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정권 입맛대로 바뀌는 교과서, 이제는 안된다

등록 2009-09-04 15:10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 금성출판사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 금성출판사
[시사포커스]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교과서 저자의견 무시 교과부의 일방적 수정 위법 판결
이른바 ‘좌편향’ 논란을 빚은 금성출판사의 한국근ㆍ현대사 교과서 저자들이 수정 교과서의 발행을 중지시켜 달라며 출판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임의 수정의 위법성을 인정, 발행 및 배포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는 2일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등 한국근ㆍ현대사 교과서 저자 5명이 금성출판사와 한국검정교과서를 상대로 낸 저작인격권침해정지 청구 소송에서 “일부 임의 수정된 부분의 부적절성이 인정되므로 해당 교과서의 발행 판매 및 배포 중단하고 김씨 등에 각 4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교과서 수정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금성출판사가 수정하고 한국검정교과서가 교과서를 인쇄·배포한 이상 원고들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동일성 유지권’이란 저자가 특별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저작물의 내용이나 형식을 바꿀 수 없는 것을 뜻한다.


이어 “초·중등교육법상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검정도서의 경우 저작자나 발행자에게 필요에 따라 수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과 저작자 또는 발행자 사이의 행정적 관계에 관한 규정”이라며 “수정명령을 위반하면 검정합격 취소나 발행정지를 명할 순 있지만 저작자와 발행자 사이의 동일성유지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저자들이 출판계약시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시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는데 동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서를 제출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것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동일성유지권을 제한할 수 있는 묵시적 약정이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고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2월 뉴라이트등 보수 단체로부터 ‘좌편향’이라고 지목 받았던 김 교수 등이 저술한 금성출판사 교과서 등 근ㆍ현대사 교과서 6종 206곳이 ‘좌편향 교육 우려가 있다’며 수정을 지시, 지난 3월부터 수정된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

아울러 재판부는 출판사측이 저작인격권 침해에 따른 손해에 대해 원고 1인당 400만원을 배상하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저작자 또는 발행자 일방의 비협조로 수정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출판계약에 신청인과 피신청인 모두 교과부 장관의 수정명령을 성실히 이행하기로 하는 약정을 했다”며 김 교수 등 역사교과서 저자들이 낸 저작인격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한 바 있다.

선고 직후 김씨는 “법원이 저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학문의 자유와 교과서의 자율성을 지켜준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치적 고려에 따라 교과서가 바뀌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 각 학교에서 사용되는 교과서를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저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정된 부분은 내년 교과서 발행시 반영됐으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년 교과서를 발행할 때마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참고해 저자들의 논의를 통해 수정했다”면서 “그러나 작년 교과서 수정시 저자들의 의견은 배제된 채 교육과학기술의 일방적 지시로 수정됐다”라고 지적했다.

D고에 다니는 이모 군(18)은 이번 판결에 대해 “우리학교도 이른바 ‘좌편향’된 금성출판사의 교과서를 사용한다”면서 “경쟁의 수렁으로 학생을 몰아넣는 정권이 이제는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학생과 저자의 의견이 무시된 채 교과서까지 바꾼다”고 했다.

오재호 기자 ghqkfwogh@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