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월11일(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축하공연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드러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1년 만에 재가동했다. 김 여사 증권계좌 거래 내역 등이 정리된 ‘김건희 파일’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민아무개(52)씨를 구속하면서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로서는 이제 ‘판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지만, 수사팀은 여전히 김 여사 수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1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민씨를 구속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민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수사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내줬다.
ㄱ투자자문사 임원이던 민씨는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 사이 권오수(구속기소) 전 도이치모터스 대표 등과 공모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를 받는다. 민씨는 지난해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 사건 1차 수사팀은 민씨의 여권 무효화, 인터폴 적색수배 등 조처를 취했다. 1년여만인 최근 자진 귀국 의사를 밝힌 민씨는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검찰에 체포됐다.
민씨는 ‘김건희 파일’ 작성에 관여한 인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검찰이 ㄱ사를 압수수색해 발견한 노트북에서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파일이 발견됐다. 이 파일에는 김 여사의 증권계좌 인출 내역, 주식 수량 등이 정리돼 있다고 한다. ㄱ사는 2010년 10월 이후 진행된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사건의 주요 거점으로 지목된 곳인데, 검찰은 ㄱ사가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 ‘김건희 파일’에 언급된 김 여사 명의 계좌 2개를 통해 ㄱ사 대표 이아무개(구속기소)씨가 2010년 10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49만여주(18억4600여만원어치)를 매수한 바 있다. 민씨는 이씨의 처남으로 주가조작에 있어 연락책 등 실무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선 권 전 대표 공범으로 지목된 민씨의 주가조작 혐의 입증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씨가 ‘김건희 파일’ 작성에 관여하고 김 여사 계좌를 관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입증되더라도,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씨 수사가 ‘외관상 균형’을 맞추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김 여사에게 직접 연결되지 않는 수준에서 곁가지 수사를 이어가면서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는 명분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김 여사 사건을 수사하는 반부패수사2부 등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서 전체가 더불어민주당 관련 수사에만 매달려 검찰권 행사에 최소한의 균형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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