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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군인권센터 녹취록 공개 “실장님이 불구속 지휘”

등록 2021-11-17 18:22수정 2021-11-18 14:38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축소수사 지시 정황
군인권센터 “서욱 장관 경질하고 특검 해야”
유가족 “전익수, 삼정검 받을 자격 없다”
전 실장 “전혀 사실 아니다” 법적 대응 예고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태훈 소장(가운데)이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고(故) 이 모 중사 사건 수사 무마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태훈 소장(가운데)이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고(故) 이 모 중사 사건 수사 무마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이아무개 중사 성추행 사건 수사 책임자였던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수사 초기 가해자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직접 지휘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17일 공개됐다. 군인권센터와 이 중사의 유족은 “전 실장이 사건 수사를 초기에 무마하려 했다”며 특별검사를 통한 재수사를 요구했다. 지난 16일 장군(준장)으로 진급한 전 실장은 “사실이 아니다. 법적 대응하겠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중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중순께 공군 보통검찰부 검사 5명(소령 1명·대위 4명)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군인권센터가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녹취록을 보면, ㄱ군검사는 선임 군검사에게 “그러니까 제가 (가해자를) 구속시켜야 한다고 몇 번을 말했어요. 범행 부인에 피해자 회유 협박에, 2차 가해에 대체 왜 구속을 안시킨 거예요? 구속시켰으면 이런 일도 없잖아”라고 말했다. 이에 선임 군검사는 “실장님(전익수 법무실장)이 다 생각이 있으셨겠지. 야, 우리도 나중에 나가면 다 그렇게 전관예우로 먹고 살아야 되는 거야. 직접 불구속 지휘하는데 뭐 어쩌라고? (…) 입단속이나 잘해들”이라고 답했다.

이 중사는 3월2일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고 바로 신고했지만, 공군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은 가해자 장아무개 중사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를 받은 전 실장에 대해 지난 9월 불기소 처분했다. ‘사건 관련 보고를 제대로 받지 않아 사건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전 실장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직접 불구속 지휘”했다는 녹취록 내용과 상반된다. 군인권센터는 “가해자 변호사가 소속된 로펌에 전 실장과 군법무관 동기이자 대학 선·후배 사이인 예비역 대령이 파트너 변호사로 있다”며 전관예우 의혹도 제기했다. 전 실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변호사와 사건 관련해서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녹취록에는 공군본부 법무실 압수수색(6월16일 집행) 정보를 미리 받아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확인된다. ㄴ군검사가 “지금 압수수색까지 들어오고 난리가 났는데 어떡하라고요. 이러다 우리도 다 끌려가서 조사받아요”라고 말하자, 선임 군검사는 “어차피 (고등군사법원) OOO 계장님이 다 알려줬고, 다 대비해 놨는데 뭐가 문제인 거야?”라고 답했다. 선임 군검사가 언급한 계장(군무원)은 수사 진행 상황을 전 실장 등에게 유출한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됐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은 인사로 추정된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달 7일 이 중사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전 실장을 포함해 초동 부실수사 책임자와 지휘라인을 모두 불기소해 ‘면죄부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군인권센터와 유가족은 서욱 국방부 장관 경질,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군인권센터는 “서욱 장관 역시 주요 피의자들을 모두 불기소로 풀어준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시 서 장관을 경질하고 특검을 통한 재수사를 지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전 실장은 삼정검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진급이 결정된 전 실장은 전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준장 진급 때 수여하는 삼정검을 받았다. 이 중사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강석민 변호사는 “녹취록에는 전 실장이 구체적으로 불기소 지휘를 한 것으로 나온다. 이는 명백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보인다. 국회에 출석해 증언한 내용 역시 위증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군인권센터 쪽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전 실장은 “녹취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불구속 수사지휘를 한 사실이 없다. 저와 함께 녹취록에 등장하는 당사자들은 군인권센터를 고소할 것이다.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윤주 고병찬 기자 kyj@hani.co.kr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들은 공군 이 중사 성추행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않은 군법무관들입니다. 다만 사실상 수사지휘를 한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입니다.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직접 수사한 검사들로 읽힐 수 있는 제목(‘공군 성추행 수사 검사들 “실장님이 불구속 지휘”’)이 달렸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사 제목을 11월18일 오전 11시 ‘군인권센터 녹취록 공개 “실장님이 불구속 지휘”’로 변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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