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2차 내각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명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에서도 통합과 협치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측근 챙기기 발탁 인사인데다, 최측근이자 복심인 그에게 윤 당선자가 실제 부여하거나 기대하는 역할이 법무부 장관 그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국무위원 자격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정무적 판단, 민정수석 기능 이관을 통한 여권 및 공직사회 감시, 수사에 정통한 실세 장관으로서 사실상 검찰총장 구실까지 ‘슈퍼 국무위원’ 등장을 예고한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윤석열 정부 실질적 2인자’로 규정하고 인사청문회에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우선 윤 당선자는 한동훈 장관 카드를 통해 매주 열리는 국무회의 전후로 최측근을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게 됐다. 한 후보자를 서울중앙지검장 등 수사기관장에 앉혔다면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은 정치·사법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를 국무위원으로 기용함으로써 이런 논란을 피해 가면서도 수시로 법무검찰 내부 상황과 정보를 점검할 합법적 통로가 열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 후보자로부터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과 판단을 구할 가능성도 크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자와 함께 주요 권력형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여론을 봐가며 수사정보 노출 강도와 시점 등을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최고 권력들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한 후보자의 수사 능력과 함께 정무 감각을 꼽는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한 후보자는 검찰 내에서도 판단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윤 당선자가 검찰에 있었을 때처럼 새 정부에서 중요 판단을 내릴 때 한 후보자와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당선자가 대통령비서실에서 민정수석 기능 폐지를 공언했다는 점도 한 후보자 존재감을 키우는 요소다. 민정수석실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과 사정 기능, 정치권 동향 파악 등을 맡아왔다. 이런 기능을 법무부와 경찰에 맡겨 미국처럼 연방수사국(FBI)이 주도하는 모델로 바꾸겠다는 것이 윤 당선자 공약이다.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 법무부 장관으로 힘의 무게중심이 더욱 쏠릴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주요 수사부서에서 밀려난 ‘윤석열 라인’은 아직 검찰 내부에 건재한 상황이다.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자 ‘사실상 검찰총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에서는 이명박 정부 첫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경한 장관 전례를 꺼낸다. 김 장관은 청와대 신임을 등에 업고 검찰 인사에서부터 수사까지 진두지휘하는 듯한 실세 장관 모습을 보였고,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 ‘김경한 검찰총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은 퇴임하며 김 장관으로부터 비공식적 수사지휘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수사지휘권은 행사하지 않겠다” “검찰은 나쁜 놈들 잘 잡으면 된다”는 지명 소감을 내놓았는데, 문서를 통한 공식적 수사지휘가 아닌 윤석열 라인 내부에서 비공식적 수사지휘는 언제나 가능한 조건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후보자를 겨냥해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 2인자, 문고리 소통령에 의한 국정농단의 전조다. 암 덩어리가 되기 전에 깨끗이 도려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는) 민정수석을 겸하는 왕장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검찰공화국 회귀 시도”라며 한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