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칼럼] 지나친 특종주의와 애국주의, 그리고 네티즌들의 ‘심판주의’가 사건을 재생산해
최근들어 JYP의 인기 아이돌 그룹 2PM의 박재범 씨가 4년 전 지망생 시절에 마이스페이스(Myspace, 싸이월드와 비슷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사이트) 에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인 파장을 주고 있다. 이미 박재범 씨 본인이 사과를 했지만 아직도 인터넷 상에서는 박재범 씨의 퇴출은 물론이고 ‘그렇게 미국이 좋으면 미국에 영원히 살아라’ 등의 폭력성 발언이 속출하고 있다.
박재범 씨의 발언은 분명 좋은 발언은 아니다. 철이 없던 가수 지망생 시절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 치더라도 ‘한국은 구리다’ 등의 발언은 속된 말로 ‘찌질하다’ 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는 상황을 보자면 사건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만든다. 마치 박재범을 일제 강점기 시대 매국노로 여긴다고 할까. 단순한 반응을 넘어서 아예 박재범 씨의 생명을 좌우하고 싶어하는 듯한 상황이다.
과연 어쩌다가 박재범 씨의 비하 발언이 대중들 사이에 확산되었을까? 9월 초부터 인터넷 상에서 암암리에 퍼지던 박재범 씨의 발언은 지난 5일의 <동아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미디어 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아일보> 보도는 기사 말미에 ‘박재범은 제 2의 유승준’ 이라는 말을 덧붙여가면서 박재범에게 ‘매국노’의 이미지를 씌워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다른 미디어에서 보도가 진행될수록 점점 박재범에게는 ‘한국을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미국인’이라는 이미지가 붙었다.
그런데 문제는 마이스페이스에서 박재범 씨가 남긴 발언은 단지 ‘한국은 힙합을 모른다. 그래서 한국은 구리다’ 식의 발언이었을 뿐 돈벌이, 매국노와 관련된 발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구리다’ 의 의미만 지닌 박재범 씨의 발언은 언론에 의해 1차 확대되었다. 그리고 그 보도를 접한 많은 대중들에 의해 ‘애국주의’와 ‘심판주의’ 폭격을 맞게 된다.
먼저 ‘애국주의’에 대해서 살펴보자. 현재 박재범 씨를 비판하는 의견 대부분은 박재범 씨가 한국 비판을 한 것 자체에 대해서 비판을 제기한다. 한국인이 한국을 사랑하지 않고 미국을 사랑한다면 비난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앞서 말했던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려 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나오게 된다. 그런데, 한국을 비난하면 왜 안 되는 것일까? 한국이 자랑스러운 나라이기 때문에? 조국이라서? 지금 이 논쟁에서 박재범을 진중권, PD수첩으로 바꾸고 논쟁의 주제를 디워의 애국심 마케팅, 황우석 교수의 실험 조작으로 놓아보자. 이 논쟁은 과연 적절한 논쟁인가? 우리는 단지 지위가 높은 연예인이 한국을 비하했다는 사실을 그냥 넘기지 않고 지나치게 애국주의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치 일제시대에 일본을 안 따르면 불령선인이 되고, 북한에서 ‘장군님’의 말씀에 안 따르면 반동분자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다음으로 ‘심판주의’에 대해서 살펴보자. ‘심판주의’라는 말은 원래 쓰이지 않는 단어이지만 개인적으로 ‘대중이 공인의 잘못에 대해서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 듯양 정치적, 또는 연예적 생명에 심판을 가하려는 태도’에 대해서 이런 용어를 사용하고 싶다. 박재범 씨가 한국을 비하한 글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정황으로 올라왔는지는 오직 박재범 씨만 안다. 박재범 씨가 연습을 하고 힘든 마음에 올렸는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한국이 마음에 안 들어서 올렸는지는 우리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비하 발언을 올렸다고 그의 연예인 생명을 앗아가려는 움직임, 그건 심판이 아니고 폭력에 불과하다. 이렇게 그냥 단순히 한 연예인의 과오로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은 일부 언론들의 무분별한 보도 행태, 그리고 대중들의 애국주의와 심판주의의 결합으로 비대하게 커지고 말았다. 어쩌면 우리는 평소에 연예인들의 과오를 보면서 심판(을 가장한 폭력 욕구 해소)을 하고 싶어 하고, 한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보면서 지나치게 발끈하지 않았는가? 좀 더 냉정한 눈으로 바라봐야할 문제이다.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먼저 ‘애국주의’에 대해서 살펴보자. 현재 박재범 씨를 비판하는 의견 대부분은 박재범 씨가 한국 비판을 한 것 자체에 대해서 비판을 제기한다. 한국인이 한국을 사랑하지 않고 미국을 사랑한다면 비난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앞서 말했던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려 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나오게 된다. 그런데, 한국을 비난하면 왜 안 되는 것일까? 한국이 자랑스러운 나라이기 때문에? 조국이라서? 지금 이 논쟁에서 박재범을 진중권, PD수첩으로 바꾸고 논쟁의 주제를 디워의 애국심 마케팅, 황우석 교수의 실험 조작으로 놓아보자. 이 논쟁은 과연 적절한 논쟁인가? 우리는 단지 지위가 높은 연예인이 한국을 비하했다는 사실을 그냥 넘기지 않고 지나치게 애국주의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치 일제시대에 일본을 안 따르면 불령선인이 되고, 북한에서 ‘장군님’의 말씀에 안 따르면 반동분자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다음으로 ‘심판주의’에 대해서 살펴보자. ‘심판주의’라는 말은 원래 쓰이지 않는 단어이지만 개인적으로 ‘대중이 공인의 잘못에 대해서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 듯양 정치적, 또는 연예적 생명에 심판을 가하려는 태도’에 대해서 이런 용어를 사용하고 싶다. 박재범 씨가 한국을 비하한 글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정황으로 올라왔는지는 오직 박재범 씨만 안다. 박재범 씨가 연습을 하고 힘든 마음에 올렸는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한국이 마음에 안 들어서 올렸는지는 우리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비하 발언을 올렸다고 그의 연예인 생명을 앗아가려는 움직임, 그건 심판이 아니고 폭력에 불과하다. 이렇게 그냥 단순히 한 연예인의 과오로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은 일부 언론들의 무분별한 보도 행태, 그리고 대중들의 애국주의와 심판주의의 결합으로 비대하게 커지고 말았다. 어쩌면 우리는 평소에 연예인들의 과오를 보면서 심판(을 가장한 폭력 욕구 해소)을 하고 싶어 하고, 한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보면서 지나치게 발끈하지 않았는가? 좀 더 냉정한 눈으로 바라봐야할 문제이다.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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