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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푸틴’ 때문에 ‘삼겹살’ 귀해질 줄이야…20% 비싸진 이유

등록 :2022-05-18 11:59수정 :2022-05-19 17:30

1년 전 가격보다 20% 오른 ‘금겹살’
‘러-우’ 전쟁으로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밀·옥수수 등 쓰이는 가축 사료도 올라
양돈업계 “삼겹살 현재 비싸도 비싼 것 아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식료품 등 밥상 물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한국인 외식 1위 메뉴’인 삼겹살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를 보면, 삼겹살 1kg당 소비자 가격은 지난 17일 2만8230원이다. 지난해 5월17일에는 2만3648원이었는데, 1년 사이 가격이 19.4%(4582원) 올랐다. 한 달 전 가격인 2만3490원(4월15일)과 비교해봐도 가격 상승세가 도드라진다.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만 해도 7000㎞ 이상 떨어진 한국의 밥상 물가가 흔들릴지 예상하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가뜩이나 코로나19와 이상기후 등으로 불안정한 국제 곡물 가격을 밀어 올렸다. 곡물 가격 인상에 따른 사료 가격 상승은 돼지 농가를 시름에 빠지게 하고, 마침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수요까지 증가하며 소비자 가격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사료 가격이 앞으로도 상승할 여지가 있다 보니 양돈 업계에서는 삼겹살 가격이 아직 ‘고점’을 찍지 않았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2월: 국제 곡물 가격 들썩

코로나19 대유행,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 등의 여파로 국제 곡물가격은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여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세계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수출이 마비되면서 밀·옥수수·콩 등 곡물 가격이 오르고, 이를 주원료로 하는 배합사료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옥수수·밀·보리·해바라기유 등의 주요 생산 및 수출국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밀이 세계 곡물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9%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곡물 가격 상승은 전쟁 위기가 본격화하던 2월 초부터 나타났다. 국내로 수입된 밀 1t 가격은 지난 1월 359달러에서 2월 369달러, 3월 402달러, 4월 377달러로 집계된다.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인근 지역인 미콜라이우에서 밀이 자라고 있다. 미콜라이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인근 지역인 미콜라이우에서 밀이 자라고 있다. 미콜라이우/로이터 연합뉴스

3월: 사룟값 빨간불

밀은 빵·라면 등 밀가루를 재료로 하는 식품뿐 아니라 소·돼지·닭 등 가축 사료의 원료로도 쓰인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약 20%로, 밀·콩·옥수수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국내로 수입되는 사료용 밀의 70%가량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최근 3년(2019∼2021년) 평균 사료용 밀 수입량은 125만t이었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수입밀은 각각 61만t(48.9%), 18만t(14.3%)을 차지했다.

한국사료협회 쪽은 “배합사료의 원료 중에 옥수수·밀 등 곡물이 약 60%를 차지한다. 그뿐만 아니라 단백질 공급용인 콩깻묵과 밀기울도 결국 곡물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국제곡물가격이 오르면 사료 원료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를 보면, 양돈용 배합사료의 1kg당 공장 출하 가격은 1년 새 100원 이상 올랐다. 양돈용 배합사료 가격은 지난해 3월 581원에서 지난 1월 671원, 2월 674원 , 3월 694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관련 업계는 ‘러-우 전쟁’이 사료 가격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기를 하반기로 전망한다. 사료용 밀 등은 5∼6개월 치를 미리 구매하기 때문에 현재 가격에는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 시세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그래픽_스프레드팀 
그래픽_스프레드팀 

3~4월: 농가 “돼지 팔아도 적자”

사료 가격 상승은 양돈농가에게 생산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농가가 체감하는 사룟값 인상률은 정부 통계 보다 더 높다. 경기 양주시에서 돼지 4500마리를 사육하는 ㅈ(57)씨의 경우, 비육돈 생산비용의 70% 이상이 사료대금이다. ㅈ씨는 “작년 초보다 현재 사료 대금이 1kg당 200원 더 올랐다. 한달에 사료 230t을 쓰는데, 작년에 1억2천만원이 들었다면 현시점에서 1억6천만원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북부 지역은 2019년 가을에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 열병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돼지들을 모두 살처분한 뒤 농가들이 어렵게 버텨왔다. 지금은 돼지 한 마리를 팔 때마다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한돈협회는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은 제외하고 사료 가격 인상분만 반영했을 경우, 올해 비육돈 생산비용이 지난해보다 17.4%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지금 삼겹살 가격이 오르는 것은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외식 수요가 증가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현재 오른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각종 물류비 상승분을 감안했을 때 농가는 역대 최악의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 현재 삼겹살 가격이 비싸도 비싼 게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지난 3월 ‘곡물가 급등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들은 사료구매자금 금리 인하, 사료구매자금 상환 시기 연장 등 정책적 지원 방안을 유관 부처인 농식품부에 요구하고 있다.

5월: 소비자는 ‘얇은 지갑’ 고민

돼지 농가는 적자를 호소하지만 사룟값 인상은 도매 가격을 끌어올린다. 축산물 유통정보를 보면 돼지(탕박)의 4월말 전국 평균 경락가격(도매시장 및 공판장에서 경매하여 낙찰된 가격) 1㎏당 6862원이었는데 17일 현재 1㎏당 7528원으로 올랐다. 당연히 소매가격도 들썩일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을 보면 삼겹살 100g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2780~2980원(6일 기준)으로 한 달 전 보다 20% 안팎 올랐다. 한 근(600g) 가격이 2만원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 정육점은 물론이고, 최근 삼겹살을 파는 식당들도 가격을 소폭 올리거나, 인상을 고민하는 상황이다. 소득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소비자들은 얇은 지갑 사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약 2년 동안 제대로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지난 14일 충북 제천시로 놀러 간 박아무개(32)씨는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놀랐다. 삼겹살 가격을 직원에게 물어보니, 직원이 “좋은 고기라 비싸다”고 말끝을 흐리며 “한근(600g)에 2만4천원 정도 한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당초 일행 6명이 먹을 돼지고기로는 세근 가량을 사려 했으나, 박씨는 고기를 두근가량 샀다. 대신 카트에는 값이 싸면서도 양이 많은 소시지가 담겼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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