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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권위 “언론중재법 언론 자유 위축 우려…신중 검토해야”

등록 2021-09-17 11:59수정 2021-09-17 19:14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 구체화하고,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 삭제해야”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위한 언론 7단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위한 언론 7단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권위는 언론중재법에 적시된 징벌적 손해배상의 성립요건인 ‘허위·조작 보도’ 개념과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17일 “허위·조작 정보의 폐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의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언론중재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일부 신설조항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13일 전원위원회 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인권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준수하기 위해 언론중재법에 규정하고 있는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중재법안은 ‘허위·조작 보도’의 정의를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인권위는 이에 대해 “기자가 일부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나름의 검증을 거쳐 기사를 작성했지만 일부 오류가 있는 경우, 어디까지를 진실성을 갖춘 보도이고 허위의 사실에 기반을 둔 보도로 볼 것인지 명확히 확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위·조작보도의 개념에는 허위성, 해악을 끼치려는 의도성,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 등의 요건이 포함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언론중재법은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으로 ‘보복적·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 ‘기사 내용과 다른 제목·시각자료 조합’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인권위는 이 또한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보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의존해 (고의·중과실을) 판단해야 하고, 당초 기사가 의도한 주제와 어느 정도 달라야 본질적인 내용과 다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인지 명확한 예측이 어렵다. 정보를 접하는 주체에 따라 고의·중과실의 존부가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에 맡겨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인권위는 언론중재법이 뉴스 생산자인 언론사뿐만 아니라 뉴스 포털 등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에 포함한 데 대해서도 “필요 이상의 책임을 부여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불명확하거나 과도한 책임을 부여하는 표현 또는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당사자 사이의 증명 책임을 적절히 조절하는 별도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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