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31일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쳤다며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가장 비판이 거셌던 박정희 정권에 대한 서술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진재관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가 고르게 들어있어 전체적으로 분량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 서술 부분에서 그나마 달라진 내용은 지난해 11월28일 공개한 현장검토본에서 따옴표 없이 소개한 5·16 쿠데타 세력의 혁명공약(고교 <한국사> 263쪽)에 홑따옴표를 친 것(혁명공약→‘혁명공약’), 새마을운동 서술 부분에 ”이 운동은 농촌 개발 사업으로 출발하였지만 관 주도의 의식 개혁 운동으로 나아가면서“(270쪽)라는 대목을 추가한 것, 각주에 있는 동백림사건 서술에 “(중앙정보부가) 수사 과정에서 많은 고문과 인권 탄압을 자행하였고”(265쪽)라고 덧붙인 정도다. 현장검토본에서 4·19 혁명과 5·16 쿠데타를 한 단락으로 묶어(소제목 ‘4·19 혁명과 5·16 군사정변’) 마치 5·16 쿠데타가 4·19혁명을 계승한 것처럼 읽히게 서술한 부분은 ‘4·19 혁명과 장면 정부의 등장’ ‘5·16 군사정변과 박정희 정부의 출범’으로 나눴다.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한 부분은 그대로 유지됐다. ’친일 인사’나 ‘친일 세력’이라고 표현해 비판받은 부분은 ‘친일파’로 교체하고, 친일파의 친일 행위(231쪽)를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 보고서’의 구분에 따라 5가지 유형(매국행위, 항일운동 탄압행위 등)으로 분류한 대목에서 이에 해당하는 을사오적, 밀정, 경찰, 간도협조회, 조선귀족, 사법·행정 관료, 일본군 장교 등의 예시를 새로 넣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가 어떤 친일행적을 했는지는 여전히 쓰지 않았다.
‘재벌 미화’란 비판을 받은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자의 ‘업적’을 묘사한 부분도 그대로 놔뒀다.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 건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영국 투자은행에서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를 보여주며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는 서술을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 ‘포니’ 개발을 추진하는 등 한국이 자동차 생산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이바지하였다”로 대체하고, 유일한 창업자와 관련해 “기업의 아름다운 가치를 보여주었다"라는 표현을 "사회환원을 실천하였다”로 바꿨을 뿐이다.
애초 현장검토본에 전혀 없었던 김구 선생 암살 내용은 새롭게 담았고, 제주 4·3 사건 기술 내용을 다소 늘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서술은 일부 강화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1000회를 기념해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는 내용의 서술을 추가하고, 1993년 일본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고노 담화’ 내용을 일부 늘렸다. 하지만 현재 아베 정권의 위안부 관련 태도는 지적하지 않았다.
세종/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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