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국민 배우 장동건(34)씨가 6일 오후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항의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1인 시위가 돌연 1000여명(경찰 집계)이 몰리는 ‘거대 집회’가 되면서 시위 장소와 시간을 급히 옮기는 ‘작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오후 2시40분 국회의사당 앞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 이날 시위에서 장동건씨는 “여론이 안 좋다는 걸 잘 안다”면서 “한 명이라도 움직이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20일 발표된 정부 방침에 맞서 새롭게 꾸려진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집행위원장 안성기 등)는 예전과 달리 정부에 앞서 등등한 국민의 반대 여론을 먼저 돌려세워야할 마당이다. 스타 권력자와 몇몇 거대 수익영화사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장동건씨는 “집단 이기주의로 보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에, 외려 스크린쿼터가 줄어도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볼 내가 나온 것”이라며 제도의 순수한 당위성을 거듭 주장했다.
장동건씨는 당초 선배 배우 안성기, 박중훈씨와 마찬가지로 1시부터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3일째 1인 시위를 이어가려 했지만, 1000여명의 팬들과 일본 도쿄티브이 등 국내외 취재진 100여명이 거세게 모여들면서 피켓을 든 지 5분도 채 안돼 시위는 무산에 그쳤다.
특히 광화문 교보빌딩 앞은 1시간 가량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주최 쪽이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하지 않은 채 장동건씨가 1시께 ‘스크린 쿼터의 친구가 되어 주세요, 세계에 태극기를 휘날리겠습니다’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섰는데, 빌딩 앞마당을 발 디딜 틈없이 메우고 있던 팬들과 취재진이 한꺼번에 앞으로 쏠리면서 결국 빌딩 안으로 좇기고 만 것. 20분께 2개 중대(200여명)가 전격 배치됐지만, 주최 쪽은 장동건씨가 참석한 가운데 30여분 가량 가진 회의 끝에 국회 앞으로 장소를 옮기기에 이르렀다.
이날 모인 이들 대부분은 10~20대 여성들로 하나같이 카메라를 들고 장동건씨와 ‘거리 좁히기’에만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한편 1인 시위를 지지하려고 도로가에서 ‘스크린쿼터제를 유지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동반 1인 시위를 펼치던 김형락(29)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는 게 아니라 스타를 소비하기 위해 모인 듯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전히 50여명의 팬들이 둘러싼 가운데 계속된 국회 앞 시위에서 장동건씨는 “관객들에게 호감을 줘야하는 배우로서 위험할 수도 있는 자리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기에 스스로 선택해 나왔다”며 “다른 배우들도 이게 옳다고 본다면 많이 따라오면 좋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 영화가 성장한 속도만큼 내부의 개선이 덜 됐다는 인식을 영화계 내부에서도 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장동건씨는 “한국 영화 점유율 50%는 할리우드 영화 점유율 50%를 의미하는 건데 개방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면 곧 독점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7일 1인 시위는 영화 배우 최민식씨가 이어받는다. 8일 예정된 대규모 영화인 집회 때 장동건씨는 베를린 영화제 참석 계획으로 어려울 듯 보인다.
<한겨레> 문화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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