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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희수야 네가, 우리가 이겼다” 꾹 눌러써 하늘에 보내는 마음들

등록 2021-10-07 23:15수정 2021-10-08 01:29

전역처분 취소 결정 뒤 고 변희수 하사 추모행동 열려
7일 저녁 ‘변희수 하사 추모행동’이 열린 곳 주변에 설치된 추모 게시판에 시민들이 적은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있다. 박고은 기자
7일 저녁 ‘변희수 하사 추모행동’이 열린 곳 주변에 설치된 추모 게시판에 시민들이 적은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있다. 박고은 기자

‘왜 세상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변할까요. 당신을 보며 용기를 얻고 위로받았습니다. 감사했습니다. 편안하세요.’

국방부 건너편 전쟁기념관으로 향하는 길목에 설치된 게시판에 수십 개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추모 게시판 상단에는 ‘변희수의 내일 우리의 오늘’이라고 쓰여 있다. 하나둘씩 모인 시민들은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대신 작은 포스트잇에 추모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7일 저녁 7시부터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고 변희수 전 하사를 기리는 추모행동을 열었다. 추모행동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1인 시위 형태로 진행됐다. 추모행동에 참여한 시민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엘이디(LED) 촛불을 들고 국방부 정문, 서문, 전쟁기념관 주변을 자유롭게 걸으며 추모의 뜻을 표현했다. 공대위는 “같은 자리에 모여 소송 결과와 의미를 함께 나누고, 고 변희수 하사를 함께 기억하는 시간을 가지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대전지법 행정2부(재판장 오영표)는 지난해 1월23일 변 전 하사에 대한 육군의 전역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변희수 하사 추모행동’에 참가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의 모습. 박고은 기자
‘변희수 하사 추모행동’에 참가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의 모습. 박고은 기자

추모행동에 참여한 시민들의 반응 속엔 기쁨과 슬픔이 공존했다. 대학생 김학선(23)씨는 “이번 판결이 기쁘지만 사람이 죽어야만 사회가 바뀌는 것 같아 서글프다”고 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하늘(65)씨도 “판결 소식을 듣고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당사자가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변 전 하사가 이번 판결로 조금이라도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 전 하사에게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스스로 성소수자라고 밝힌 오승재(23)씨는 “변 전 하사가 살아있을 때 더 많이 목소리를 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변 전 하사가 하던 싸움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변 전 하사와 동갑내기 친구였던 그는 추모 게시판에 ‘희수야 네가, 우리가 이겼다! -친구 승재’라고 남기기도 했다.

‘변희수 하사 추모행동’에 참가한 오승재(23)씨. 박고은 기자
‘변희수 하사 추모행동’에 참가한 오승재(23)씨. 박고은 기자

국방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스로 성소수자라고 밝힌 ㄱ(20)씨는 “국방부가 혹시라도 항소할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다른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인권 향상에 힘써야 할 때”라고 했다. 류세아 트랜스해방전선 부대표는 “국방부가 성전환자들의 군복무에 대해 행정지침을 정해야 한다.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군이 아니라 포용할 수 있는 군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추모제에 참여한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국방부는 변 전 하사를 강제 전역시킨 모든 조치에 대해 철저히 사과하고, 국방부 차원에서의 전면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많은 시민이 포스트잇에 차별 없는 사회에 대한 바람을 적었다. ‘변희수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다. 모든 젠더가 평등한 그 날을 위하여’‘한국 퀴어들에게 기념비적인 날, 그래서 그의 부재가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밤’‘당신이 끝내 살아내지 못한 오늘의 이 승리를 끝까지 이어가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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