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아내 김건희씨. 한겨레 자료사진
16일 밤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와 지속적 거래를 해왔다. 윤 후보 쪽 부인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 석연찮은 거래들은 결국 검찰 수사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김씨 관련 의혹의 핵심은 권 회장이 급락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띄우기 위해 주가조작 세력과 짜고 시세조종을 하는 과정에 김씨가 주식과 자금을 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2010년 이아무개씨에게 10억원이 들어있는 신한증권 계좌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좌가 주가조작에 쓰였는데, 당시 김씨는 권 회장으로부터 이씨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주가조작을 위한 시세조종을 위해서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자금, 타인 명의 계좌가 필요한데, 권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인 이씨에게 여러 사람을 소개하는 과정에 김씨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지난달 6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도주했다가 한 달여 뒤인 지난 12일 검찰에 검거됐다. 앞서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며 이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권 회장이 2009~12년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해 회사 내부 호재성 정보를 주변에 알려 주식 매매를 유도하고, 특정 계좌로 허수 매수 주문을 넣는 등 방법으로 주식 1599만주(636억원 상당)를 직접 매수하거나 불법적으로 매수를 유도해 주가를 띄우거나 하락을 막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나온 권 회장은 김씨와의 친분관계를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현재 이 사건 핵심 인물들은 예외없이 모두 구속됐거나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구속된 권 회장과 이씨 외에도 권 회장과 공모해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김아무개씨 등 3명이 이미 구속기소된 상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배임 혐의를 받는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 후보 쪽은 김씨가 권 회장 소개를 받아 주식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봤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권 회장과 김씨 거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권 회장은 2012년 11월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 51만464주를 김씨에게 적정 가격의 20%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넘겼다. 김씨는 이듬해 이 신주인수권을 한 사모펀드에 인수 가격의 두 배 가까운 가격에 팔아 82.7% 수익률을 거뒀다. 지난 7월 <한겨레>가 이런 사실을 보도하자, 윤 후보 쪽은 “특혜 거래인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지만, 김씨와 권 회장의 지속적 거래 관계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김씨와 권 회장 쪽 거래는 더 있다. 김씨는 도이치모터스가 2013년 설립한 자동차 할부금융사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2억원어치를 액면가로 사들여 5대 주주가 됐다. 윤 후보는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아내가 도이치파이낸셜 공모 절차에 참여해 주식을 샀다”고 했지만, 제3자배정 유상증자였기 때문에 공모 절차는 없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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