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고기 반찬을 일주일에 두번 정도 했다면 최근 한번으로 줄였고, 요즘은 한번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아이가 한참 클 때라서 대패 삼겹살을 구워주면 진짜 잘 먹는데…”
78살 어머니를 모시고 11살 아이를 홀로 키우는 김아무개(47)씨는 지난 25일 아이의 방학이 시작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활근로 사업에 참여 중인 그의 월 소득은 약 130만원. 여기에 어머니 연금까지 합쳐 약 200여만원으로 가족이 생활한다. 올여름 수박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을 만큼 마트 채소‧과일코너는 쳐다 보지도 않았지만, 이제는 고물가 여파로 고기를 집어드는 횟수마저 줄어든 것이다.
최근 식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김씨처럼 성장기 자녀를 둔 취약계층은 식단 고민에 빠졌다.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는 시기인데, 물가 상승으로 균형잡힌 밥상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5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602만4515원)에 훨씬 못미치는 약 300여만원으로 생활하는 조아무개(45)씨도 초중등 자녀 3명의 밥상에 고기반찬을 올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그냥 고기를 구워줬다면, 요즘은 고깃값이 덜 나오게 하기 위해 비빔면 위에 대패 삼겹살을 올려준다”고 말했다. 그는 “고기가 너무 비싸서 생선으로 대체하려고 해도, 생선도 값이 많이 올랐다”며 “물가는 물가대로 오르는데 자라는 아이들에게 영양소가 부족할까 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류호경 부산대 교수(식품영양학과)는 “골격과 근육의 주된 성분은 단백질이다. 성장기에 있는 아동과 청소년이 제때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다면 성장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취약계층 자녀를 돌보는 아동돌봄기관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복지관이 한부모가정·수급자 자녀를 비롯해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을 위해 운영하는 어린이식당은 한달 식비 예산으로 230만원을 책정하고 있지만, 지난달에는 식자재 구매에만 50만원을 더 지출했다. 배금예 복지사업팀 과장은 “하반기 예산을 사실상 앞당겨 쓰고 있어서 후원처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지역아동센터장도 “작년에는 주말 외부활동에서 그래도 짜장면과 탕수육을 함께 시켜먹었는데. 올해는 외식 가격이 너무 올라 짜장면 하나밖에 시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저소득층 영양 문제는 아이들의 신체적 성장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신뢰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각 지자체에서 아동전문식당, 지역아동센터, 복지관 등을 통해 양질의 식사를 공급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2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1명은 국회에서 ‘아동 급식 지원 단가 현실화와 국비 지원 요청’ 기자회견을 열어 “물가가 올라 아이들이 기존 지원금으로는 제대로 된 한 끼를 사 먹지 못하고, 편의점 도시락이나 인스턴트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며 “아동 급식 지원금 상향과 물가 상승률에 맞춘 아동 급식 지원 단가 인상, 아동 급식 지원 관련한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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