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진학수기
[함께하는 교육] 고등학교 진학수기 /
전북과학고등학교 1학년 이민용군
어릴 적 살던 곳은 전북 군산의 조그마한 부둣가였다. 워낙 외진 곳이기 때문에 또래 친구도 많지 않아 바닷가에 혼자 앉아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며 상상하는 시간이 많았다. ‘이 많은 바닷물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물방울은 왜 둥글까?’, ‘바닷물은 왜 짤까?’ 등 바다에 관한 상상을 하게 됐고, 바다를 더 심도있게 연구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러한 배움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학교가 어딘지 찾아보던 중 초등학교 때 한 선생님으로부터 과학고등학교의 존재를 알게 됐고 그 후 ‘저 학교는 내 학교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은 화학과 생물에도 관심이 생겼는데, 어린 시절의 환경이 자연스럽게 과학에 대한 흥미로 이어진 것 같다. 이때부터 과학고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수집하며 차근차근 과학고 입시 준비를 해 나갔다.
하지만 중3 때 처음 핸드폰을 갖게 된 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다른 애들과 달리 ‘나는 문자를 충분히 절제할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막상 사용하다 보니 시간을 잊은 채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고 통화하면서 학업에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과학고 입학의 마지막 조건인 2학기 중간고사 주요 과목(국어·수학·과학·영어) 10% 안에 들어야 하는 조건(9.8%)을 가까스로 충족했다. 원하는 퍼센트가 나오기 전까지는 하루하루가 고통이어서 과학고 진학의 꿈을 접어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고생도 많았다.
나는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과학고 진학이라는 행운을 잡은 경우라고 생각한다. 준비 과정에서 원서를 쓸 때 2주가량의 시간을 투자해 약 20매 정도 되는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또 고쳤던 기억이 난다. 과학고를 함께 준비했던 한 친구는 전문가에게 부탁해 완벽하게 써냈지만 떨어지고 말았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직접, 진솔하게 쓰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상장과 수료증들을 차곡차곡 모아온 덕분에 면접 준비에서 나를 드러내고 강조할 도구인 포트폴리오를 수월히 만들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있는 학업 우수상이나 개근상 등 학업에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체육과 미술 등 예체능에 대한 것도 모았고, 공부를 더 심도있게 한 영재교육원 논문, 탐구토론대회 때 사용한 파워포인트(PPT)도 있었다. 방문 면접 때 학교에 찾아온 입학사정관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것을 포트폴리오로 대신해 더 객관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재학중 텝스(TEPS) 시험을 보러갔을 때 전북과학고에 다니고 있는 한 선배를 만나 과학고는 어떠냐고 물어보았는데, 주저 없이 재미있다고 말해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괴물’들도 많고, 힘들다는 말도 덧붙여줬다. 그때는 ‘재미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는데 입학한 지 한 달이 된 지금,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일반 학교에서는 접하기 힘든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고 실험, 실습, 발표, 토론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져 일반 고등학교와는 차별화된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런 전북과학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전북과학고등학교 1학년 이민용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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