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수탁 분투기〉 창신강 지음/전수정 옮김, 션위엔위엔 그림, 푸른숲
중학진로독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 이 책, 알고 보면 재미있다!
<열혈 수탉 분투기>창신강 지음/전수정 옮김 션위엔위엔 그림/푸른숲
작가 창신강은 1957년 중국 톈진에서 태어났다. 중국작가협회가 주관하는 전국우수아동문학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청소년 성장 이야기를 주로 썼으며 우리나라에는 <열혈 수탉 분투기> 외에 <나는 개입니까> <탁구왕 룽산> 등이 출간됐다. 우화 형식을 빌려 특유의 풍자와 유머로 인간 세상을 날카롭게 비판한 작가다.
내용 제목만 보면 수탉들끼리 죽도록 싸우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삶을 당당하고 멋지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수탉의 일생을 그린다. 주인공 수탉 ‘나’는 태어나는 순간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자기 같은 토종닭들에게는 ‘주인’이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주인공이 다른 토종닭들과 다른 게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사람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탉이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은 수탉으로선 대단히 유리한 점이고, 영리한 수탉이라는 뜻이다.
병아리들이 태어나면 주인은 암평아리들은 살려두지만 수평아리들은 팔아넘기거나 잡아먹는다. 주인공은 다행히 성별 구별이 확실하지 않아 일단 살아남는다. 얼마 후 수평아리라는 사실이 밝혀져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다행히 주인 앞에서 용맹함을 보여주어 한숨 돌린다.
주인공의 삶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닭은 바로 아빠다. 우두머리 수탉인 아빠는 주인공 수평아리에게 “더 이상 피해 다니지 마라. 살아남고 싶다면 진정한 수탉으로 거듭나라!”고 말한다.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 힘을 길러야 하고 강해져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는 진정한 수탉이 되기 위해 다른 수탉들과 경쟁을 하고, 때로는 온몸이 부서지는 아픔을 견디며 다른 수탉과 싸움을 벌인다. 그렇지만 그는 절대 비겁한 수탉이 되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을 미워하는 경쟁자를 살려주는가 하면, 늙고 힘없는 수탉과 싸울 때는 슬쩍 봐주기도 한다. 또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장점을 살려 죽을 위기에 처한 수탉들을 살려준다.
하루는 아빠가 족제비에게 물려가서 사흘 만에 살아 돌아온다. 온몸에 상처가 너무 깊고 목에 구멍이 나서 더 이상 홰를 치지 못하는데도 아빠는 해가 떠오르면 어김없이 가장 높은 울타리에 올라가 바람 소리뿐인 목소리로 홰를 친다. 그러다 결국 날카로운 두 발로 울타리의 통나무를 꽉 움켜쥔 채 거꾸로 매달려 죽는다. 온몸을 바쳐 닭들을 돌보고 자기 할 일을 다 한 아빠의 처연한 죽음에 냉정한 주인 내외까지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제 아빠 뒤를 이어 가장이 된 주인공은 그동안 계획했던 대모험을 감행한다. 토종닭 무리를 이끌고 울타리 너머 자유로운 곳으로 떠나려는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머뭇거린다면, 결국 남는 것은 사람들의 칼날에 도살당하는 운명뿐임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토종닭들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한 후 주인공은 행복한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다.
■ 깊이 생각하기 우화 형식의 소설들이 그렇듯이 이 책은 수탉의 눈을 통해 인간 세상의 여러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수평아리를 암평아리로 속여 파는 주인 여자의 모습은 거짓말로 자기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의 시커먼 마음을 보여준다. 알 낳는 환경이 지저분하다고 반항하는 양키 이모를 학대하는 주인은 이윤만을 생각하고 노동자들의 힘든 삶에는 관심조차 없는 일부 사업가들의 이기심을 꼬집는 대목이다. 그 무엇보다 이 작품이 꼬집고 있는 대상은 자기에게 닥칠 위험이나 문제도 모른 채 주인이 주는 대로 피둥피둥 살을 찌우는 닭들을 닮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삶의 가치와 방향에 대한 고민 없이 눈앞의 이익만 챙기려 든다. 말하자면 생각 없이 사는 이들이다. “좋은 수탉이 되는 것은 어렵지만 양질의 고기닭이 되는 것은 아주 쉽단다. 하루 종일 먹고 자기만 하면 되거든. 뭔가 배울 필요 없이 체중이 2킬로그램만 되면 주인 밥상에 오르는 요리가 되기에 충분하지. 네가 세상에 나온 사명을 다한 거란 말이다. 얼마나 쉬우냐!” 아빠가 주인공에게 한 말이다. 함께 지낸 동료가 어느 날 사라져서 주인집 밥상 위에 오르는데도 자신들이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의문조차 품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은 달랐다. 그는 늘 생각이 많았다. 주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아빠와 양키 이모가 하는 일을 보면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웠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토종닭들을 데리고 떠나는 것이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 죽을지 몰라 불안에 시달리는 삶에서 벗어나는 길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험에는 시련이 따르지만 모험이 없다면 진정한 자기 삶도 없다는 걸 알았기에 주인공은 마지막 힘을 다해 떠난 게 아닐까? “길이 있다면, 그건 다른 누군가가 지나갔음을 의미하고, 따라서 모험이 될 수 없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1904~1987)이 한 말이다.
■ 책 속에 나 있다 고기닭을 거부한 수탉, 무리 이끌고 자유 찾아 떠나 리더십의 출발은 나를 긍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이 소설에서 세상에 태어난 수평아리의 운명은 크게 두 가지이다. 태어나자마자 대부분의 수평아리들은 시장으로 팔려가거나 주인의 밥상에 오른다. 나머지 몇 마리는 나중에 우두머리로 만들기 위해 남겨둔다. 가장 싸움을 잘하고 튼튼한 수탉이 농장의 우두머리가 되어 암탉들을 거느린다. 아빠의 뒤를 이어 우두머리가 될 수탉으로 남은 주인공 ‘나’와 하얀 깃털은 우두머리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아빠가 보여준 리더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빠는 부러진 다리를 끌고도 날마다 변함없이 새벽마다 우렁찬 목소리로 홰를 친다. 심지어 족제비에게 당해 더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는데도 끝까지 울타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자기 무리를 지키는 모습, 끝까지 자신이 할 일을 해내는 모습에서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도이다. 주인공 ‘나’가 보여준 리더십을 살펴보자. 주인공은 눈물이 많다. 그것은 다른 이의 고통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양키 이모가 단식을 하며 죽어갈 때도 아빠가 족제비와 싸우다 돌아오지 않았을 때도 그는 가슴을 찢으며 아파했다. 그런가 하면 이웃집 수탉이 늙었다는 걸 알고는 일부러 싸움을 피하거나 협약을 맺어 평화롭게 지낸다. 자신을 계속 미워하고 못살게 굴던 하얀 깃털까지도 살려주었다. 이런 리더십을 요즘은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을 섬기고 봉사하는 것은 물론 조직원들 사이에 소통을 원활히 해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이다. 리더십 하면 카리스마나 일방적인 주도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 대인관계에서 남의 처지를 공감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능력을 갖춘 리더십을 중요하게 여긴다. 훌륭한 리더의 특성 중에는, 다른 사람을 섬기고 돕는 것 외에 스스로 스승을 찾을 줄 아는 특성도 포함된다. 이 말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며 배울 것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알고 좋은 본보기가 되는 사람을 찾는다는 뜻이다. 또 훌륭한 리더는 모험도 할 줄 안다. 모험이란 무모함이 아니라 기꺼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실험해 보는 배짱이다. 리더십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의사소통능력이다. 주인공 수탉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을 타고났다. 경청은 공감과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주인공 수탉이 농장을 떠나자고 했을 때 아무도 반대하지 않고 따른 것을 보면 평소 그가 의사소통을 잘했음을 보여준다. 리더십을 기르려면 자신을 긍정해야 한다. 자기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있는 이들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이 따뜻해 다른 사람의 실수나 고통을 보듬고 이해해준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외모나 능력을 과시하고 늘 칭찬과 특별대우를 받기 원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낫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의 차이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만나도 자신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보다 못난 사람을 만나도 그를 깔보지 않는다. 리더십의 출발은 바로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의 좋은 점을 잘 살리는 데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할 첫번째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동안 꿈만 꾸었지 노력은 부족 난우중 2학년 최유진
〈열혈 수탉 분투기〉를 처음 읽었을 때,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이 떠올랐다. 주제는 다르지만, 둘 다 동물을 등장시켜 인간 사회를 풍자한 소설이라는 점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국 한 시골의 양계장에서, 한 마리의 특별한 수평아리가 태어난다. 그는 배를 채우는 것에만 급급해하지 않고, 자기 주변 세상에 관심을 갖고,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며 성장한다.
처음에는 이 ‘특별한’ 수평아리의 등장에 시큰둥했다. ‘책이니까 이렇게 동물이 생각하고, 인간을 비판하는 것이 가능하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는 동안 점점 닭의 관점으로 인간 세상을 보게 되었다. 어쩌면 인간이 동물과 소통할 수 없을 뿐이지 닭 같은 동물들도 자신들의 관점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수탉의 아버지이자 닭들의 우두머리인 수탉의 한마디가 무척 인상 깊었다. “좋은 수탉이 되는 것은 어렵지만, 양질의 고기닭이 되는 것은 아주 쉽단다.” 이 말은 수탉에게는 우두머리가 되느냐, 사람에게 먹히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운명밖에 없다는 뜻이다. 즉, 피나는 노력을 해 우두머리로 살아남을 것이냐, 아니면 주인이 주는 먹이로 편하게 놀고먹다가 어느 날 주인의 밥상에 오를 것이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이 말은 곧 나에게 던지는 말인 것도 같다.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해서 사회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미래에 대한 대비 없이 편하게 놀다가 사회에서 소외될 것인가.
나는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다. 어려서부터 그냥 뭐든지 그리는 게 좋았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 정말로 내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예술 쪽에 관심이 있어서 애니메이터나 만화가를 희망직업으로 정하고 막연하게 상상했을 뿐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또 왜 애니메이터가 그토록 되고 싶은지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마치 주위에 음식 재료가 널려 있는데도 요리를 하기 귀찮아서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게으름뱅이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사람인 나보다 오히려 이 책의 주인공 수탉이 훨씬 멋있어 보였다.
주인공 수탉은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노력은 하되, 이기적이거나 가식적이지 않았다. 자신과 경쟁 관계에 있는 닭을 살려주고,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했다. 그의 이런 행동을 다른 닭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비웃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그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하고 선한 마음으로 선행을 계속한다. 나 같으면 어땠을까?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계속 좋은 일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신념대로 소신껏 행동하는 주인공을 닮고 싶다.
나는 그동안 꿈만 꾸었지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마음가짐도 미지근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공부가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아야겠다.
■ 내 꿈을 위해 한걸음 더
〈생각한다는 것〉 고병권 글/정문주·정지혜 그림 너머학교
주인공 수탉은 ‘생각하는 리더’였다. 그가 다른 수탉들과 다른 점은 생각을 많이 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아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토론을 좋아하는 그에게 아빠는 너무 허튼생각에 깊이 빠지지 말라고 충고했지만, 그는 금세 이런저런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빠는 목숨을 다해 자기가 맡은 직분에 충실한 리더였다. 그는 아빠를 존경했지만 아빠처럼 죽는 것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주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닭의 운명을 근본적으로 바꿀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것은 자유를 얻기 위한 모험을 떠나는 것이었다.
‘고병권 선생님의 철학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생각한다는 것>에는 “자유란 공부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선물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공부를 함으로써 우리는 습관이나 편견, 통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유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이고, 그것은 무언가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다르게 생각하는 힘, 다르게 살아가는 힘이 있어야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다. 주인공 수탉이 자유를 위한 모험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얼마나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는지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든다. 유대인 수백만명을 학살한 일을 지휘했던 아이히만이 악마 같은 일을 한 이유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고, 또 아부그라이브 형무소에서 포로들을 고문했던 미군 병사들의 사례 등도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준다. 따라서 김유신 장군이 말의 목을 벤 것처럼 우리는 습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다르게’ 생각하는 것일까? 여자는 피구를 하고 남자는 축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 이주노동자는 가난하기에 무언가 훔칠 수 있다고 하는 생각들 모두가 자동판매기에서 커피 나오듯 자동으로 산출되는 관습과 통념이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낯선 것과 만나도록 스스로를 열고 새로운 실험을 해야 한다. 그럴 때 다른 생각이 우리를 ‘찾아온다’. 새로운 생각이 찾아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된다.
저자는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한 이유는 ‘네 주제 파악이나 하라’는 뜻이 아니고 바로 ‘네 자신의 삶을 먼저 돌보고 가꾸라’는 뜻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훌륭한지 무엇이 좋은지를 알지 못하면서 행동하면 오히려 자신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정작 자기 자신이 빠져 있는 습관이나 편견 등을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게 가장 눈이 멀었다”라는 격언처럼.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겪은 이야기들에다 소크라테스, 디오게네스, 에피쿠로스 같은 고대 철학자들과 데카르트, 스피노자, 니체, 앙리 베르그송, 질 들뢰즈 등 여러 철학자와 소설가 등의 재미난 사연들이 함께 어우러져 까다롭지 않게 철학을 배울 수 있다.
내용 제목만 보면 수탉들끼리 죽도록 싸우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삶을 당당하고 멋지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수탉의 일생을 그린다. 주인공 수탉 ‘나’는 태어나는 순간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자기 같은 토종닭들에게는 ‘주인’이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주인공이 다른 토종닭들과 다른 게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사람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탉이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은 수탉으로선 대단히 유리한 점이고, 영리한 수탉이라는 뜻이다.
■ 깊이 생각하기 우화 형식의 소설들이 그렇듯이 이 책은 수탉의 눈을 통해 인간 세상의 여러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수평아리를 암평아리로 속여 파는 주인 여자의 모습은 거짓말로 자기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의 시커먼 마음을 보여준다. 알 낳는 환경이 지저분하다고 반항하는 양키 이모를 학대하는 주인은 이윤만을 생각하고 노동자들의 힘든 삶에는 관심조차 없는 일부 사업가들의 이기심을 꼬집는 대목이다. 그 무엇보다 이 작품이 꼬집고 있는 대상은 자기에게 닥칠 위험이나 문제도 모른 채 주인이 주는 대로 피둥피둥 살을 찌우는 닭들을 닮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삶의 가치와 방향에 대한 고민 없이 눈앞의 이익만 챙기려 든다. 말하자면 생각 없이 사는 이들이다. “좋은 수탉이 되는 것은 어렵지만 양질의 고기닭이 되는 것은 아주 쉽단다. 하루 종일 먹고 자기만 하면 되거든. 뭔가 배울 필요 없이 체중이 2킬로그램만 되면 주인 밥상에 오르는 요리가 되기에 충분하지. 네가 세상에 나온 사명을 다한 거란 말이다. 얼마나 쉬우냐!” 아빠가 주인공에게 한 말이다. 함께 지낸 동료가 어느 날 사라져서 주인집 밥상 위에 오르는데도 자신들이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의문조차 품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은 달랐다. 그는 늘 생각이 많았다. 주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아빠와 양키 이모가 하는 일을 보면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웠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토종닭들을 데리고 떠나는 것이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 죽을지 몰라 불안에 시달리는 삶에서 벗어나는 길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험에는 시련이 따르지만 모험이 없다면 진정한 자기 삶도 없다는 걸 알았기에 주인공은 마지막 힘을 다해 떠난 게 아닐까? “길이 있다면, 그건 다른 누군가가 지나갔음을 의미하고, 따라서 모험이 될 수 없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1904~1987)이 한 말이다.
■ 책 속에 나 있다 고기닭을 거부한 수탉, 무리 이끌고 자유 찾아 떠나 리더십의 출발은 나를 긍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이 소설에서 세상에 태어난 수평아리의 운명은 크게 두 가지이다. 태어나자마자 대부분의 수평아리들은 시장으로 팔려가거나 주인의 밥상에 오른다. 나머지 몇 마리는 나중에 우두머리로 만들기 위해 남겨둔다. 가장 싸움을 잘하고 튼튼한 수탉이 농장의 우두머리가 되어 암탉들을 거느린다. 아빠의 뒤를 이어 우두머리가 될 수탉으로 남은 주인공 ‘나’와 하얀 깃털은 우두머리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아빠가 보여준 리더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빠는 부러진 다리를 끌고도 날마다 변함없이 새벽마다 우렁찬 목소리로 홰를 친다. 심지어 족제비에게 당해 더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는데도 끝까지 울타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자기 무리를 지키는 모습, 끝까지 자신이 할 일을 해내는 모습에서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도이다. 주인공 ‘나’가 보여준 리더십을 살펴보자. 주인공은 눈물이 많다. 그것은 다른 이의 고통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양키 이모가 단식을 하며 죽어갈 때도 아빠가 족제비와 싸우다 돌아오지 않았을 때도 그는 가슴을 찢으며 아파했다. 그런가 하면 이웃집 수탉이 늙었다는 걸 알고는 일부러 싸움을 피하거나 협약을 맺어 평화롭게 지낸다. 자신을 계속 미워하고 못살게 굴던 하얀 깃털까지도 살려주었다. 이런 리더십을 요즘은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을 섬기고 봉사하는 것은 물론 조직원들 사이에 소통을 원활히 해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이다. 리더십 하면 카리스마나 일방적인 주도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 대인관계에서 남의 처지를 공감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능력을 갖춘 리더십을 중요하게 여긴다. 훌륭한 리더의 특성 중에는, 다른 사람을 섬기고 돕는 것 외에 스스로 스승을 찾을 줄 아는 특성도 포함된다. 이 말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며 배울 것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알고 좋은 본보기가 되는 사람을 찾는다는 뜻이다. 또 훌륭한 리더는 모험도 할 줄 안다. 모험이란 무모함이 아니라 기꺼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실험해 보는 배짱이다. 리더십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의사소통능력이다. 주인공 수탉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을 타고났다. 경청은 공감과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주인공 수탉이 농장을 떠나자고 했을 때 아무도 반대하지 않고 따른 것을 보면 평소 그가 의사소통을 잘했음을 보여준다. 리더십을 기르려면 자신을 긍정해야 한다. 자기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있는 이들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이 따뜻해 다른 사람의 실수나 고통을 보듬고 이해해준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외모나 능력을 과시하고 늘 칭찬과 특별대우를 받기 원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낫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의 차이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만나도 자신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보다 못난 사람을 만나도 그를 깔보지 않는다. 리더십의 출발은 바로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의 좋은 점을 잘 살리는 데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할 첫번째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동안 꿈만 꾸었지 노력은 부족 난우중 2학년 최유진
■ 내 꿈을 위해 한걸음 더
〈생각한다는 것〉 고병권 글/정문주·정지혜 그림 너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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