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빚은 다양한 모양을 가졌다. 열심히 일해도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갑작스러운 사고나 범죄 때문에, 때론 투자를 위해서 청년들은 대출을 받았다. <한겨레>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16명의 빚진 청년을 8월5일부터 26일까지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응한 청년들은 19~36살로 서울·인천·청주·울산·광주 등에 거주했다. 청년의 빚이 어떻게 태어나고 성장했는지를 두차례에 걸쳐 살핀다. 생계 혹은 어쩔 수 없는 불운 때문에 빚을 지게 된 청년들을 먼저 만난다.
① 2022 청년부채 보고서
② 연체의 늪에 빠진 이유
③ 청년빚의 다양한 얼굴
④ 대출이 제일 쉬웠어요
<한겨레>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16명의 빚진 청년을 8월5일부터 26일까지 인터뷰했다.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빚의 굴레에 묶인 청년들의 공통점은 도와줄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었다. 부모는 아프거나, 형편이 어렵거나, 때론 빚의 이유가 됐다. 부채를 갚을 자산도 대부분 없었다. 실직 상태거나, 월급은 적었다.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다 보니 범죄 피해에 노출되기도 쉬웠다. ‘불가항력’의 빚이 그렇게 쌓여갔다.
성아무개(28)씨의 부채 6000만원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대부업체에 퍼져 있다. 가족 때문이었다. 성씨가 중학교 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다쳤다. 그 무렵 어머니는 암 판정을 받았다. 학원과 집만 오갔던 성씨가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 진학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일만 하다 군 입대를 해야 했던 그는 자신의 신용카드를 부모에게 맡겼다. 부모는 생활비로 성씨의 카드를 쓰고 갚지 못했다. 아버지는 다친 이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어머니도 일당을 받는 일만 간간이 했기 때문이다. 1000만원의 카드빚이 쌓였다. 군대에서 성씨는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됐다.
전역한 뒤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채무조정을 했지만, 당장의 빚만 해결했을 뿐이다. 다시 아르바이트를 떠도는 삶을 살아야 했다.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일해 한달에 200만원 정도를 벌었다. 가정을 책임져보겠다고 어머니가 가게를 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치명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성씨는 다시 가장의 책임을 짊어졌다. 그렇게 빚이 6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추심)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요. 엄청난 압박감이에요. 그래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아예 안 받아요.” 자신을 위해선 한푼도 빌려본 적이 없는 성씨는 끊임없는 빚 독촉에 지쳐 있었다. 어머니와 유독 사이가 좋았던 그는 결국 집을 나와 독립했다. 성씨처럼 대출을 받아 부모를 부양했던 누나는 결혼한 뒤 이미 집과 연락을 끊은 상태였다. “저도 좀 살아야 하니까요.” 성씨는 현재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개인회생을 준비 중이다.
범죄 피해로 빚을 진 경우도 있다. 이아무개(24)씨의 남자친구는 지난해 어머니가 암에 걸려 병원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출을 알아보겠다며 남자친구는 이씨의 개인정보를 받아 저축은행, 카드론, 대부업체 등 7군데서 4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알고 보니 그 돈으로 남자친구는 도박을 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했다.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었다. 이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개인회생을 신청해 매달 40만원을 변제하고 있다. 직장이 없는 이씨에겐 40만원 마련이 어려울 때가 많다.
<한겨레>가 만난 청년 중에는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공황장애를 앓고 직장을 잃은 이아무개(34)씨도 있었다. 그는 병원비와 생활비로 3000여만원 신용대출을 받았다. 1년6개월이 지나 다시 일을 구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다. 2교대로 근무하는 공장에 겨우 취업했다. 6개월 일하고 2년 추가 계약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10개월 만에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실직 상태에서 빚을 갚을 방법이 그에게는 마땅치 않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청년들은 가족과도 친구와도 멀어진 채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들 곁에 끝까지 남은 것은 추심 전화와 연체 독촉 문자뿐이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과도한 빚에서 벗어나는 법
과도한 빚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법원의 회생 및 파산제도 등이 있다. 신용회복위에서 진행하는 채무조정은 연체 기간에 따라 방식이 다르다. 연체가 예상되거나 한 달 이내 단기일 경우 ‘신속채무조정’으로 상환기간 연장이나 유예를 받을 수 있다. 연체가 3개월 미만이면 이자율 조정을 하는 ‘프리워크아웃’으로 연체 장기화를 방지한다. 그 이상이 되면 ‘개인워크아웃’이다. 금융기관 채무가 3개월 이상 연체됐고 총 채무액이 15억원을 넘지 않을 경우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 다음날부터 추심이 중단된다. 확정되면 연체 이자가 감면되고 채무자의 재산과 수입 등을 종합한 상환 능력에 따라 원금도 일부 탕감 가능하다.
법원에서 진행하는 채무조정 제도도 있다. 바로 ‘개인회생’과 ‘파산면책’이다. 개인회생은 3년 이내에 채권자에게 분할변제를 하는 조건으로 남은 채무 일부를 감면 받는다. 변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수입이 있는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반면 파산은 채무자가 모든 재산으로도 빚을 갚을 수 없을 때 가능하다. 면책 절차를 통해 남은 채무를 정리하는 방식이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