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2년 첫 본회의에서 경찰관 직무 집행 시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경찰이 범죄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다 일반 시민 등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형사책임을 감면받을 수 있게 됐다. ‘물리력 남용’이 우려되다 보니 경찰에 대한 통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경직법 개정안의 핵심은 경찰이 범죄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다가 일반 시민 등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경찰의 형사책임을 감경·면제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형사책임 감면 상황을 △살인과 폭행, 강간 등 강력범죄나 △가정폭력 △아동학대가 행해지려고 하거나 행해지고 있어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 발생의 우려가 명백하고 긴급한 상황으로 명시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인천 흉기 난동 부실 대응 사건 등을 계기로 경찰관에 ‘형사 면책규정’을 부여하는 경직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경찰 권한은 확대됐지만, 개정된 법에 따라 벌어질 수 있는 권한 남용과 인권침해를 통제할 장치는 마땅치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경직법 개정안에 대해 ‘법의 실효성이 없고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반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문경란 경찰청 인권위원장은 지난 10일 <한겨레>에
“경찰의 물리력 사용은 소극적이어도, 과도해서도 안 된다. 적절하게 사용하는 게 맞는다”며 “면책규정 조항으로 인해 일선 현장에 물리력 사용 오남용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경찰관의 정당하고 적정한 직무집행은 형법 상 정당행위나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현재도 처벌되지 않는다”며 “2020년 경찰법 전면개정 이후, 경찰의 권한은 다방면으로 크게 확대되었지만, 경찰의 권한남용이나 인권침해를 통제하고 견제해야 할 민주적 통제기구는 전혀 강화되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조치는 형사책임감면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는 등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기구를 강화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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