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천원이라도 아껴보는 거죠.”
서울 영등포구에서 국수를 주메뉴로 하는 식당을 운영하는 강아무개씨는 최근 모든 메뉴에 공통으로 제공되는 샐러드용 양배추를 기존에 구매하던 것보다 저렴한 상품으로 대체했다. 손님이 끊길까봐 아예 없앨 수는 없었다. 이렇게 한달에 10만원정도 재료비를 줄이게 됐지만, 계속되는 물가 상승에 다음엔 또 무엇을 줄여야 할지 고민이다. 강씨는 “모든 메뉴 가격을 소폭 올리긴 했는데 그만큼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 무작정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식재료를 줄일 수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대로 치솟는 등 1~2년 물가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고물가 장기화 전망이 나오면서, 코로나19 거리두기 2년을 버텨온 식당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한국소비자원에서 제공하는
가격정보 서비스 ‘참가격’을 보면, 주요 식재료 중 하나인 곰표 밀가루(중력분) 가격은 지난달 서울에서 1㎏당 1880원으로 팔렸다. 1년 전(㎏당 1080원)과 비교해 무려 74.1% 상승했다. 식용유(오뚜기 콩기름 기준)도 1년 전 900㎖당 4280원이었던 제품이 지난달 6980원으로 63.1% 올랐다. 상추와 깻잎, 감자 등 채소류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 정육 제품도 1년 전과 비교해 많게는 50% 가까이 상승했다.
식재료 가격 상승에 식당들은 어쩔 수 없이 주요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그러자 ‘런치플레이션’(점심 식사비와 물가 상승을 합친 말)에 움츠러든 직장인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일본식 돈가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메뉴 가격을 천원 올렸는데 점점 손님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특히 직장손님이 줄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 6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연합뉴스
막걸리와 전을 파는 서아무개(32)씨는 종업원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고물가와 싸우고 있다. 녹두전처럼 주문이 잘 안 들어오는 메뉴는 메뉴판에서 지웠다. 혹시라도 팔릴까봐 준비해 두는 식재료 비용이라도 줄여보려는 것이다. 서씨는 “손님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 아직 가격을 올리진 않았다. 더 버티기 어려우면 천원 정도 올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식재료 가격 급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거나 대응 방법을 공유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예전에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던 서비스 품목을 없앴다” “사전 예약을 하면 음료를 무료로 줬었는데 올해 초부터 안 하고 있다. 세트메뉴 주문 시에 나가던 식전 빵도 이제는 주지 않는다” 등이다. 깻잎·상추 등 쌈 재료 가격도 크게 오르자 오이·양배추 등으로 대체할 지를 고민 중이라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식당 서비스의 ‘작은 변화’에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단골소비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박아무개(43)씨는 “어제 저녁 동네가게에서 닭강정을 주문해 먹었는데 예전보다 튀김옷이 너무 두꺼워서 놀랐다. 요즘 재료비가 올랐다더니 그 영향 아닌가 싶지만, 솔직히 너무 심했다”고 전했다. 직장인 이아무개(31)씨는 “자주 가는 식당에서 메뉴 구성이 달라지거나 확실히 양이 줄어든 느낌을 받았다. 양을 줄이면 다시 방문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김아무개씨(32)도 “콩나물국밥 집에서 계란을 주지 않아서 놀랐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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