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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관저=집무실’ 경찰 주장에…법원 “대통령 직무는 국민 소리 듣는 일”

등록 2022-05-23 17:11수정 2022-05-23 18:34

법원, 잇따른 용산 집무실 집회 허용
“법 제정 취지 생각하면 관저=집무실” 경찰 주장에
“대통령 특수성 고려해 집무실 집회금지 안했을 수도”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 도로에 경찰버스들이 집회 및 시위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 도로에 경찰버스들이 집회 및 시위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정 당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고충을 듣는 대통령 직책의 특수성을 고려해 ‘대통령 집무실’은 집회·시위의 금지 장소로 지정하지 않았을 여지도 충분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입법 취지를 고려해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된다며 집무실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하는 경찰의 주장에 법원이 ‘대통령 직책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시민단체의 집회를 허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법원이 잇따라 경찰의 집무실 인근 집회 금지에 제동을 걸면서 집무실 주변 집회의 정당성 여부를 따질 본안소송 결과까지 관심을 끈다.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이 경찰을 상대로 낸 집무실 인근 집회 금지통고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23일 결정문을 검토해보니, 재판부는 다른 재판부의 판단처럼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되도록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다고 판단하는 한편,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고충을 듣는 게 대통령 직책의 특수성’이라며 대통령 집무실의 성격에 대해서도 정의했다.

재판부는 우선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법원은 직무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부터 짚고 넘어갔다. “국회와 대법원 등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집무실 보호 필요성도 고려돼야 한다”는 경찰의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닌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는 국회의원이나(헌법 제46조),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여야 하는 법관(헌법 제103조)과는 달리 국가의 원수로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고충을 직접 듣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하는 국가 정책을 수립하여야 하는 대통령 직책의 특수성”이라고 밝혔다. 국가 원수인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직접 듣는 일’이 직무의 일부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집무실 앞 집회가 보장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대통령 직책의 특수성을 고려해 ‘대통령 집무실’ 등 대통령의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로 지정하지 아니하되, 대통령과 그 가족의 신변과 주거의 평온 및 안전은 보호되어야 하므로 ‘대통령 관저’를 옥외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경내에 관저와 집무실이 함께 있던 시기에 제정된 집시법을 근거로 둘을 분리하지 않는 경찰의 해석에 대해 법원이 관저만 집회 금지구역으로 규정한 법 조항은 “의도된 입법일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이다. 

지난 21일 경찰이 최고 수준의 경호·경비 태세를 유지한 한-미 정상회담 당일에도 법원 결정으로 집무실 앞 20m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충돌 없이 예정대로 집회를 진행했다. 지난 20일 평통사와 함께 집행정지 일부 인용 결정이 이뤄져 이튿날 집무실 인근에서 집회를 연 참여연대는 23일 논평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계획을 밝히면서 미국 백악관과 같은 집무실을 표방했는데, 그 백악관 담장 바로 앞에서는 집회시위가 상시 벌어진다. 그렇다고 누구도 미국이 백악관 앞 집회·시위를 금지하지 않아서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이 훼손되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며 경찰에 금지통고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은) 개별 사안에 대한 가처분 인용이고 최종 판단으로 보기는 어려워 본안소송을 통해 확실하게 해석 받고자 한다”며 경찰의 집무실 인근 집회 신고 금지통고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기사: 정상회담 중 집무실 20m서도 했는데…‘허가제’ 된 용산 집회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3813.html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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