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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미 밥값 만원 받고 90시간 근무하는데…주92시간?”

등록 2022-06-26 12:00수정 2023-03-16 09:54

직장갑질119 “주 52시간 제대로 안 지키는 사업장 다수”
“포괄임금제 악용부터 규제해야”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한 아이티(IT) 회사에 입사한 ㄱ씨는 최근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6일, 하루 16시간(식사시간 포함)씩 주 90시간을 일했다. ㄱ씨가 입사할 때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아침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으로 나와있지만, 실제 ㄱ씨는 아침 8시까지 회사에 나가 밤 11시30분이 돼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야근이지만 회사에서 받는 야근 수당은 따로 없었다. ㄱ씨는 “회사에서는 포괄임금제이기 때문에 연봉에 이미 야근수당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야근 식대 만원, 10시 넘으면 택시비 지원만 해주더라. 이게 말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난 23일 고용노동부가 주 12시간으로 규정된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월 단위로 바꿔 한주에 최대 92시간까지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추진방안’을 발표했으나, 이미 노동 현장에서는 포괄임금제 등을 이유로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초과하면서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직장갑질119는 26일 “윤석열 정부의 ‘주 92시간제’는 이미 악질 사용자들이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법”이라며 “(여전히 일부 사업장에서는) 하루 16시간씩 주 90시간 근무를 하게 하면서 포괄임금제 계약을 이유로 연장·야간·휴일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입사 4년차 직장인 ㄴ씨는 “입사할 때 포괄임금이면 설명이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입사 4년 만에 ‘추가연장근로를 왜 인정 안 해주냐’ 물으니 회사에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묵살했다. 근로계약서 어디에도 (포괄임금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산재 신청하고 사업장이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사실확인서를 보니 제출한 서류에 ‘포괄’이라는 문구가 있었다”고 했다. 직장인 ㄷ씨도 “주 4일을 밤 11시까지 근무하고, 철야를 하더라도 해당 주에 52시간 초과를 하지 않으면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없다. 일요일 16시간, 월요일 12시간, 화요일 5시간 이런 식으로 일을 하니까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며 “일주일에 이틀씩 철야를 해서 건강이 점점 나빠졌다. 출퇴근 시간을 기록했으나, 회사에서는 수당 미지급이나 주 52시간 위반 은폐를 위해 출퇴근 기록을 없앴다”고 했다.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를 막으려면 포괄임금제 남용을 막고 근무시간 기록을 의무화하는 등 관련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119 박은하 노무사는 “포괄임금제는 어디까지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아주 특수하고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유효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포괄임금 계약이 남용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연장근로 시간까지 월 단위로 보겠다는 것은 초과근로 수당 자체를 아예 유명무실하게 만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출퇴근시간기록의무제(일명 ‘칼퇴근법’) △초과수당 제대로 안 주는 포괄임금제도 규제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 근절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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