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공동구매 전용플랫폼 ‘올웨이즈’. 올웨이즈 갈무리
경기도에 사는 주부 최정연(32)씨는 최근 소규모 공동구매로 생활비를 아끼고 있다. 보통 대형마트나 온라인 배송을 통해 생필품과 식재료를 구입하지만 고물가가 지속되자 찾아낸 절약 방법이다. 그는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내 공동구매 게시판이나 공동구매 전용 앱을 통해 과일부터 생수, 세제까지 공동구매를 했다고 한다. 최씨는 “대형마트나 쿠팡에서는 필요한 양보다 대규모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규모 공동구매에 참여하니 돈을 아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근 플랫폼을 통해 식재료나 생필품을 소규모로 공동구매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고물가에 온라인 구입에 드는 배송료까지 부담되는 상황에서 한 푼이라도 아껴보고자 등장한 소비 형태다.
공동구매 자체는 새로운 소비 현상은 아니다. 다만 기존 공동구매가 인터넷 카페나 에스엔에스(SNS)에 올라온 대규모 공동구매 글을 통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플랫폼을 통해 최소 2∼3명이 참여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다. 배달 음식도 배달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비슷한 지역에 사는 이들끼리 공동배달을 하는 경우도 있다.
‘소규모 공동구매’가 주로 이뤄지는 대표적인 플랫폼은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이다. 12일 서울 지역 다수의 ‘동네생활’ 게시판을 살펴보니 같이 음식 배달을 시킬 사람을 모집하는 글부터, 생필품이나 식재료를 함께 구매하고 나누자는 글이 여럿 보였다. 당근마켓은 지난 8월 한 달간 공동구매와 관련된 게시글이 지난해 8월보다 약 130% 늘어났다고 밝혔다.
수요가 늘어나자 당근마켓은 지난 7월 서울 관악구 전 지역과 경기도 하남시 일부 지역에 소규모 공동구매 글을 올릴 수 있는 ‘같이 사요’ 게시판을 열었다. 해당 게시판을 자주 들여다본다는 관악구 거주 유아무개(30)씨는 “예전에는 공동구매가 느리고 번거롭다는 생각에 관심이 가지 않았지만 내가 공동구매하고 싶은 물건도 쉽게 올릴 수 있는 방식이라 몇번 이용했다”며 “싸다는 이유로 물건을 대용량으로 사놓고 집에 방치해 두곤 했었는데 불필요한 돈을 아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밖에도 ‘팀 구매’라는 콘셉트로 2명 이상 소규모 공동구매가 가능한 ‘올웨이즈’ 등 공동구매 전용 플랫폼 등도 나오고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가에서는 배달료를 아끼기 위한 공동배달, 일명 ‘배달팟’도 활성화돼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에서 배달음식을 함께 시키고 배달비를 나눠 내는 방식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박아무개(22)씨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학생들끼리 친구를 초대해 만든 ‘배달팟’ 채팅방에 들어가 있는데 한 달에 두세차례 이용한다”며 “주문을 취합해 만날 장소를 정하고 그 자리에서 돈을 이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7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서울 관악구 공동구매 ‘같이 사요’ 게시판. 당근마켓 갈무리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