. 한가함과 빈둥거림,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 하기가 상상력·창조성·유연성의 발판이다. 이런 상상력·창조성·유연상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능력이 아닐까? 아이들에게 ‘아이들 타임’(idle time:한가하게 빈둥거리는 시간)을 마련해 주자.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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