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공동취재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대학 교수 재직 중 13년여간 기업 사외이사를 맡으며 수억원대 보수를 받아 이해충돌 논란을 부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후보자가 본격적인 기업 사외이사 활동을 시작한 뒤로는 학계에서의 연구 활동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이 후보자가 재직 중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로부터 제출받은 이 후보자의 참여 논문 및 학회 정보와 연구용역 현황을 보면, 이 후보자가 일본 토카이카본코리아의 국내 자회사인 티씨케이(TCK)와 에스케이(SK) 하이닉스 사외이사를 겸임하던 2012년 2월 이후 현재까지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수는 모두 15개다. 그 가운데 단독 저자 논문은 2012년과 2018년에 2건뿐이다. 2000년 5월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로 임용된 뒤 2012년 이전까지 국제 학술지에 11건의 단독 논문을 게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후보자는 2000년대 초반 과학기술분야에서 높은 권위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는 국제전문학술지(SCI급) 저널에 논문을 꾸준히 게재했다. 하지만 사외이사 활동이 활발해진 시기로 접어들면서 최근 10년여간의 연구 성과는 감소 추세를 돌아섰다. 하이닉스 사외이사 활동 전인 2000∼2011년 이 후보자가 참여한 연구 논문 수는 24개로, 그 뒤 10년간 게재한 논문 수(15개)보다 훨씬 많다. 이 후보자의 학회 활동 또한 2008년 5월 미국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 이후 14년간 한 차례도 없었다.
주요 사외이사 활동기인 2012∼2022년까지 11년간 수행한 공동연구 13건 중 11건은 6명의 석·박사 지도 제자와 함께 쓴 논문이었다. 최근 3년동안 쓴 6건의 논문은 박사 학위 과정에 있는 지도 학생과 쓴 논문이었다. 카이스트는 SCI급 저널에 논문을 실어야 박사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례적으로 지도 교수 이름을 함께 넣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 후보자의 연구 실적은 줄었지만 기업 및 정부 자문 활동은 활발해졌다. 이 후보자는 2012년 2월 에스케이 하이닉스 사외이사로 선임됐을 당시 일본 토카이카본코리아의 국내 자회사인 티씨케이(TCK) 사외이사직을 4년째 맡고 있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2018년 3월까지 6년간 하이닉스 사외이사를 지낸 뒤 이듬해인 2019년 4월부터 엘지(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지난달 23일 재선임된 상태에서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사외이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13년여간 사외이사를 맡으며 8억원에 가까운 보수를 지급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2016∼2018년까지는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문관과 금융위원회 신성장위원회 위원장 등도 역임했다.
정량화된 수치만으로 연구 실적 전반을 평가할 순 없지만 이 후보자의 경우 23년간 학계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발표한 연구량이 다른 연구자와 비교해 많은 편은 아니다. 이 후보자가 2000년 5월 카이스트 교수로 임용된 뒤 발표한 논문 수는 모두 39개로 연평균 1.7개 꼴로 논문을 썼다. 2002년 같은 학교·학부에 임용된 ㄱ교수는 임용 뒤 1저자 및 공동저자 등으로 83개의 논문을 투고해 연평균 약 4개의 논문을 썼고, 이 후보자보다 5년 늦게 임용된 ㄴ교수도 2005년부터 50개의 논문(연평균 2.7개)을 게재했다.
이에 대해 서울 사립대 한 경영학과 교수는 “교수 임용시기에 비춰 투고한 논문 수가 적은 편인 건 맞다”며 “(후보자의) 활동 내역을 보면 논문을 자주 쓰진 못했을 것 같고, 최근 들어 꾸준히 지도 학생들과 함께 논문을 쓰는 방식으로 공저자로서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경영대 교수는 “대학마다 학술 실적을 측정하는 기준이 달라 일률적 평가를 하긴 어렵다. (후보자는) 공직 생활 등 실무가로서의 활동 기간이 길었고, 논문 게재 편수는 많지 않지만 수준 높은 국제학술지에 단독 투고하기도 해 실적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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