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대표가 코로나 백신 휴가가 별도로 지급되지 않으니, 알아서 백신을 맞고 오라고 했습니다. 잔여백신 예약이 잡혀서 대표에게 외출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대표는 갑자기 왜 근무시간에 백신접종을 하느냐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회사 일이 바쁘다며 주말에 백신을 맞으라고 합니다.”
직장갑질119에 12월에 접수된 사례다. ‘백신 패스’를 도입하는 등 정부가 백신 3차 접종을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 절반이 백신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6일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4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의 92.0%가 백신 접종을 했다고 답변했지만, 이 중 52.2%는 유급 백신휴가(1~2일)를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설문조사는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10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유급 백신휴가 이용도 고용형태, 성별, 노조 유무 등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60.8%), 비정규직(59.1%), 5인 미만 사업장(61.9%), 5~30인 미만 사업장(65.1%), 임금 150만원 미만(62.8%),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60.3%) 등에서 유급 백신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평균치를 웃돌았다. 반면 정규직(48.0%), 공공기관 종사자 (26.6%), 민간 300인 이상 사업장(34.0%),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34.8%) 등에서는 백신 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평균치를 밑돌았다.
이는 정부가 민간 기업에 대해서는 백신 휴가 부여를 ‘권고’만 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벌어지는 현상이다. 직장갑질119 김기홍 노무사는 “정부의 백신 접종자에 대한 휴가 부여 방안이 단순 권고사항에만 머물러있기 때문에 기업이 임의로 결정해서 백신휴가를 부여하거나, 연차유급휴가 또는 무급휴가 형태로 사용하게 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야기했다”며 “3차 접종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접종 참여를 호소하고 있는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백신휴가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하고 비용을 정부에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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