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 이아무개 중사 아버지가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수사결과 비판 기자회견에서 딸의 사진을 들고 군의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지난 3월 성추행 피해 신고 뒤 상관의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다 숨진 이아무개 중사의 유족이 국방부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28일 오전 10시께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건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의 보강수사나 재수사를 믿을 수 없고, 특검 제도를 이용해 수사해야 한다”며 “군에 의해 자식을 잃은 국민의 한 사람인 이 아비를 위해 여야 합의로 특검 도입을 조속히 결정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이 중사 아버지의 기자회견은 지난 7일 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성추행 관련 부실수사 의혹을 받는 피의자 17명에 대해 기소 9건, 불기소 8건의 권고의견을
의결하면서 이뤄졌다. 불기소 의견이 나온 8명 중에는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공군 법무실 고등검찰부장, 공군 20비행단 군검사 등 초동수사 책임자 대부분이 포함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권고에 따라 국방부 검찰단이 이들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면 부실수사, 지연수사, 편파수사의 책임을 지고 기소된 사람은 한 명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이 중사는 지난 3월 상관인 장아무개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두달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중사는 사건이 발생한 뒤 상관에게 신고했지만,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는 등 2차 피해를 보며 적절한 조처를 받지 못했다. 부실·늑장 수사 의혹으로 군검찰 전반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면서 국방부는 지난 6월11일 민간 전문가로 꾸려진 군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부실 수사의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게될 전망이다. 수사심의위 의결 내용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방부는 “검찰단에서는 관련 지침에 따라 심의 의견을 존중해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혀 수사심의위의 권고대로 형사 처벌이 아닌 징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유족과 군인권센터는 창군 이래 처음 임명됐던 특임군검사의 실효적인 수사도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국방부 장관은 특임군검사가 수사상황을 국방부 검찰단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며 “검찰단장이 제대로 수사를 못 해 임명한 특임군검사인데, 검찰단장에게 수사상황을 일일이 보고하게 한 것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 정상화 전 공군참모차장, 이성복 공군 제20비행단장 등에 대한 통신 영장도 기각되는 등 수사에 필요한 기초 자료조차 확보할 수 없었던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저는 우리 아이의 괴로웠던 마음을 도저히 묻고 갈 수가 없습니다.” 이날 아버지는 이 중사의 이름과 생전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아버지 양손에 들린 사진이 파르르 떨렸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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