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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23709…당신의 희생에 빚진 우리의 봄, 이제야 애도합니다

등록 2022-05-16 04:59수정 2022-06-03 17:53

[코로나로 빼앗긴 삶 23709]

전대미문 팬데믹 속 0.13% 치명률에 가려진 슬픔들
‘희생’에 빚진 일상회복…‘사회적 장례’ 소리내 애도할 때
일러스트 김대중
일러스트 김대중

사람이 숨지고 있는데 곡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코로나19 위기가 2년을 넘겼지만, 한국 사회는 오늘 확진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느라 어제 숨진 사람을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이들은 매일 발표되는 사망자 숫자로만 남았다. 끝없는 위기 속에서 산 사람은 살아야 했기에 ‘애도의 자리’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기억하고 이별을 아파하고 울음을 토해내는 ‘애도의 시간’은 제대로 허용되지 않았다. 전대미문의 감염병 위기에서 서로는 서로에게 두려운 존재였고, 각자도생은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되었다. 차마 떠나보내지 못한 슬픔은 집단적인 상처가 되었다.

잔인한 봄이었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022년 봄에 나왔다. 올해 3월 8172명, 4월 6564명 등 코로나 사망자 2만3709명(5월15일 0시 기준)의 64%가 최근 석달 반 사이에 집중됐다. 0.13%. 한국의 코로나19 치명률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치지만 ‘잔인한 산수’이기도 했다. 오미크론이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 3월에 나온 하루 평균 확진자 수 40만명은 열흘이나 보름 뒤 40만명의 0.13%인 520명이 숨질 것이란 예고였다.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확진자 수가 아니라 위중증·사망자라는 당위를 정부도, 언론도 강조했지만 올해 3~4월 ‘감염의 쓰나미’가 닥치자 관심은 다시 확진자 수에 쏠렸다. 사망자의 93.8%가 60살 이상 고령자여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렇게 ‘고귀한 생명’을 가르고 있었다.

지극히 낮아 보이는 0.13%가 여전히 ‘현존하는 위협’인 사람들이 있다. 요양원·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르신, 기저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0.13%는 지극히 낮은 가능성이 아니라 목숨을 앗아갈지 모르는 위협이 된다. 건강한 이들에게 하루 이틀 앓고 지나가는 고통인 것과 다르다. 일단 확산 정점은 지났지만, 지금도 ‘긴 꼬리’라 부르는 하루 수십명대 사망, 수만명 확진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일상회복 즐거움이 거리에 넘쳐도 누군가에겐 여전히 잔인한 봄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었지만, 착한 노인의 나라는 있었다. ‘케이(K)방역’이 자랑하는 성과는 세계적으로 높은 고령자의 백신접종률에 빚지고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할 수 있는 건 자신을 스스로 집안에 가두거나 백신에 팔뚝을 내주는 일뿐이었지만, 어르신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애도는 격리되었고, 슬픔은 요양시설에 갇혀버렸다.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셋 중 한 명은 요양원·요양시설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잘 모른다. 감염병 위기에 취약한 장애인·이주민 등이 위기에 어떻게 맞서고 스러졌는지도 우리는 충분히 알지 못한다. 애도는 정확한 진실을 아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 희생을 드러내고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장례’가 시작되었으면 한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오며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끝없는 위기 속에서 산 사람은 살아야 했기에 ‘애도의 자리’가, ‘애도의 시간’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한겨레>는 15일 창간 34돌을 맞아 코로나19 희생자 2만3709명(5월15일 0시 기준)을 기억하고 그 삶과 죽음을 애도하는 기획을 시작한다. 늦었지만 코로나에 대한 낙인 때문에 작별인사조차 못하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가족과 친구의 슬픔을 함께 나누려 한다. 촛불을 불어 소원을 빌듯 민들레 갓털에 추모의 마음을 담아 날려보리라. 바람 타고 훨훨 날아가 새싹을 틔우길 기원하며.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오며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끝없는 위기 속에서 산 사람은 살아야 했기에 ‘애도의 자리’가, ‘애도의 시간’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한겨레>는 15일 창간 34돌을 맞아 코로나19 희생자 2만3709명(5월15일 0시 기준)을 기억하고 그 삶과 죽음을 애도하는 기획을 시작한다. 늦었지만 코로나에 대한 낙인 때문에 작별인사조차 못하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가족과 친구의 슬픔을 함께 나누려 한다. 촛불을 불어 소원을 빌듯 민들레 갓털에 추모의 마음을 담아 날려보리라. 바람 타고 훨훨 날아가 새싹을 틔우길 기원하며.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겨레>는 창간 34돌을 맞아 코로나19 희생자 애도 기획을 통해 숨죽여 있던 슬픔들을 찾아내 알리려 한다. 코로나에 대한 낙인 때문에, 화장장이나 장례식장이 부족해, 손도 잡아 보지도 못하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가족과 친구의 슬픔을 함께 나눌 작정이다. 코로나19 위기와 최전선에서 맞서다 숨지거나 그들을 애달프게 지켜본 의료진, 돌봄노동자 등의 이야기도 담는다.

지하철에 장애인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자 어르신들이 수혜자가 됐고 모두에게 때로 유용하다. 코로나19 위기도 다르지 않다. 마지막 한 사람이 안전하지 않으면 모두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권의 원칙은 유효하다. 팬데믹도 가장 위협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위기의 본질이 보인다. 늦었지만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2만3709명을 기억하고, 촛불을 드는 애도의 자리와 시간을 마련한다. 한국보다 희생이 컸다고 하지만, 미국만 해도 정부가 조기를 달고 의회가 촛불을 들어 코로나 희생자를 추모했다. 영원히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 이들을 남겨두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 슬픔을 함께 대면하고 기록해, 코로나로 빼앗긴 삶을 검은 숫자로만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한겨레>는 창간기획 ‘코로나로 빼앗긴 삶 24158’의 하나로 온라인 추모소 ‘애도’(www.hani.co.kr/interactive/mourning)를 열었습니다. 고인의 삶을 돌아보고 그리움과 추억을 전하는 글과 사진을 ‘온라인 추모소’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전자우편(missyou@hani.co.kr)으로 추모글을 보내주십시오.

한겨레가 마련한 ‘사회적 장례식’에 많은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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