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서울 신당역에서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더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읽고 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 만에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사장은 24일 오전 11시 서울 신당역 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더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사장은 “고인이 오랜 기간 큰 고통 속에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왔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게 돼 통한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김 사장은 “직원들이 더욱 안전한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현장의 사각지대를 촘촘하게 챙겨보겠다. 시민들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을 만들겠다”며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을 찾아내 고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는 고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인을 명예직원으로 영원히 기억하겠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사과문 발표 직후 ‘열흘 만에 사과한 이유’를 기자들이 묻자 김 사장은 “유족 분들과 개별적으로 말씀을 나눴지만 다른 현장을 챙기느라 공식 사과가 늦었다”고 말했다.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건에 대해서는 “충분히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가해자가 내부 시스템으로 피해자 관련 정보를 알게 됐다’는 지적에는 “일상적인 시스템이라 방지할 수 없었다. 접근이 어렵게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여성 역무원 당직 감축’을 안전 대책으로 제시해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명백한 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1일에는 서울교통공사가 피해자 ㄱ씨 추모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ㄱ씨 실명을 노출해 유족들의 반발을 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ㄱ씨를 살해한 전주환(3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씨는 직장 동료인 ㄱ씨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징역 9년을 구형받은 뒤 선고기일을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전담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23일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