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을 결정짓는 부동산의 힘이 이번 정부에서 더 세졌다. 이른바 ‘부동산 불장’의 시절을 거치면서다. 서울 한남3구역 랜드마크인 한광교회 주변에 오래된 주택이 빼곡하다. 한강 건너 강남아파트 밀집지역이 멀리 보인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겨레> 탐사기획팀은 언론 최초로 기획부동산에 취업해 서민들을 자극해 땅을 사라 노골적으로 떠미는 부동산 기획의 세계를 밀착 보도했다. 잘 드러나지 않는 기획의 세계도 있다. 1천만~2천만원만으로 갭투자 아파트를 사도록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이 올해 많았다. 부자들은 돈 안 된다 비웃어도 처지에 맞게 투자하라는 안내는 적어도 어떤 중하위 계층에겐 복음이고 믿음이었다. 그들을 만났다. 2022년에도 희망은 희망일 수 있을까.
부동산 생태계에서 모두 승자가 될 수 없음에도 계층 구분 없이 부동산에 뛰어드는 이유는 자명하다.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수년 동안 ‘상위 20%’로 진입하고 계층을 차별화하는 비결로서 부동산의 힘은 더 세졌다. 이 집단과의 층고는 부동산으로 더 높아졌다. 부동산, 그중에서도 비거주 부동산에 대한 ‘투신’ 없이, 계급은 추락하며 상위 진입은 애초 불가능해진다는 얘기가 이 사회의 진리가 되어온 셈이다.
이를 확인하고자 세 유형의 데이터를 주로 분석했다. 최근 5분위(상위 20%)와 1분위(하위 20%) 간 자산불평등 양상을 보여줄 ①소득분위별 부동산 점유율(2015~2020년), 두 정권별 자산 격차 증감 폭을 보기 위한 ②소득분위별 부동산 자산 격차(2012~2016, 2017~2020년), 상류층끼리도 부동산에 따른 차이가 발생했는지 볼 법한 ③상위 5-4분위 간 부동산 자산 격차(2020년)다.
순자산 상위 20%, 부동산 63%·비거주 부동산 77% 보유
1. 우선 5년 전보다 부의 집중도가 심화됐다. 국내 가구 전체가 보유한 부동산의 절반 이상은 상위 20%가 주인이다. 순자산 5분위가 점유한 부동산 자산 비율은 2015년 62.20%에서 2020년 63.41%로 늘고, 소득 5분위의 전체 부동산 중 점유 비율도 각 연도 43.72%에서 43.75%로 커졌다. 반면 자산·소득 1분위의 부동산 자산 점유비율은 각기 0.83%(2015년)에서 0.66%(2020년), 7.74%에서 6.52%로 떨어졌다. 부동산이 없어 1분위로 추락하거나 머물기 쉽고, 부동산이 없이 5분위로 오르긴 더 험난해진 것이다.
2020년만 보면, 국내 순자산의 62%(7362.8조원 중 4565.5조원)를 소유한 상위 20%는 부동산 자산의 경우 63.4%(전체 6485.4조원 중 4112.5조원)를 갖고 있다. 부동산 자산은 거주주택, 거주주택 외 부동산, 계약금·중도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순자산 5분위의 전체 비거주 부동산 자산 중 소유분은 76.8%(2553.6조원 중 1960.6조원)에 이른다. 전체가 보유한 비거주 부동산 자산의 5분의 4 가까이를 5분위가 깔고 앉은 것으로, 비거주 부동산을 선두로 하는 ‘자산의 위계’를 잘 보여준다.(
<표1>)
2. 전 정부를 지나 현 정부에서 자산불평등은 완화되었을까. 더 벌어졌다. 당장 소득 1분위와 5분위의 부동산 자산 격차 변화를 견주면, 전 정부 때 5.8배(2012년)에서 4.6배(2015년)로까지 두 분위 간 격차가 완화되던 것이, 이번 정부 들어 5.1배(2017년)에서 5.7배(2020년)로까지 매해 늘며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현 정부에서 두 계층이 소유한 거주주택 자산의 가격차는 3.6~4.2배 사이 등락을 거듭하기도 했으나 특히 비거주 부동산 자산이 2017년 7.9배에서 2020년 9배까지 꾸준히 증가한 탓이다. 비거주 부동산의 보유 목적은 분류되지 않아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비거주 부동산이 계층 간을 이격시켜왔다는 분석을 피할 순 없다.(
<표2>)
최근 4년 동안 부동산 액면가만 보면, 소득 5분위의 자산 축적이 돋보인다. 주거 부동산은 1.31배, 비거주는 1.15배 증가로 두 부문에서 다른 소득계층을 앞섰다. 이미 부동산 자산이 5억~6억원대로 단위가 가장 큰데도 가장 크게 상승했다는 말은, 1억~2억원 미만의 저소득 분위들(하위 40%)로선 더 많이 집값이 뛴들 결코 진입할 수 없는 세계가 머리 위에서 구축되고 있음을 뜻한다. 물론 이 또한 그나마 부동산을 소유한 저소득층의 얘기다.(이상 데이터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진미윤 센터장 제공)
국토교통부가 수집하는 주택자산가액(주택 소유 가구를 상대로 조사한 주택값)의 ‘증언’도 비슷하다. 전국 평균이 2억4000만원에서 3억2400만원으로 35% 증가하는 4년(2017~2020년) 동안, 주택자산 5분위(상위 20%)의 평균값은 2017년 6억4000만원에서 2020년 9억3900만원으로 46.7% 올랐다. 같은 기간 42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 7% 증가한 1분위(하위 20%)와 크게 대비된다.
그 땅의 격차만큼이 더 커진 절망, 박탈감의 두께라 할 것이다. 실제 계층별 소득격차가 그리 벌어지진 않았다.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순자산을 나라살림연구소와 추가 분석한 결과, 이번 정부 4년(2017~2020년) 동안 순자산 5분위(상위 20%)의 가구소득은 2017년 1억409만원에서 1억922만원으로 513만원(4.9%), 1분위 소득은 2536만원에서 2823만원으로 287만원 증가(11.3%)했다. 소득 증가 폭은 1분위가 훨씬(6.4%포인트) 컸다. 부동산은 달랐다. 순자산 1분위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1041만원(2017년)에서 1061만원(2020년)으로 20만원 는 반면, 5분위는 8억733만원에서 10억1320만원으로 2억587만원 올랐다.(
<표3>)
종합하자면 지난 4년간 자산 상위 20%-하위 20% 집단 간 소득격차는 4.1배에서 3.87배로 감소한 동안, 부동산 자산 격차는 77.6배에서 95.5배로 증가했다. 특히 비거주 부동산 자산 증가분은 순자산 5분위가 6434만원(2017년 4억3025만원→2020년 4억9459만원)으로 나머지 모든 계층의 비거주 부동산 자산 증가분 합산치(2435만원)보다 많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작동했을 수 있으나 종국에 부동산으로 무력해진 꼴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부동산 ‘불장’이 될수록 소득으론 부동산 자산 불평등을 극복할 수 없게 된다”며 “최근 있었던 부동산 가격 상승은 고액 자산가들이 갖고 있는 부동산 가치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진희선 연세대 특임교수(도시공학)는 “최근 15년간 주택 공급은 800만호가 늘었는데, 자가 보유자의 비율은 60%를 유지하고 있다. 모두 다주택자가 소위 ‘줍줍’ 해 부동산 가격 폭등 때는 이득을 얻었다”고 짚었다.
순자산 상위 20%의 ‘비거주 부동산’, 바로 밑 계층에도 ‘박탈감’
3. 순자산 4분위(상위 21~40%)는 5분위 다음으로 ‘비례 만족’ 하는 삶이었을까. 4~5분위의 부동산 자산은 공히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들 간에도 차이는 발생했다. 비거주 부동산 탓이다. 2020년 기준, 순자산 5분위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 중 비거주 부동산 비율은 48.8%(10억1320만원 중 4억9459만원)를 차지했지만, 4분위는 30.2%(3억3899만원 중 1억227만원)에 그쳤다. 이와 함께, 두 집단의 거주용 부동산 자산 격차는 2.19배(5억1861만원-2억3673만원), 금융자산 격차는 2.29배(2억5542만원-1억1140만원)인 데 반해, 비거주 부동산 자산 격차는 4.8배(4억9459만원-1억227만원)에 달했다.(
<표4>) 1~3분위는 부동산 전체 자산이 줄거나 소폭 느는 데 그쳐 비할 바가 못 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비거주용 부동산을 사들이는 투기는 주택 가격이 계속 올라야 유지되는데 집값이 떨어지면 실거주 목적으로 다주택자 집을 산 사람이 피해를 본다”며 “특정 계층에 몰려 있는 부동산의 양도 차익 환수에 정부가 게으르게 나설 경우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주요 대선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와 이에 격동하는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을 공식화하고 있다. 해법이 될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공급 중심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부동산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아니다. 공급과 동시에 보유세도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미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거안정연구센터장은 “모호한 물량 호수가 아니라 양질의 저렴한 주거를 어떻게 실현시킬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며 “주거안정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시장에 떠넘기고 금융에 의지하게끔 해선 안 되고, 삶의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게 맞춤형 세제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3월 이뤄질 부동산의 심판이 가져올 부동산의 새 풍경은 과연 무엇일지 아직 알 수 없다.
장필수 김완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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