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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광고’ 불허 서울교통공사, 인권위 규정 개정 권고 불수용

등록 2022-03-23 13:34수정 2022-03-23 16:53

공사, 소수자·세월호 추모 광고 불허 논란 계속
인권위 ‘불수용’ 입장 밝히자
공사 “인권위 권고 적극 수용…규정 개정하겠다”
23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고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는 광고가 게재돼 있다. 김윤주 기자
23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고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는 광고가 게재돼 있다. 김윤주 기자
고 변희수 하사의 복직을 지지하는 지하철 광고 게재를 불허한 서울교통공사가 광고관리규정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23일 서울교통공사가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광고관리규정을 개정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서울교통공사가 성소수자를 포함해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판단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인권위는 성전환 수술 뒤 강제 전역한 고 변희수 하사의 복직을 지지하는 지하철 광고 게재를 서울교통공사가 승인하지 않은 것은 차별행위이자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했다. 당시 인권위는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서울교통공사의 광고관리규정’ 중 ‘<별표 제1호 서식> 체크리스트 평가표’를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평가표의 의견광고 점검사항에서 특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의견이 대립하여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를 개정 또는 삭제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이고 명확한 점검항목을 마련해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적용하는 사례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 권고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평가표를 개정 중이라고 회신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기존 체크리스트 가운데 ‘의견이 대립하여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광고주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항목을 삭제하고, ‘소송 등 분쟁과 관련 있는 사안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가’, ‘공사의 중립성 및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가’ 항목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서울교통공사가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서울교통공사가 신설하고자 하는 항목이 공사의 내부 광고규정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공사가 준용한 광고자율심의규정의 내용보다 더 좁게 해석돼 광고 내용이 무엇이든 소송과 관련된 사안이면 모두 게재가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 회신 내용처럼 평가표가 개정될 경우, 인권위 권고의 본뜻과는 반대로 표현의 자유가 오히려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10일 불승인한 세월호 참사 8주기 추모 광고. 사진 4.16해외연대 제공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10일 불승인한 세월호 참사 8주기 추모 광고. 사진 4.16해외연대 제공
지하철 의견광고는 외부 인사 10인으로 구성된 서울교통공사 ‘외부광고심의위원회’가 게재 여부를 심의하는데 이때 체크리스트 평가표가 활용된다. 심의위원 명단과 심의 내용은 공정한 심의를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서울교통공사의 의견광고 승인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고 변희수 하사의 광고를 비롯해 성소수자 광고 게재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다. 변희수 하사 광고는 지난해 9월 게시 불승인 뒤 세 차례 심의 끝에 7개월 만인 지난 2월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 추모광고로 게시됐다. 2020년 6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는 문구가 담긴 광고를 게재하려 했으나 승인이 불허됐다. 단체가 문제제기를 하자 한 달 뒤에 광고는 게시될 수 있었다. 최근 서울교통공사는 언론팀 직원이 작성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장애인단체 등을 ‘맞서 싸울 상대’로 규정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소수자 혐오’ 논란에 오르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0일 4.16해외연대가 서울 지하철 3·4호선에 게시를 신청한 세월호 8주기 추모광고에 대해서도 “정치적 중립을 방해한다”며 게재를 승인하지 않았다. 4.16해외연대는 “세월호 참사 추모를 정치적이라며 불허한 것이야말로 정치적”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인권위가 불수용 판단 결과를 공개하자 이날 오후 서울교통공사는 보도자료를 내어 “공사는 인권위의 권고 사항을 적극 수용, ‘소송 등 분쟁과 관련 있는 사안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가’, ‘공사의 중립성 및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가’ 두 항목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광고관리규정 개정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촌역에 게시된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제공
신촌역에 게시된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제공
▶바로가기: 성소수자 광고 훼손의 전말…우리는 하루 몇번씩 ‘그 안부’를 묻는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56959.html

7개월 만에 걸린 변희수 추모 광고…“꿈과 용기, 잊지 않겠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2892.html

“정치적 중립 방해”…서울교통공사, 세월호 8주기 추모 지하철 광고도 불허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4826.html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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