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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근, 형법 ‘사전죄’ 제정 69년 만에 첫 처벌 대상 되나

등록 2022-03-08 16:34수정 2022-03-08 18:02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 참여 의사 밝혀
형법, 외국에 대한 사사로운 전투시 처벌
이근 전 대위 유튜브채널 갈무리
이근 전 대위 유튜브채널 갈무리

여행금지 대상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정부 허가 없이 무단 입국한 이근 전 대위에 대해 외교부가 여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이근 전 대위는 형법으로도 처벌될 수 있다. 바로 사전(私戰)죄 조항 때문이다.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로 유명세를 탄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출신 이씨는 국제의용군 참여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입국했다고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서 밝혔다. 정부는 이 전 대위의 우크라이나 입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형법 제111조는 ‘외국에 대하여 사전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1953년 9월 형법이 처음 제정될 때부터 존재했다. 지금도 생소한 죄명이지만 한국전쟁이 막 끝난 당시에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입법 과정을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1953년 6월29일 오전 형법안 두번째 독회(법안 토론)에서 엄상섭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대리가 사전죄 조항을 읽어 내려갔다. 국회 속기록을 보면, 국회의원 가운데 누군가 “사전이 무엇이요?”라고 묻는다. 이에 엄상섭 위원장대리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사로운 전쟁… 국가적으로 어떤 대한민국의 명령을 받어 가지고 한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고 혼자 자의로 외국과 전단을 일으켜 가지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런 행위로 우리 국가의 의용군이라고 해서 외국 전쟁에 참가해 가지고 외교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일도 있습니다. 그것을 사전이라고 합니다.” 그제서야 “이의 없오”라는 말이 나왔고, 윤치영 국회부의장이 “그러면 그대로 통과입니다”라고 말한다.

형법 해설서 등을 보면, 사전죄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조문에 근거해 “국민 중 일부가 자기 마음대로 외국에 대하여 사적 전투행위를 하게 된다면 헌법에 반하게 될 뿐만 아니라 외교관계 및 평화로운 국제관계를 악화시켜 대한민국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어 처벌한다”(<주석 형법> 김대휘·김신)는 의의를 갖는다.

즉 사전죄는 국회의 선전포고 동의(헌법 60조2항) 및 대통령의 선전포고(헌법 73조) 없이 개인이나 사적 조직이 외국(국가권력이 아닌 특정 지역·계층 등을 상대로 한 전투는 제외)을 상대로 전투행위를 하는 것을 처벌하게 된다.

형법의 사전죄는 미수범도 처벌한다. 또 병기, 탄약, 자금 등을 준비하는 예비행위에 대해서도 3년 이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사전죄 제정 뒤 실제 적용 사례는 찾을 수 없다. 이런 탓인지 1985년 대한변호사협회는 사실상 무의미한 사전죄를 폐지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정부가 사전죄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은 지난 2015년 터키에서 실종된 김아무개(당시 18살)군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해 훈련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을 때였다. 이후 실종 상태가 계속되면서 실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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