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예정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주로 경미한 증상을 앓거나 무증상이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정부가 이번주 오미크론 변이 관련 대응 체계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부 치료자문기구인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에서 오미크론에 감염된 국내 환자들의 임상분석 결과를 내놨다. 오미크론은 폐렴으로 진행되지 않고, 중증으로 가는 비율이 현저하게 낮다는 게 위원회의 종합적 분석이다. 중앙위원회는 오미크론이 델타 등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다른 특성을 드러낸다고 강조하며, 경증환자 급증에 대비한 의료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위원회)는 12일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예정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주로 경미한 증상을 앓거나 무증상이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4일부터 17일까지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한 초기 오미크론 환자 40명의 임상 증상 경과를 분석한 결과다. 중앙위원회는 “40명 중 21명(52.5%)이 증상이 있었고, 19명은(47.5%) 무증상이었다”며 “증상이 있는 21명 역시 모두 치료나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경증이었다”고 밝혔다. 씨티(CT) 촬영을 통해 폐렴 의심소견이 있는 사례는 6건이었는데 이들 역시 모두 경미했다. 연구에 포함한 40명을 포함해 최근까지 입원한 90명의 환자 역시 증상이 비슷했다고 중앙위원회는 덧붙였다. 임상분석한 환자 중 10%가 65살 이상, 58%가 미접종자였다.
다만 중앙위원회는 코로나19 기본 접종(2차 접종, 얀센은 1차 접종) 만으로는 오미크론에 대항하는 면역력을 생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앙위원회는 “연구에서 기본 접종만 마친 노인과 젊은 성인 모두 오미크론에 대해 중화항체가 측정되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면서 “하지만 부스터샷(3차접종) 접종을 마치면 노인과 젊은 성인 모두 비슷하게 중화 항체가 100배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앙위원회는 오미크론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다른 특성을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인 오명돈 서울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오미크론은 델타 바이러스와 확연히 다르다. 기존 바이러스는 하기도 감염을 일으키지만, 오미크론은 상기도 감염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중앙위원회의 말을 종합하면, 델타 바이러스는 하기도인 폐에서 세포가 번식해 폐렴 등 치명적인 호흡기 문제를 일으켰지만, 오미크론은 코, 인두, 후두, 구강 등 상기도에서 세포가 번식해 콧물 등의 경미한 증상만 유발한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하기도 감염)에서 ‘코로나22’(상기도 감염)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국외사례에서도 이런 증상은 공통된다. 남아공에서 델타 감염자 3만3천400명과 오미크론 감염자 14만여명을 조사한 결과, 입원 필요 환자가 델타가 14% 오미크론 5%로 낮았다. 입원기간도 델타 8일, 오미크론은 4일로 짧았고, 확진자 대비 사망자도 4분의 1로 적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중보건국 조사를 보면, 델타 변이는 사망률이 0.12%인 데 비해 오미크론은 0.03%였다. 또 중환자실에 입원한 비율도 델타는 0.42%, 오미크론은 0.06%로 현저하게 낮았다. 영국의 경우 런던 임페리얼 대학 입원이 델타에 비해 오미크론의 경우에서 40~45% 줄었다. 동물실험에서도(미국 NIH 연구 컨소시엄, 영국 리버풀대) 델타변이는 폐렴으로 발전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오미크론 변이는 그렇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앙위원회는 기존의 방역과 의료대응 체계는 오미크론 대유행을 감당할 수 없다며, 피해 최소화, 사회 기능 유지 목표를 위한 엄격한 방역에서 유연한 방역으로 전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오미크론은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서 기존의 방역과 의료 대응 방법으로 감당할 수 없다. 엄격한 케이-방역을 유연한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 모든 의료 기관이 환자 진료에 참여해야 한다”며 “오미크론이 이번 팬데믹에서 넘어야 할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고비를 넘기에는 2개월이 채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 연구팀은 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합병증과 독감의 합병증을 비교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코로나19가 확진된 2만1615명과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독감에 걸린 238만여명을 분석했다. 합병증은 ‘코로나19 혹은 독감 진단 전 3년간 특정 질병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한 적이 없으나, 코로나19 혹은 독감에 걸린 후 새롭게 발생한 질병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한 경우’로 정의했다.
코로나19 환자의 합병증 발생률은 19.1%, 독감 환자의 합병증 발생률은 28.5%로, 코로나19 환자의 합병증 발생률이 독감 환자보다 높지 않았다. 합병증으로 소화기계, 근골격계, 치주질환, 피부염, 탈모,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 폐렴, 심혈관질환, 심부전, 뇌혈관질환, 자가면역질환, 기분장애, 치매에 대해 발생률을 확인했다. 합병증의 상대위험도는 대부분의 질환에서 코로나19가 독감보다 적거나 비슷했으나, 치매(RR 1.96), 심부전(RR 1.88), 기분장애(RR 1.73), 탈모(RR 1.52) 발생 위험은 코로나19 환자가 높았다. 다만, 치명률은 독감이 0.05~0.1% 정도임에 반해 코로나19 치명률은 0.9%(4일 현재)로 크게 높았다. 중앙위원회는 코로나19의 합병증이 많지 않으므로 예방접종을 통해 치명률을 낮출 수 있다면,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유증상 확진자 중심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폐렴, 심혈관질환, 심부전, 뇌혈관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의 발생은 고령자 및 동반질환이 많은 사람에서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는 대체로 합병증 발생률이 독감 환자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심부전, 기분장애, 치매, 탈모 발생률은 다소 높아 해당 질환 고위험군은 합병증 관리에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준용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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