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배임 혐의를 받는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3일 이 회사 권오수 회장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관련자 대다수를 재판에 넘기면서, 이 사건 연루 의혹이 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 조사만 남은 상황이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이 김씨를 무혐의 처분하고 권 회장만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법조계에서는 우세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이날 권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권 회장이 2009~2012년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해 회사 내부 호재성 정보를 주변에 알리는 등의 방법으로 91명의 157개의 계좌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1661만주(654억원 상당)를 직접 매수하거나 불법적으로 매수를 유도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권 회장이 도이치모터스를 우회 상장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으나, 2008년 말 우회 상장한 주가가 계속 떨어지자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을 확보할 필요가 생겨 2009년 11월께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들에게 주가조작을 의뢰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이아무개씨 등 ‘선수’들이 2009년 12월∼2010년 9월 주가조작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가 부양이 여의치 않자 ‘선수’를 바꿨고, 2010년 8월께 2천원대 후반이던 주가를 2011년 4월께 약 8천원까지 올렸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권 회장 등은 이때 도이치모터스 내부 호재 정보를 유출하는 등 지인과 고객들에게 주식 매수를 유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1년 4월 이후 도이치모터스 신규 사업 및 대규모 투자유치가 성사되지 않았고, 주주들의 이탈로 주가는 다시 3천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제 남은 관심은 검찰 칼날이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향할지에 모아진다. 김씨는 이 회사 주가조작 과정에 초기 자금을 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2010년 주가조작 ‘선수’인 이씨에게 10억원이 들어있는 신한증권 계좌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좌가 주가조작에 쓰였는데, 당시 김씨는 권 회장으로부터 이씨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주가조작을 위한 시세조종을 위해서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자금, 타인 명의 계좌가 필요한데, 권 회장이 이씨에게 여러 사람을 소개하는 과정에 김씨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김씨를 무혐의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사팀이 김씨를 투자자 91명 가운데 한 명으로 판단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김씨가 권 회장, 선수 이씨 등과 주가조작을 공모했다는 정황이나 각서 등 증거가 나오면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수사팀이 김씨를 수많은 투자자 가운데 한 명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사건 동기를 설명하며 첫 번째 이유로 “상장 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투자자들의 투자수익 확보를 위한 엑시트(탈출·EXIT) 기회를 부여해야 할 필요성이 발생했다”고 밝혔는데, 그동안 윤 후보와 김씨 쪽이 줄곧 “권 회장에게 이씨를 소개받아 투자를 맡겼다가 오히려 손해를 봤을 뿐”이라는 입장을 보여온 만큼, 이런 해명이 다소 반영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씨를 주가조작 공범이 아니라, 단순 투자자로 보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날 검찰은 권 회장을 기소하며 이례적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수사 상황과 과정을 자세히 밝혔는데, 이 또한 김씨 무혐의 처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검찰은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수사가 오래 걸린 이유 등을 설명했다. 수사팀은 “주가조작 사건은 매우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로, 장기간 계좌추적 등으로 공모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등 수사 난이도가 매우 높은 사건이기 때문에 실체 관계 파악에 장기간 수사 불가피하다”며 “한국거래소에 이상매매 심리분석 의뢰 5회 (통상 회신기간은 회당 2개월), 압수수색 6회, 관련자 조사 136회 등 사실관계를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철저히 수사했다는 점을 강조해 김씨 불기소에 따른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얘기다.
검찰이 이날 김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도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중앙지검 항의 방문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검증 특별위원회 소속 민병덕, 박주민 의원 등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며 서울중앙지검을 항의 방문했다. 한 검찰 간부는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의식해 김씨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고,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문구를 보도자료에 한 줄 담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검찰이 김씨와 권 회장과의 지속적 거래 관계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고 급히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권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과 짜고 시세조종하는 과정에 김씨가 주식과 자금을 댄 것뿐만 아니라, 권 회장은 2012년 11월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 51만464주를 김씨에게 적정 가격의 20%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넘겼다. 김씨는 이듬해 이 신주인수권을 한 사모펀드에 인수 가격의 두 배 가까운 가격에 팔아 82.7% 수익률을 거뒀다. 이뿐만 아니다. 김씨는 도이치모터스가 2013년 설립한 자동차 할부금융사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2억원어치를 액면가로 사들여 5대 주주가 됐다. 윤 후보는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아내가 도이치파이낸셜 공모 절차에 참여해 주식을 샀다”고 했지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였기 때문에 공모 절차는 없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권 회장과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관련 핵심 인물들은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10월부터 도이치모터스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권 회장과 시세조종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김아무개씨 등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김건희씨로부터 10억원이 든 계좌를 전달받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주가조작 ‘선수’ 이씨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과정에서 김건희씨로부터 10억원이 담긴 계좌를 전달받고 관리한 인물이다. 경찰 내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김씨는 2010년 권 회장 소개로 만난 이씨에게 10억원이 들어있는 신한증권 계좌를 전달했다.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과정에 초기 자금을 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이날 권 회장 등과 함께 주가조작을 공모한 증권사 직원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다른 증권사 직원 등 5명은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피고인의 혐의가 가볍다고 판단해 재판 없이 벌금형 등을 선고해달라며 법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절차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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