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지난달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구속됐던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김홍희 전 해경청장이 석방됐다. 잇따라 구속적부심이 인용되며 검찰의 추가 윗선 강제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검찰은 “수사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재판장 정덕수)는 11일 김 전 청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을 인용했다. 구속적부심은 구속된 피의자가 구속의 적법성과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범죄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충분한 이유가 없고, 사건 관계자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다고 석방 사유를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보증금액 1억원 납입 명령과 함께 △주거지에 있어야 하며 △법원이나 검찰 출석 요구에 응해야 하고 △증거 인멸 및 피의사실 관련자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 받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조건을 달았다.
앞서 지난달 22일 김상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김 전 청장과 서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서해 사건 당시 해경 총책임자였던 김 전 청장은 고 이대준씨 자진 월북 발표를 위해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 증거를 은폐하고 실험 결과를 왜곡했다는 등 혐의를 받는다. 감사원은 김 전 청장이 숨진 이씨가 착용했던 구명조끼에 한자가 적혀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나는 안 본 거로 할게’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서해 사건 관련 국방부 첩보를 삭제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공모해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합동참모본부 보고서를 쓰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는 서 전 장관은 지난 8일 구속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법원의 잇따른 구속적부심 인용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윗선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구속적부심 때 수사 기록이 법원으로 간다. 구속영장을 발부해줬지만 기록을 보니 굳이 구속 수사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해 법원이 인용했을 수 있다”며 “박 전 원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을 더 신중하게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구속적부심 인용률이 낮은 편이라 연속된 인용이 신경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은 혐의 소명에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구속수사로 대부분의 증거를 수집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향후 차질없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서 전 장관 등의 석방에도 기소에는 크게 문제없으리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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