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9 교육분야 국정과제 중간점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키로 한 결정에 대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가 바뀐다고 해도 학교 현장의 변화를 무시하고 다시 뒤집고 바꾸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까지 고교학점제 일부 도입이나 교육과정 개편 등이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정부가 바뀌더라도 이런 전체적인 흐름을 역행할 순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유은혜 부총리는 11일 오후 교육부 자체 행사인 ‘2019 교육분야 국정과제 중간점검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무엇보다 지난 7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이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등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고, 2025년까지 2조2천억원을 들여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 문제 삼고 있는 ‘일괄 전환’ 비용과 관련, 유 부총리는 “자사고·외고·국제고 가운데 사립학교가 59곳인데, 이들이 2025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면 전 학년에 해당하는 ‘재정결함보조금’ 지원 규모가 한 해 26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또 “새로운 예산을 중앙정부 국고에서 편성하는 게 아니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지원되는 것이다. 일반고로 전환하면 새로운 국가 예산이 필요한 것처럼 보도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2025년까지 자사고들을 일반고로 전환할 때 7700억원의 예산이 든다’는 추계가 있었는데, 모든 자사고가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의미 없는 추계”라고도 덧붙였다.
재정결함보조금은 사립학교를 운영할 때 드는 기본경비(인건비, 운영비)에 대해 자체수입으로 충당할 수 없는 부족한 재원에 대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보조금이다. 자사고의 경우 과거엔 재정결함보조금을 받았으나, 자사고로 지정된 뒤로 이를 받지 않는 대신 학부모들에게 높은 수준의 학비를 받아왔다. 일반고로 전환하면, 전환 시점부터 해당 학년, 학생 수에 맞춰 재정결함보조금을 다시 받게 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그동안 학부모가 부담해오던 것을 정부가 부담한다고 보면 된다”, “시도교육청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했을 경우, 정부가 바뀐 뒤 같은 방식으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되살려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가만히 있다가 2025년 ‘일괄 전환’하는 게 아니라, 5년 동안 일반고 교육역량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안들을 추진한다. 그 과정에서 고교학점제가 처음 시행되고 교육과정이 개정될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 현장의 변화와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수업과 운영의 변화가 나타날 텐데, 이런 부분은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학교 현장을 무시하고 뒤집고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중심으로 삼아 교육과정 개정, 대입제도 개편까지 ‘큰 그림’이 작동하게 되는데, 시행령을 다시 손대는 것만으로는 이런 전체적인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박백범 차관은 “자사고·외고·국제고 자체가 시행령에 근거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없애는 게 맞다”고도 밝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9 교육분야 국정과제 중간점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관 임기 동안 아쉬운 것을 묻는 질문에, 유 부총리는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일인데, 현장실습과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을 계기로 법이 바뀌고 정책이 구현될 때 당사자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긴밀하게 경청하고 소통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일 때 특성화고 학생 현장실습 사고를 계기로 현장실습을 ‘학습 중심’으로 바꾸는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장관이 된 뒤로는 그 여파로 현장실습을 나가기 어려워진 학생들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날 교육부 중간점검회에선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제도 개혁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향후 추진 방향이 제기됐는데, 이에 대해선 “이른바 서울의 명문대 나와야만 성공적으로 취업할 수 있고, 그것이 성공한 인생인 것처럼 인식하는 걸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 “(청와대에서) ‘놓아주신다’고 했는데, 이게 어디까지 범위에 포함되는 건지, 그 시기가 언제인지, 그걸 임명권자도 아닌 제가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등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한 건, 다른 장관이 오더라도 해야 할 정책적 의지”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정시 확대’ 메시지 때문에 청와대와 교육부의 ‘엇박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해선 “‘전체 대학의 정시 비중을 올리겠다’는 것이라면 (정부의) 정책적 기조가 바뀐 거라 볼 수 있지만, ‘학종에 대한 개선 마련하고 학종 쏠림 높은 대학에 대해서는 적정하게 (정시) 비율 맞추겠다’ 이런 것은 정책의 완전한 전환이라거나 추진해온 것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해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정시 확대’ 언급은 학종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왔다는 기존의 말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번 달 내놓을 대입제도 개편안에 ‘정시 확대’의 구체적인 비율이 나오느냐는 질문에, 유 부총리는 “고른기회전형 등 계층격차 해소할 수 있는 전형들의 비율을 좀 더 높이면서, 공정성 확보할 수 있는 대안들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만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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